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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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오명호 칼럼니스트] 협상을 잘하려면 심리를 공부해야 한다. 협상과 심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의사결정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상대방의 선택과 판단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협상교육 활동 중에 ‘최후통첩게임(Uiltmatum Game)’이란 게 있다. 독일 경제학자 베르너 귀스(Werner Guth)가 만든 실험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A와 B가 짝을 지어 10만 원을 나누어 갖는 게임이다. 둘은 완전히 낯선 사이로 앞으로도 영원히 만날 가능성이 없는 관계다. 체면이나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으며 어떤 판단이든 자유롭게 내릴 수 있다. 이제 A가 B에게 10만 원 중 일정 비율을 제안하고, B는 수용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만약 B가 받아들이면 제안대로 돈을 나누어 가질 수 있지만, B가 A의 제안을 거절할 경우 돈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 B는 물론 A도 전혀 갖지 못한다. 이 사실은 둘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게임은 한 번 뿐이다. 여기까지. 당신이라면 얼마를 제안할까?

[사진=애드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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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결과 상당수가 5:5나 6:4를 선택한다. 대부분 ‘윈윈’을 제안한 셈이다. 재미있는 건 이유가 두 가지로 갈린다. ‘내 이익만 생각하지 않고 상대를 배려해서’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B가 거절해버리면 내 손해가 크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있다.

해답은 조건을 변경하면 바로 알 수 있다. B에게 거부권이 없다면 얼마 제안하겠는가? 이른바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이다. 1986년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이 발전시킨 게임이다. 절대 권한을 갖는 사람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 지 알 수 있다.

이제 이야기는 달라진다. 6:4나 5:5를 제안하던 사람도 마음이 바뀐다. 굳이 ‘윈윈’하지 않아도 내 손해는 없다. 오히려 ‘윈윈’을 선택하면 내 이익이 줄어든다.

여기서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최초 최후통첩게임에서 6:4나 5:5를 제안한 이유가 상대를 위해서일까, 내 손해를 방어하기 위함일까? 후자라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다. 상대를 위해서라면 거부권이 있든 없든 결과가 다르지 않아야 마땅하다.

사람들의 의사결정방식이다. 냉정하게 말해, ‘호의’도 내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이다. ‘상대를 위한 양보’라고 말하지만 실은 거래성사 혹은 관계유지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내 이익을 고려한 판단이다.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 사실이다. 최후통첩게임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협상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의 이기심을 인정하라. 협상은 이기심의 충돌이다. 인간이 이타적이라면 협상 자체가 존재하기 힘들다.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면 다툴 게 없다. 하지만 상대는 하나같이 그렇지 않다. 사실 상대 문제가 아니다. 나부터 그렇다. 이기심을 인정하고 조율하는 게 협상의 기술이다.

둘째, 상대에게 ‘윈윈’을 기대하지 말라. 한쪽이 다른 쪽을 위해 희생하는 협상은 없다. 오히려 그런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윈윈’협상은 상대가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다. 시간을 벌거나 힘을 길러야 한다. 힘의 균형이 맞아야 ‘윈윈’이 가능하다. 상대가 ‘윈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만드는 게 협상의 기술이다.

셋째, ‘윈윈’하기 위해 노력하라. 그러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이 진짜 고수다. 역설적이다. 한 번으로 끝나는 협상은 드물기 때문이다. 입소문과 평판이 그래서 중요하다. 길게 보고 협상해야 한다. 이기는 협상이 아니라, 상대가 이겼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협상이 성공적인 협상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오명호 칼럼니스트는 기업협상교육 전문회사 <열린협상연구소> 소장이다. 삼성그룹, 신세계, KCC, 한라, 동원, 아모레퍼시픽 등 기업 실무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협상 실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금융연수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지자체인재개발원, 법무연수원 등 공공기관 및 공직자를 대상으로 협상 및 갈등관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협상의 한 수>와 <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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