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쳐=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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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강은영 칼럼니스트] 나는 어릴 적부터 대식가였다. 오 형제 중 막내였는데 언니 오빠 증언에 의하면 식탐이 대단했다. 밥그릇을 보고 "여기도 비었네, 저기도 비었네" 하는 통에 빈틈이 없었단다. 끼니마다 자기 얼굴만 한 머슴밥을 먹어 치웠다니 지금까지 형제들의 단골 웃음 소재가 될 법도 하다.

환경을 탓하고 싶지만, 식탐과 먹성은 타고났나 보다. 자제력이 뛰어난 편인데 음식 앞에선 쉽게 무너지고 먹는 거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었으니까. 자기 관리에 철저한 내가 가끔 과식하는 걸 변명하자면, 배가 불러도 입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행위로 뭔지 모를 허기를 채운다고나 할까? 마음의 고픔을 애꿎은 음식으로 채우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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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배가 고플 때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만족감을 얻는다. 뇌의 전전두엽과 변연계의 연결고리로 이루어진 보상회로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음식을 먹고 이 신경망이 제대로 작동하면 포만감을 느끼고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이 분비된다. 그런데 너무 자주 많은 음식을 먹거나 패스트푸드, 가공식품을 먹으면 보상체계가 과하게 활성화되어 렙틴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먹는 거로 스트레스를 풀 때 과식하는 것도 보상회로가 정상 작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이 먹는 사람의 특징은 음식을 잘 씹지 않고 재빨리 먹어 치운다. 맛을 느낄 새가 없는 건데 빠르게 '먹는' 행위 대신 천천히 '맛'에 집중하고 음미할 때 음식을 향한 집착이 줄어든다. 나 역시 천천히 오래 씹으려고 노력하면 소량으로도 포만감이 든다. 맛을 느끼려 노력하면 느릿느릿 먹을 수밖에 없고 어떤 재료와 양념이 들어있는지 맞히는 맛도 있다. 가끔 망실하고 빨리 먹어 치울 때는 어김없이 과식한다.

음식 본연의 맛을 느끼며 느리게 먹는 습관을 들이면 보상회로가 제대로 작동되어 힘들게 식이 조절하지 않아도 된다. 느리게 먹기 위해서는 한 술에 서른 번 이상 씹고, 휴대전화를 보는 등 다른 짓은 하지 않고 각 재료의 색깔, 냄새, 식감과 맛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혀의 감각이 살아나면서 치킨, 라면, 빵 등 자극적인 음식을 절로 멀리하게 된다. 오감으로 맛을 음미하면 특별한 양념이 없는 소량의 음식으로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하루에 한 끼만이라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오감으로 먹는 연습을 해보자. 맛을 느끼는 연습은 시판 샌드위치나 김밥이 좋다. 먼저 눈으로 보지 않고 냄새, 식감과 맛으로 어떤 재료인지 유추해본 다음 눈으로 확인한다. 몇 번 하다 보면 혀의 감각이 살아나 식재료가 지닌 본연의 맛을 알게 되고 만족감도 훨씬 커져 소식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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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 소식은 기본이라고 한다. 타고난 식탐을 핑계로 대식가로 살기엔 중년이라 무색하다. '얼굴이 살아온 세월을 말해준다면, 몸은 생활 습관을 말해준다'라고 책에도 써 놓았는데, 몸뚱이 하나 관리 못하는 건 내게 수치다. 수년간 소식가로 살기 위해 노력한 덕분에 음식을 향한 집착은 거의 사라지고 소식하면서 '체지방 표준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어쩌다 한 번 하는 과식은 치팅 데이로 간주하면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다.

복잡하고 빠른 세상에서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만큼은 까다롭고 신중하게 골라 천천히 먹고 싶다. 정신없이 바빠서 슬로푸드를 먹을 처지가 아니라면? 오래 씹기만이라도 해보자. 맛을 음미하기보다 배를 채우기 급급한 식습관은 당신을 마음이 고픈 돼지로 만들지 모른다. 건강한 음식 적당량을 천천히 섭취해서 오감을 제대로 만족시킨다면 마음의 허기도 곧잘 채워질 터.

칼럼니스트 프로필

강은영 칼럼니스트는 국제뇌교육대학원 석사를 취득한 국가공인 브레인 트레이너이다. 일류두뇌연구소 대표이자 온라인 프로그램 ‘체인지U 스쿨’을 운영 중이다. 한국뇌과학 연구원에서 발행하는 뇌교육 전문 잡지 『브레인』의 칼럼도 쓰고 있다. 뇌교육과 부모교육 전문강사로 15년 동안 교육 및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 글쓰기, 책 쓰기, 습관코칭, 감정코칭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다양한 강의와 저술 활동으로 뇌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여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리는 중이다. 저서로는 『일류 두뇌』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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