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사진=pixabay]

[한국강사신문 오명호 칼럼니스트] 협상은 ‘합의하는 일’이다. 성공적인 협상은 내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상대 만족도 고려해야 한다. 이겨버린 협상은 ‘뒤탈’이 생긴다. 협상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만 아는 정보로 상대를 설득하거나 힘으로 누르는 협상은 하수의 기술이다. 고수의 기술은 상대 선택을 이끌어내는 기술이어야 한다.

어떤 경우 상대가 내 제안을 받아들일까? 심리를 들여다보자. 사람들이 누군가의 제안에 수락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익이 따를 때다. 이익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이 들 때 우리는 상대 제안을 받아들인다. 가벼운 예로 원하는 신발을 사주기로 했다면 평소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 장사라면 깎아 주더라도 파는 게 더 이익일 때 가격을 양보한다. 이익은 줄지만 다른 고객을 소개해 줄 것 같을 때, 이번 계약에선 손해가 예상되지만 길게 보면 더 큰 이익이 기대될 때 상대 제안을 기꺼이 수락한다.

따라서 상대 선택을 이끌어내려면 상대가 얻을 이익부터 설계해야 한다. 사업 제안을 따낼 때나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면 우리 제품, 우리 서비스의 우수성보다 상대가 얻을 결과물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미국의 샤피로 협상연구소 로널드 샤피로(Ronald M. Shapiro)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최고의 방법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얻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둘째, 손해가 생길 때다. 상대방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손해가 예상될 때 그 제안을 수락한다. 가격 협상에서 판매자들은 깎아 주지 않으면 사지 않을 것 같을 때 값을 양보한다. 구매자는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팔려 버릴 것 같을 때 지갑을 연다. 홈쇼핑 화면에 ‘마감임박’이 뜨면 매출이 급상승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사고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게 염려돼 상사의 말을 더 잘 따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대가 내 제안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게 협상의 기술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잃을 게 생긴다는 얘기를 돌려서 전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협박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협박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단가를 낮춰주지 않으면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다른 거래처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정보를 은근슬쩍 흘리는 게 더 효과적이다.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조건을 이끌어내는 게 현명한 협상이다.

셋째, 그 동안의 ‘신뢰’ 때문이다. 내게 득이 되지 않더라도,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우리는 누군가의 말을 따르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 말이라면 크게 따져보지 않고도 선택하는 경우다.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품이 좋아도 영업사원에게 신뢰가 가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 가격은 좀 높아도 약속 잘 지키고 인간미 있는 거래처라면 함께 일하고 싶다. 관계란 그런 것이다. 따라서 평소에 좋은 평판과 인품을 쌓는 게 협상을 잘하는 비결인 건 당연하다.

넷째, ‘가치(value)’ 때문이다. 가치란 ‘주관 혹은 자기의 욕구, 감정이나 의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익이나 손실이 예상되지 않아도, 상대의 신뢰 때문도 아니다. 그렇게 결정하는 것이 내게 가치로운 일일 때 선택하게 된다. 예컨대 ‘봉사’와 같은 일들이 그렇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내 가치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방이 어떤 일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 사전에 잘 파악해 접근하면 선택을 이끄는 데 효과적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오명호 칼럼니스트는 기업협상교육 전문회사 <열린협상연구소> 소장이다. 삼성그룹, 신세계, KCC, 한라, 동원, 아모레퍼시픽 등 기업 실무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협상 실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금융연수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지자체인재개발원, 법무연수원 등 공공기관 및 공직자를 대상으로 협상 및 갈등관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협상의 한 수>와 <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가 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