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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유재천 칼럼니스트] 프라하를 더 보고 싶다. 밤에 프라하 거리를 산책하긴 했지만 프라하의 야경을 그냥 두고 가는 기분이 든다. 유럽 자유여행에서 프라하의 야경을 그냥 두고 갈 수 없다. 나는 프라하에 하루 더 머물기로 결정했다.

하루 더 있다가 가기로 마음먹으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프라하 여행에서 프라하의 야경을 천천히 더 느껴도 된다니 신이 났다. 일찍 숙소를 나서 프라하를 다시 둘러봤다. 천문시계가 있는 구시청사 앞에 가서 매 시간 울리는 싱거운 퍼포먼스를 다시 보고 프라하의 거리를 미소 지으며 걸었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더 기쁜 건 체코의 맥주를 더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느끼기엔 독일보다 맥주가 더 맛있다. 흑맥주도 제대로 맛볼 수 있고 양조장에서 공급된 신선한 맥주를 쉽게 맛볼 수 있다. 물론 독일 맥주도 모두 신선하고 맛있다. 독일 맥주는 특히 밀 맥주인 바이첸 비어가 최고다. 체코에서는 Kozel 흑맥주 그리고 Budweiser 원조의 맛이 최고다.

어제 체스키크롬로프에 다녀와서 저녁에 가려고 했던 레스토랑이 있었다. 혼자 가기가 좀 애매해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했는데 프라하 여행에서 하루가 더 생겼으니 갈 마음을 먹는다. 가볍게 시내를 한 번 둘러보고 나는 서둘러 그 레스토랑으로 갔다.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에도 많이 소개된 이 레스토랑은 관광객도 많고 한국인들도 많았다. 나는 시원한 외부 테라스에 앉아 Kozel 흑맥주와 안주를 주문했다. 다시 흑맥주를 맛보는 기쁨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안주로 주문한 윙이 맛있다. 나는 필스너 우르겔 맥주를 한 잔 더 주문했다. 필스너 우르겔의 원산지 역시 체코다. 체코의 플젠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맥주다. 생맥주로 마시니 다른 곳에서 맛보는 것보다 맛있었다. 목에 너무 강한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도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정말 시원하고 특히 거품이 오랫동안 살아 있어 부드러움을 오래 간직한다. 절반 이상 마셨는데도 거품이 살아있다.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오후에 마신 맥주 두 잔에 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숙소에서 쉬었다가 야경을 보러 갈 작정이었다. 몸을 여러 번 뒤척이고 달콤한 멜라토닌에 취해 있다. 프라하 여행에서의 마지막 밤이 다가오고 있다. 일어나야 한다. 창밖을 보니 아직 밝다. 다행이다. 프라하에서 일몰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일몰 시간은 오후 8시 58분, 현재 시간 8시 23분. 나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성급하게 밖으로 나섰다. 강렬한 햇살이 쉬러 가는 길이라 선선하다. 나는 조금 빠른 발걸음으로 화약탑에 오른다.

화약탑은 1475년에 건설된 높이 65m의 고딕 양식 성문으로 1757년 러시아와의 전쟁 때 화약탑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구시가로 들어가는 상징적인 문이다. 프라하에서 해가 지는 방향은 프라하성 쪽이다. 화약탑 위에 오르면 프라하 전경과 프라하성을 일몰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화약탑 앞에서 거리의 악사들이 연주를 한다. 비발디의 사계를 경쾌하게 연주한다. 나는 다시 빠른 발걸음으로 화약탑에 오른다. 입구가 맞는지 여러 번 확인했다. 어디가 입구인지 찾기가 어려웠다. 혹시 티켓을 파는 곳이 다른 곳에 있는 건 아닌지 잠시 생각했다. 시간이 없어 그냥 올랐다. 좁은 통로의 계간이 가파르게 이어진다. 나는 헉헉거리면서도 계속 올랐다. 그리고 드디어 고대하던 프라하에서의 석양을 맞이했다.

해는 아직 완전히 지지 않았지만 구름이 그 모습을 가리고 있다. 그래도 좋다. 프라하를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이는 모습이 좋다. 나는 천천히 프라하를 감상한다. 화약탑 꼭대기에는 나와 체코인 한 명뿐이었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서 더 여유가 있었다. 내 마음도 노을에 물들어 갈 때 즈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정말 익숙한 멜로디의 연주가 들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논 변주곡이 연주되고 있다. 그렇다. 화약탑 입구에서 본 거리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이다. 프라하 여행에서 프라하의 아름다운 석양을 보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을 듣는 기회를 선물 받았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이다.

붉게 물들어가는 프라하의 일몰은 정말 아름다웠다. 붉은 태양이 빨간 지붕들을 더 곱게 물들이며 저물어 갔다. 멀리 보이는 프라하성은 굳건하게 프라하를 지키는 듯 했고 앞에 보이는 틴 성당의 첨탑도 그 역할을 하겠다는 듯이 높이 솟아 있었다. 이제 프라하성으로 향한다. 프라하성에 올라서 야경을 감상하진 못했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멋진 건축물과 카를 교에서의 야경도 카메라와 나의 추억에 담는다. 낮에는 힘들었던 오르막길이 힘들지 않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는 기분이다. 아마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내 마음이 아쉬운 모양이다. 그래서 힘이 나는가 보다.

프라하 여행에서 둘째 날에 다른 감상 포인트에 올라 야경을 봤었다. 그곳은 카를 교 다음 다리를 건너 높은 공원 같은 곳이었는데 젊은 친구들이 정말 많았다. 마치 야외 PUB과 같이 음악이 나왔고 젊은 친구들은 높은 난간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들과 연인과 야경을 바라보는 모습이 제 각각 빛났다. 그곳에서 바라본 프라하의 야경도 굉장히 멋졌다. 올라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나도 난간에 걸치고 앉아 프라하의 야경을 한참 동안 감상했다.

다시 마주한 프라하성에서 바라본 프라하. 프라하의 야경은 은은하게 아름답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편안한 기분을 선사한다. 매력적인 프라하가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천천히 프라하의 야경을 음미한다. 선선한 바람이 내 주위를 감싸는 순간 기분이 좋다. 내 다리가 기분이 좋은 듯 스스로 움직인다. 고요함도 느끼고 편안함도 느낀다. 프라하는 많은 선물을 내게 준다. 하루 더 있겠다고 때를 쓴 아이의 청을 들어주듯 프라하는 내게 많은 선물을 준다. 이제 가도 되겠다.

※ 참고자료 : 의미공학자 유재천 코치[前 포스코(POSCO) 엔지니어]의 『여행이 끝나도 삶은 계속된다(도서출판 행복에너지, 2018)』, 『강사 트렌드 코리아 2019(지식공감, 2018)』(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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