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보, 한 인물에 대한 ‘인간학’적 보고서

[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연보, 한 인물에 대한 ‘인간학’적 보고서. 『능호관 이인상 연보(돌베개, 2022.03.28.)』은 이인상의 생년인 1710년(숙종 36년)부터 이인상 사후 116년인 1876년(고종 13년)까지의 사적을 연도순으로 기록한 연보다. 이 책은 이인상의 연대기가 주축이 되고 있지만, 이인상의 연대기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인상 주변의 인물들, 특히 단호그룹(이윤영, 송문흠, 오찬, 윤면동, 김순택, 김무택)에 속한 인물들의 연대기이기도 하다. 이인상과 단호그룹의 인물들을 따라가며 18세기 전·중기 조선의 시대정신(ZEITGEIST)을 탐색하고자 했으며, 더 나아가 이 시기 동아시아의 추이를 조망하고자 했다.

본서는 이인상의 내면을 충실히 기술하기 위해 이인상이 남긴 간찰과 산문, 시 등을 많이 인용하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이인상이라는 인간을 좀 더 전일적(全一的)이며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연보를 통해 들여다보는 이인상과 그의 시대”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 1710~1760)은 시인이자 산문가이자 화가이자 서예가였다. 또한 그는 학문과 사상에도 경도되어 평생 유교 경전을 읽고 도가서(道家書)에 탐닉했다. 본서는 이인상의 문학가, 예술가, 사상인(思想人), 지식인의 다양한 면모를 연보를 통해 충실히 구현했다.

본서는 이인상의 내면을 충실히 기술하기 위해 이인상이 남긴 간찰과 산문, 시 등을 많이 인용하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이인상이라는 인간을 좀 더 전일적(全一的)이며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이인상은 서얼이다. 흔히 서얼 문사들은 신분적 차별에 대한 불만과 서러움을 시문에 기탁하곤 했는데, 이인상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인상은 서얼이 아닌 인물들과의 교유를 통해 동시대의 역사 및 현실과 치열히 맞섬으로써 자신의 존재여건을 넘어서서 사유하며 자아를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 본서는 이인상의 이런 면모를 충실히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이인상은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의 하나로 ‘부끄러움’을 꼽았다. 이와 함께 그는 가족애가 퍽 깊은 인간이었다. 특히 이인상은 그의 아내에 대한 존중, 특히 그녀의 지적 능력에 대한 존경이 남달랐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본서는 이인상의 젠더적 시각에 유의해 기술하였다.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이인상 집안의 여인들(어머니를 비롯해 딸, 며느리 등)에 대해서도 자료를 최대한 찾아 기술하였다. 이 점에서 본서는 주로 남성 중심으로 기술해 온 종전의 연보들과 차이가 있다.

‘이인상’ 하면 존주대의론(尊周大義論者) 숭명배청(崇明排淸) 이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인상에게는 이 틀로만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가령 그가 경도된 도가(道家)의 사상은 그의 존재여건과 결합되면서 ‘평등’의 감수성을 낳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예술론과 예술 실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부분 또한 빠트리지 않고 기술했다.

이인상은 이윤영과 함께 이른바 단호그룹(이윤영, 송문흠, 오찬, 윤면동, 김순택, 김무택)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인상의 문학적·예술적·이념적 자아는 단호그룹 멤버들과의 교유 속에서 형성되고 확장되었다.

이런 이유에서 본서는 단호그룹의 성원들에 대해, 그리고 이인상과 그들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기술했다. 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다른 주요한 인물들,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사정에 대해서도 기술함으로써, 이인상을 문화사적·예술사적·사상사적·정치사적 맥락 및 동아시아적 맥락 속에서 조망하고자 노력했다.

[사진출처=돌베개]
[사진출처=돌베개]

저자 박희병은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국문학 연구의 외연을 사상사 연구와 예술사 연구로까지 확장함으로써 통합인문학으로서의 한국학 연구를 꾀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고전인물전연구』, 『한국전기소설의 미학』, 『한국의 생태사상』, 『운화와 근대』, 『연암을 읽는다』, 『21세기 한국학, 어떻게 할 것인가』(공저), 『유교와 한국문학의 장르』, 『저항과 아만』, 『연암과 선귤당의 대화』, 『나는 골목길 부처다-이언진 평전』, 『범애와 평등』, 『능호관 이인상 서화평석』, 『통합인문학을 위하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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