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유영만 칼럼니스트] 믿음은 나를 누군가에게 또는 어떤 대상에게 내맡기는 결단이기도 합니다. 학문적 선각자가 사용하는 도구나 전제 또는 가정을 믿지 않으면 그것의 신빙성을 다른 도구나 지식에 의존해서 검증을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검증 과정은 끝나지 않는 무한의 과정입니다.

예를 들면 한강 다리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하중을 시험하는 도구나 기계를 사용합니다. 그럼 그 도구나 기계의 안전성도 검증해야겠지요. 그렇게 검증을 무한 반복하는 과정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해당 공동체가 쌓아놓은 암묵적 지식을 비롯해서 학문적 전통을 일단 믿어야 다음 단계의 앎으로 향하는 문이 열립니다. 이런 믿음 역시 명시적 언어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암묵적 신념일 때가 많습니다.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 해당 학문 공동체에서 공유되는 암묵적 신념은 머리로 이해하는 믿음이 아니라 오랫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몸으로 느끼고 수용한 믿음입니다.

그렇다면 주체의 믿음과 신뢰, 신념과 열정, 헌신적 참여로 창조된 개인적 지식은 주관적 지식을 넘어 어떻게 보편타당성(universal validity)을 지닌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지식 형성의 과정은 주관적인 선호도에 좌우되지 않고 올바른 추측과 반박을 통해 책임감을 갖고 열정적으로 파고드는 과정입니다. 미지의 세계를 탐구해서 밝혀내는 지식은 개인적 발견의 즐거움을 넘어 다른 사람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기를 염원한다는 점에서 창조된 지식은 보편타당성을 지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체는 그가 헌신하는 것 이상을 말할 수 없다.”<마이클 폴라니, 『개인적 지식』>

주체가 책임을 지고 보편타당성을 주장하는 지식은 그의 열정과 헌신을 불러옵니다. 이미 내 몸속으로 들어와 존재의 일부로 자리 잡은 지식은 한계를 모르고 불타오르기 시작합니다. 지나가다 우연히 든 편파적 생각을 충동적으로 펼치는 무책임한 행동과는 거리가 멉니다. 현실이나 실재(reality)를 무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자신이 직면한 문제 상황을 그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단독적인 상황으로 인식하고 여기서 해결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이 믿음을 보편적 진리로 만드는 과정에 주체의 헌신적 기여나 몰입이 따릅니다. 헌신적 기여나 몰입은 열정적으로 촉진하는 책임감 있는 인격적 기여이지 참여하지도 않고 수동적으로 관조하는 자세로 바라보며 규제 원리에 따라 해석하는 주관적 또는 충동적 개입이 아닙니다.

※ 참고자료 : 『아이러니스트: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EBS BOOKS, 2021)』

칼럼니스트 프로필/ 작품활동

유영만 칼럼니스트는 지식생태학자이자 한양대학교 교수로 활동 중이다. 유 교수는 한양대학교 대학원 교육공학 석사, 플로리다주립대학교 대학원 교육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삶으로 앎을 만드는 과정에서 철학자의 주장보다 문제의식이 주는 긴장감에 전율하는 경험을 사랑한다. 오늘도 삶의 철학자로 거듭나기 위해 일상에서 비상하는 상상력을 배우며 격전의 현장에서 현실을 매개로 진실을 캐내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아이러니스트』 『부자의 1원칙, 몸에 투자하라』 『책 쓰기는 애쓰기다』 『유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유영만의 파란 문장 엽서집』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한 줄의 글이 위로가 된다면』 『독서의 발견』 『지식생태학』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외 다수가 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