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영화 '협상' 포스터]
[사진출처=영화 '협상' 포스터]

[한국강사신문 오명호 칼럼니스트] 오는 31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손예진과 현빈이 결혼한다. 남녀를 대표하는 명배우라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결혼식 장소, 예물, 축사 등 연일 포털사이트 연예면을 장식하고 있다. 덕분에 2018년 개봉된 둘의 대표작 영화 ‘협상’도 다시 떠오른다.

영화 ‘협상’에는 어떤 협상 장면이 숨어 있을까?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 협상가 하채윤. 국제 범죄조직 무기 밀매업자 민태구가 경찰과 기자를 납치하고 그녀를 협상 대상으로 지목한다. 사상 최악의 인질극을 벌이는 민태구와 그를 멈추기 위해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협상가 ‘하채윤’. 목숨을 담보로 한 협상이 시작된다.

[사진출처=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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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사이즈는 어떻게 되요?” 민태구의 질문에 하채윤은 전화를 끊어버린다. 단순히 협상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만은 아니다. 그러기엔 너무 위험하다. 자칫 상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화 종료’는 민태구가 아니라 내부에 전하는 메시지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협상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화는 다시 올 겁니다. 근데,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야 제가 대처를 하죠.”

“채윤씨, 우리 서로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을까? 서로 한 치의 거짓 없이 솔직하게...” 민태구의 제안이다.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무조건 수용하지 않는다. 하채윤도 조건을 하나 요구한다. 하나를 양보하고 하나를 얻어내는 기술이다. “서로 솔직하게 얘기 나누려면 그 총을 좀 치워주시면 어떨까요?”

[사진출처=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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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는 아쉬움이 많다. ‘협상’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눈에 띄는 협상 장면을 찾기 힘들다. 무엇보다 민태구와 하채윤의 협상은 게임이 안 되는 구조다. 인질협상이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둘은 협상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민태구의 상대는 하채윤이 아니라 뒤에 숨어 있는 국가 권력이다. 하채윤은 단지 창구 역할만 할 뿐이다.

게다가 가지고 있는 정보, 협상 준비, 서로의 협상 목표 등을 생각하면 하채윤이 할 수 있는 건 애초부터 별로 없다. 하채윤은 민태구의 범행 이유도 영화 중반부가 지나서야 알게 된다. 협상이 성공했다면 그게 더 이상할 뻔 했다. 영화가 협상 실패로 끝난 건 자연스런 수순이다.

[사진출처=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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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관전 포인트는 있다. 민태구의 협상이다.

첫째, 상대 진영의 정보를 꿰뚫고 있다. 단순한 명단이 아니라, 실무진과 결정권자를 파악하고 그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철저히 조사했다. 누가 어떻게 의사결정 할지 예측이 가능하다. 한국에 있으면서 태국에 있는 것처럼 장치해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둘째, 다양한 시나리오 준비다. 플랜 A에 그치지 않고, B, C, D까지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인다. 상대가 어떤 것에 반응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적대적 상대를 움직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잃을 것을 알려주면 된다. 협상 장면 생중계는 상대의 아킬레스건이다.

영화 ‘협상’에서 눈여겨 볼 협상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사진출처=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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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소통의 중요성이다. 같은 팀 내에서 정보공유가 안되면 협상실패는 당연하다. 이른바 ‘내부협상’이다. 외부 상대와의 협상은 내부 협상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 내 소통 없이 성과를 올리는 영업조직은 없다. 재무팀의 협조 없이 구매 협상을 잘할 수 없다. 집 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된다.

둘째, 나보다 상대방이다. 상대방의 니즈파악이 우선이다. 협상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가짜다. 숨어 있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왜 저렇게 고집하는 걸까? 그걸 모르고 협상을 성공할 순 없다. 협상용어로 ‘인터레스트(interest)’다. 상대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내야 한다. 직접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적(enemy)을 만들지 말라는 교훈이다. 민태구가 목숨을 걸어서라도 이루고자 했던 건 무엇일까? ‘나를 무너뜨리는 건 백 명의 친구가 아니라, 한 명의 적’이라고 했다. 아무리 하찮은 사람이라도 나 하나쯤 잘못되게 할 능력은 있다. 마음을 얻지는 못할지언정 원한을 품게 해선 안 된다. 협상을 넘어 삶의 지혜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오명호 칼럼니스트는 기업협상교육 전문회사 <열린협상연구소> 소장이다. 삼성그룹, 신세계, KCC, 한라, 동원, 아모레퍼시픽 등 기업 실무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협상 실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금융연수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지자체인재개발원, 법무연수원 등 공공기관 및 공직자를 대상으로 협상 및 갈등관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협상의 한 수>와 <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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