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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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용현 칼럼니스트]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흔히 철학자 스피노자의 명언으로 알려져 있는 말인데 웬일인지 우리나라에서만 그렇다. 오히려 유럽에서는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명언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학계의 시각은 누가 했던 말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그럼에도 저 명언이 유명한 이유는 뭘까? 아마도 일과 삶에 있어서 명확한 철학을 갖고 싶은 현대인의 마음을 반영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스피노자는 네덜란드에 정착한 유대인 집안 출신이었다. 신을 부정하고 유대교 교리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20대에 파문을 당해 유대교 사회에서 추방되었다. 이후 렌즈를 깎는 기술을 배워 생계를 유지했는데, 평생을 독신으로 보내다가 40대의 젊은 나이에 폐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혹자는 렌즈 가루를 많이 마셔서 그렇다고도 하는데, 렌즈와 상관없는 그의 가족이 대부분 폐병으로 죽은 것을 보면 그의 타고난 운명일지도.

스피노자에게 있어 '자유'란 자신의 본성에서 비롯되는, 자기 자신에 의해서만 행동이 결정되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완전한 자유는 오직 신만이 가능하기에, 불완전한 인간은 완전한 자유를 향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것을 그는 코나투스(Conatus)라고 불렀다. 그리고, 코나투스가 늘어나는 것을 기쁨, 코나투스가 줄어드는 것을 슬픔이라 부르기도 했다. 한때 그는 대학교수로 초빙 요청을 받은 적도 있는데, 이 완전한 자유를 위해 초빙도 정중하게 거절하고 평생 렌즈를 깎으며 살았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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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생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살아간다. 오직 나의 의지로 일을 선택할 수도 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지금 현재도 진행형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보다 더 나은 일을 위하여, 조금 더 행복한 일을 위하여 계속 선택을 저울질한다. 그렇게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방향을 결정하고 선택을 지속하게 만드는 요인을 '동기'라고 한다. 결국 사람들은 동기가 없으면 굳이 그 일을 선택하지 않는 셈이다. 심지어 범죄자를 수사함에 있어서도 제일 먼저 찾는 것이 범죄 동기가 아닌가.

리더십과 조직 문화에서도 '동기부여'는 중요한 주제여서 여러 가지 학문적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동기부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개인과 조직의 성장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커리어와 특히 연결되는 이론 2가지 정도를 꼽아보자면, 자기결정이론과 직무특성이론이 있다. 물론, 이 외에도 욕구이론이나 강화이론 등 동기부여를 설명하는 이론은 훨씬 더 많지만, 여기에서는 조직에서 '일하는 방법'과 관련된 내용 위주로 살펴보고자 한다.

자기결정이론은 '사람들이 자기 행동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고 싶어 한다'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즉, 이전에 즐겁게 했던 일일지라도 어떤 계기로 그것이 스스로 선택한 행동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느끼게 되면 동기부여가 감소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보상의 딜레마'라는 용어가 있다.

외부에서 인센티브로 주어지는 '외재적 보상'이 스스로를 뿌듯하게 여기는 내부의 '내재적 보상'을 약화시키는 현상이다. 또는, 청소년 시절에 공부를 하려고 맘먹고 책상에 앉았던 경험을 떠올려 보자. 그런데, 만약 그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듣게 되면 되려 공부하기가 싫어져서 반대로 반항했을 것이다. 즉, '일이 주는 재미'가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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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특성이론은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내재적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직무를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여기에서 직무의 5가지 핵심 특성이 있는데, 다양한 활동과 기능을 사용하는 '기술 다양성', 직무가 명시적인 목적과 결과를 포함하는 '직무 정체성', 조직 내외의 사람들과 업무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직무 중요성', 일에 있어 스스로 주도적 재량을 가질 수 있는 '자율성', 일의 과정에서 개선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피드백'이다. 이 특성들을 통하여 직무의 의미와 책임감, 지식을 확인하고 자신의 성장 욕구를 만족할 수 있어야 동기가 부여된다.

나도 위의 이론들을 바탕으로 조직에서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스스로 주도적으로 했던 일들에서 '내재적 보상'의 의미를 찾고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열심히 노력을 했었다. 특히, 직무와 관련해서는 기존에 하던 엔지니어 직무 외에 전혀 다른 역량을 필요로 하고 타인의 성장을 돕는 HRD 직무의 기회가 왔던 적이 있다.

그때 주저하지 않고 또 다른 길을 선택했던 계기가 지금의 내 모습인 강사와 코치로서의 삶으로 이끌었다. 지금 자신의 커리어에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내가 어떤 동기로 일을 하고 있는지, 더 나아가 후배의 커리어를 위해 어떻게 동기를 부여해야 할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김용현 칼럼니스트는 1인 기업 자기설계연구소 대표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에서 20년간 IT개발과 HRD 직무를 수행했고, 현재는 리더십 강의와 커리어 코칭을 통해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일을 돕고 있다. 저서로 <나는 인정받는 팀장이고 싶다>, <반퇴시대 나침반>, <반도체 전공면접 한번에 통과하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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