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오상진 칼럼니스트] 몇 해 전 대한민국 광고계에 획을 긋는 작품이 탄생했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칸(Cannes) 광고제에서 골드를, 스파이크스(Spikes) 아시아 광고제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그랑프리의 영광을 안은 것이다. “마음의 눈으로 보면 사람이 보이고, 사랑이 보인다”라는 컨셉을 가지고 시작한 이 작품의 제목은 ‘인사이트(insight)’였다. 그런데 이 작품은 90년대 베스트셀러였던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 답사기>를 생각나게 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시작부터 그 접근이 달랐던 이 작품은 시각 장애인들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전시회를 개최한다는 컨셉이었다. 비상식적인 아이디어가 세계 권위의 광고제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다. 비결이 무엇일까? 바로 이 작품의 제목인 <인사이트>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인사이트’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많은 심리학자들은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사물이나 현상의 특징 혹은 관계를 명백하게 파악하는 심리적인 능력이라고 표현 하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어떤 행동에 대한 원인을 파악해 내는 능력’인 것이다. “왜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를 궁금해 했던 적이 없는가?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 ‘인사이트’다. 다양한 분야에 널려 있는 정보들을 꿰어서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 ‘맥락적 사고’라고 볼 수 있다. 글자를 나눠보면 더 쉬워진다. ‘In(안) + Sight(보다)’ 안을 들여다보는 행위로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 아닌 다른 생각을 알아내는 과정이다. 안을 들여다보는 것, 상식을 뒤엎는 것, 상식 아래의 마음을 발견하는 것, 무엇(What)이 아니라 왜(Why)를 알아내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자 ‘인사이트’라는 광고의 사례로 돌아와 보자. 이 작품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카메라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었다.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것이다. 그저 뛰어난 이미지 품질과 정교한 기술을 강조했던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무엇이 더 좋은 카메라를 만드는지 자문을 시작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상적으로 눈에 보이는 기술의 향상을 과감히 버렸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내면의 세계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디어의 시작은 매우 특별한 사진 강좌와 사진전이었다. 이를 위해 한빛 맹학교 시작장애인 11명에게 50일 동안 기본적인 사진촬영 기술을 가르쳤다. 제주도로 출사 여행을 가서는 마음으로 느끼는 것, 들리는 것을 사진으로 담게 했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찍은 사진은 우리가 눈으로 보아온 피상적인 이미지가 아니었다. 많은 방문객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안겨주었고, 통념을 뛰어넘는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출품된 80점의 작품은 전시회 동안 모두 판매되어 5만 달러라는 기금이 조성되었고, 전액을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기부했다. 멋진 아이디어가 작게나마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작품이다. 이렇듯 인사이트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안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컨슈머 인사이트(Consumer Insight)’란 인간을 연구하는 ‘휴먼 인사이트(Human Insight)’에서 나온다. 보통 3단계로 구분하는데 첫 번째 단계는 SNS, 인터넷, 소셜 플랫폼 수준의 일상생활이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단계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TV, 영화, 라디오, 공연 등의 대중문화로 ‘트렌드(Trend)’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소비자 리서치가 이 단계에서 시행된다. 세 번째는 예술, 과학, 종교, 인문학 등 흔히 문사철이라고 불리는 영역인데 가장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이 영역은 고도로 훈련되고 습관화된 일부분의 인사이트만 끌어낼 수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중문화 혹은 일상생활 수준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해 낸다.

예를 들어 보자. “사람들은 왜 차를 마시는가?”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무엇이 가장먼저 떠오르는가? 일상생활 수준에서는 ‘웰빙(Well being)’이라는 개념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건강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현대인들의 트렌드’ 정도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대중문화 수준으로 올라가면 ‘차 문화(Tea Culture)’를 논하게 된다. ‘사회 저변에 확대되어 있는 문화적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높은 인문학 수준에서는 ‘차 문화의 발전과 역사적 유래를 논하면서 인간이 차를 마시게 된 현상’을 설명할 것이다. 이러한 상위레벨의 수준을 우리는 ‘민족지학(Ethnography)’이라고 부르는데, 과거 사람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발자취들을 탐구하고 현대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인문학적 식견에서 만들어낸 작품의 예를 들어보자. 2011년 칸 광고제 인쇄부문에서 최고의 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한 이 광고는 ‘천국의 승객과 지옥의 화물 그 놀라운 대비’라는 제목의 샘소나이트 여행용 가방 인쇄 광고물이다. 내용을 보면 일등석 승객은 ‘천국처럼’ 편안하게 여행을 즐기지만, 가방들은 짐칸에서 ‘지옥에서와 같은 비참한’ 취급을 받는다. 이 ‘천국과 지옥의 생생한 대비’가 아이디어의 핵심이다. 우리는 해외여행을 할 때 우리의 여행 가방이 어떤 수모를 겪는지는 생각지 않는다. 지옥 같은 모진 고문을 겪은 후에도 당당하게 화사한 빛을 발하며 짐칸을 나서는 이 작품의 모습처럼 그저 나의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할 뿐이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꺼내서 멋진 아이디어로 만들어 내는 과정들은 이태리 르네상스 시대의 대리석 부조작품을 보는 듯하다. 파노라마 사진처럼 길게 누운 화면에 위쪽은 1등석에서 천국 같은 편안함을 맛보며 항공여행을 즐기는 남자의 모습을 표현했고, 아래쪽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화물칸으로 떨어져 지옥의 마귀들로부터 온갖 수난을 당하는 여행용 가방의 운명을 그려 넣었다. 심플하지만 심오하다. 마치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하나의 조각 작품으로 옮겨놓은 <오귀스트 로댕의 작품>, <지옥의 문>을 연상케 한다. 결국 모진 고난 속에서도 원상을 그대로 간직한 샘소나이트 여행용 가방을 끌고 항공기와 작별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소비자들을 유혹할 만하다.

2011년 칸 광고제 인쇄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Samsonite HEAVEN and HELL>

이렇듯 ‘컨슈머 인사이트’는 현재 사람들이 즐겨 하고 있는 행위 및 현상, 그리고 일상생활 속의 사람들 모습에서 얻을 수 있다. 그것이 현재든, 과거든 중요하지 않다.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이 남긴 자취는 모두 ‘컨슈머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자원이 된다. 또한 이 자원들은 소비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아이디어의 원천이 된다. 앞에서 제시한 3단계를 눈여겨보는 것이 ‘컨슈머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 참고자료 : 오상진의 『아웃 오브 박스 : 시간·공간·생각·미래를 변화시켜라(다연, 2014)』

 

오상진 칼럼니스트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주는 크리에이터로서 20여년간 기업, 기관, 대학에서 창의력 및 아이디어 발상법, 혁신 등을 강의해오고 있다. 2014년까지 제일기획에서 HR 디렉터로서 창의적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을 해왔고, 현재, 국내 유일의 경영전문대학원대학교인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에서 기업교육전공 PhD과정 주임교수 및 국내최초 HRD관련 전문강사를 양성하는 HRD Instructor MBA 과정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창의와 혁신, 아이디어 발상, Trend Sensing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구를 진행 중이며, 최근 사용자 중심의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인 Design Thinking, Living Lab 관련 프로젝트 및 강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과 기관들에서 글로벌 시대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창의적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는 그는, 모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 발상과 창의력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손에 잡히는 이야기로 위트 있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아웃 오브 박스』,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生不出好創意 就賺不了錢!』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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