[사진출처=타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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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오명호 칼럼니스트]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세계적 비난과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전범’, ‘살인 독재자’로 공개 발언하며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선 연일 수십 명의 민간인 피해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언제쯤 전쟁이 끝날까? 모르긴 몰라도 결정은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에 달렸다. 첫 만남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4일 만에 열렸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1차 협상은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2차도 힘겨루기에 그쳤다. 3차에 이어 4차 협상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15개항 합의안 논의’라는 희미한 불빛이 보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왜 이렇게 타결이 힘든 걸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재고 따지고 할 여유가 없다. 한 시가 급하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피해는 더 늘어난다.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물론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게 주된 이유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러시아는 지금 협상을 끝낼 수 없다. 아직 타결할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해답은 협상에 얽힌 역학관계와 협상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국가 간 어떤 협상도 1, 2차에서 타결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안타까운 심정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지연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초기에 타결해버리면 러시아는 전쟁의 명분을 잃는다. 말로 할 수 있는 걸 전쟁까지 일으킨 나쁜 국가라는 걸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둘째, 쉽게 타결해버리면 협상 대표단의 성과가 축소된다. 별 거 아닌 협상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시간을 끄는 것 자체가 효과적인 협상 전략이다. 상대의 급한 사정을 활용해 궁지로 몰아가는 기술이다.

하지만 길어지는 협상에서 알 수 있는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양측 모두 결렬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협상도 마찬가지다. 협상 초기에 타결을 기대하거나 도장을 찍어버리면 여러모로 문제가 생긴다. 우크라-러 협상을 통해 엿볼 수 있는 협상 인사이트는 세 가지다.

첫째, 1차 협상에서 합의를 기대하지 말자. 시작부터 덤비면 급하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지나치게 정보를 노출하게 된다. 내 패를 다 까고 협상을 시작하는 셈이니 불리하다. 협상 전에 데드라인을 확보하고, 몇 차례 협상을 진행할지 계획을 세워보자.

둘째, 결정권한을 갖는 쪽이라도 선뜻 예스를 하지 말자. 상대의 만족감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쉬운 협상보다 어려운 협상을 성공했을 때 만족감이 더 큰 법이다. 상대에게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게 하면 하나라도 더 얻을 수 있다.

셋째, 합의 직전에 작은 것을 추가로 요구하면 거절이 쉽지 않다. 그것 때문에 협상이 깨어지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들인 노력과 시간이 아까워 어떻게든 잡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다. 큰 게 아니라도, 협상의 심리적 만족감을 높여준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오명호 칼럼니스트는 기업협상교육 전문회사 <열린협상연구소> 소장이다. 삼성그룹, 신세계, KCC, 한라, 동원, 아모레퍼시픽 등 기업 실무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협상 실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지자체인재개발원, 법무연수원 등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협상 및 갈등관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협상의 한 수>와 <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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