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 김영희의 육아일기 ④

[한국강사신문 김영희 칼럼니스트] “애착”

연구에 의하면 출생 직후, 고립된 신생아나 시설 기관에서 큰 아동들은 접촉 결핍증을 보인다고 한다. 독립심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떼어 키운 아기도 접촉 결핍을 겪을 때가 있다. 엄마가 필요한 이유다.

“심리학자이자 영장류 연구자인 해리 할로(1905~1981)의 붉은 원숭이 애착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새끼 원숭이를 어미와 격리시킨 후, 철사로 만든 어미원숭이와 함께 있도록 했다. 철사 어미원숭이는 두 종류였다. 하나는 철사로 되어 있지만 우유가 있는 즉, 애정은 없이 양육만 하는 원숭이였고, 다른 하나는 우유는 없지만 따뜻한 헝겊으로 둘려져 있어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원숭이였다. 즉, 먹이보다는 따뜻한 감각을 제공한 것이다. <사랑의 발견, 데버러 블룸>”

새끼 원숭이가 더 애착을 보인 대상은 헝겊으로 둘러져 있는 어미원숭이였다. 생존에 필수적인 먹이보다 어미의 따스함, 스킨십이 더 중요하다는 결과인 셈이다. 스킨십은 단순한 쓰다듬기가 아닌, 엄마와 아이의 상호작용이다. ‘나쁜 엄마’ 위 단어를 보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나쁜 엄마란 무엇일까? 일단 쉽게 떠오르는 것은 아이를 때리고 육체적 폭력을 가하는 엄마다. 하지만 해리 할로는 그런 사람들보다도 더 나쁜 엄마를 아이가 기댈 수 없게 하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며, 정서적으로 아이를 방치하는 엄마를 가장 나쁜 엄마라 정의했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아이를 안아주고 부드럽게 흔들어주는 등의 애정 행동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소로 취급되었다. 아기는 젖만 먹여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오죽하면 아이가 울어도 그냥 두라고 했을까? 운다고 바로 안아주면 애 버릇 나빠진다며 어른들이 말리곤 했다.

하지만 우리 어머니는 5남매를 낳았음에도 억척스럽게 한명 한명에 신경을 기울이셨다. 읍내 시장에 나가서도 아이 버릇 나빠진다는 얘기에도 굳이 내가 갖고 싶다는 새 공기 돌을 사 쥐어주시곤 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단순히 장난감을 얻어서 흡족하다는 측면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싫은 소리를 들으면서도 와중에도 어머니가 나를 위해주고 있다는 그 느낌. 그 정서적 안정감이 내게 큰 풍족감을 주었다.

예비나 초보 엄마가 기억해줬으면 하는 것이 있다. 아이에 대한 육체적 폭력은 외상으로 그 상처가 남는다. 그 상처는 가해자로 하여금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고, 더 이상의 추가 폭력을 방지하는 효과도 일부 있다. 소극적 측면에서의 자기 방어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서적인 폭력은 인간의 몸에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아이 역시 최소한의 방어행동도 보일 수 없다. 가슴 속 상처에 대한 치유가 더욱 쉽지 않은 것이 그 때문이다. 이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에게도 적정한 수준의 고통은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일부러 그러한 일을 만들 필요는 없지만, 자신의 고난에 대해 마냥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결국 아이를 좀 더 이해하는데 좋은 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스한 접촉이 대세”

세상에 나온 아기에게 엄마의 품은 따뜻한 안식처다. 사실 이 시기에 아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기껏해야 웃거나, 울음을 터뜨리거나 칭얼거리는 것뿐이다. 이러한 행동들이 엄마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것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아이와 모든 것을 소통할 수는 없다. 아이가 우는것이 배가 고프다는 것인지, 대변을 봤다는 것인지, 지금 누워있는 자세가 불편하다는 것인지, 춥다는 것인지 그 의미에 대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연습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토록 중요한 시간을 아기는 부모와 떨어진 채 신생아실에서 외롭게 보내고 있다고 어느 유아학자는 한탄했다.

만약 누군가가 암흑에서 구조 요청하는데 외면 당한다면 어떤 마음일까? 신생아실에 있는 우리 아기들의 심정이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생아실에서 아무런 반응을 못 받는 아기와 그렇지 않은 아기의 차이는 무엇일까? 엄마가 옆에서 같이 지내며 신호에 즉각 반응하는 아이는 엄마와의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될 것이다. 물론 간호사가 돌봐주긴 하겠지만, 친엄마의 따스한 애정만큼은 아닐 것이다.

아이는 많이 안아주어야 자신이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애착도 그때 생긴다. 생후 3개월 까지는 무조건 자주 안아주는 게 좋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애착이란,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갖는 정서적 관계를 말한다. 혹자는 애착이 잘 형성된 아이가 나중에 커서 학업성적과 교우 관계가 좋으며, 호기심과 탐구심이 많다고 얘기한다. 다만 이때 확실히 느낀 게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아이에게 있어 세상의 전부나 다름없는 부모가 곁에 있어주고 마주봐 주는 것만으로 아이는 앞으로의 거대한 세상을 마주할 첫 단추를 훌륭히 꿴 셈이다.

※ 참고자료 : 김영희의 『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가나북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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