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도영태 칼럼니스트] 사기꾼의 얼굴에서 첫인상이 안 좋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멀쩡하다 못해 편안하게 호감을 준다. 사기행각에 이르기까지의 호의적인 모습에 속아 대부분 봉변을 당한다.

범죄자나 사기꾼 등 소위 나쁜 넘(?)들의 첫인상이 그에 걸맞게 험상궂고 간사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현실은 그 넘(?)들이 더 좋은 인상을 가졌기에 그를 빌미로 큰일을 치고 있다. 만약 첫인상이 안 좋았더라면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래서 감히 첫인상이 좋지 않아야 한다는 가설을 설정해 본다.

‘초두효과(初頭效果)’라는 말이 있다. 첫 만남의 인상형성이 계속 영향을 미친다는 첫인상을 강조한 심리학 이론이다. 첫 인상으로 이후까지 단정 짓는 초두효과의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첫인상만 좋고 그 뒤에 인상이 계속 나빠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연애 초반기에는 잘해주다가 사귀면서 소홀히 대한다면, 일을 맡겨보니 처음만 반짝 잘하고 계속 헤맨다면?

제한된 정보나 주관적 편견만을 갖고 그 사람의 첫인상을 온건한 인상으로 평가하는 것부터가 논리적이지 않다. 첫인상은 주관적일 일뿐이며 상황과 여건에 따라 첫인상의 좋고 나쁨의 명함은 가려지게 된다.

가령 어떤 사람은 처음에 일을 잘 도와주어 좋은 인상을 갖고 있고 어떤 사람은 처음 부탁을 거절했더니 나쁜 감정을 지니게 되는 경우이다. 그렇다면 처음 좋은 인상을 가졌던 사람도 상황이 안 좋아지면 얼마든지 나쁜 인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좋다가 나중에 나빠지는 이런 경우가 더 안 좋다. 차라리 첫인상이 안 좋다가 새록새록 좋아지는 게 낫지 않을까?

호랑이 선생님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엄하고 무섭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부드럽고 자상한 면이 있음을 발견하고 아이들은 잘 따르게 된다. 거꾸로 첫인상이 부드럽고 온정적이었던 선생님이 시간이 지나면서 폭군으로 변하면 학생들은 초두효과가 아닌 후두효과를 체득해야 할 것이다. 물론 첫인상도 좋고 그 느낌이 끝까지 일관되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와 같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첫인상이 안 좋더라도 점점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쪽에 무게를 실어본다. 첫인상의 그 사람을 대변해 주지 않는 것 또한 이를 뒷받침 한다.

사람들은 위선의 탈을 쓰고 첫인상을 좋게 인위적으로 조직한다. 이성에게 호감을 주기 위해 동네 불량배들을 동원하여 위급한 상황을 만든 뒤 혜성처럼 등장해 불량배를 물리치기도 하고, 더 큰 투자를 유치해 내기 위해 형편을 속이고 고객들에게 처음에 아낌없이 투자하기도 한다. 상인들은 물건을 팔려고 처음에 웃음을 판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선심공약을 남발하고 당선 뒤에는 180도 달라지기 일쑤다.

우리는 이러한 포장지를 씌운 첫인상의 허점을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너무 첫인상만을 믿지 말고 또 이를 당위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자. ‘처음 만난 15초 이내에 승부가 결정 된다’는 고객만족 논리는 ‘이후의 150일이 고객을 사로잡는다’라고 바꾸어야 한다.

첫인상이 다소 안 좋으면 나중에 좋아질 가능성이 있으니 더 괜찮다. 그래서 사람을 만날 때 진면목을 이해하려면 한두번은 만나야 한다. 첫인상만 보고 거부, 퇴짜, 침묵의 후속작용을 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다. 어쩌면 우리의 인간관계 모델링 또한 처음부터 잘해주지 말고 서서히 지속적으로 잘해주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 같다. 처음의 가까운 진한 향기보다 나중의 멀리 가는 은은한 향기가 더 진한 법이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