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엄혜경 칼럼니스트] ‘책 쓰고 싶다는 사람이 있는데 소개 시켜줄까?’, ‘내가 글을 좀 썼는데, 만들어 준다는 곳이 없네.’ 하는 요청과 하소연이 흔하다. 그렇게 내 주위에는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막상 책을 사서 읽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당장 우리 식구들을 보아도 책을 사는 사람은 나 하나, 온 집안에 내가 산 책만 가득하고, 나만 별종이다.

책을 읽는 사람보다 쓰려는 사람이 더 많은 세상, 이 아이러니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며칠 전 국제 도서전에 다녀오고는 조금은 희망이 생겼다. 오픈 전부터 나래비로 줄을 선 사람들, 부스마다 북적이는 사람들, 세상에는 책을 쓰려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직은 꽤 있다.

책으로 공부하는 사람도 많다. 대표적인 사람이 나인데, 메타버스가 궁금하면 먼저 메타버스 관련 책을 몽땅 산다. NFT가 궁금하면 또 그 책들을 주문한다. 주말에는 아이패드를 잘 쓰고 싶어서 아이패드 관련 책을 또 주문했다. 그러다 보니 산으로 쌓인 책 중에 아직 안 읽은 것이 많지만,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가 그랬다. “책은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고, 산 책 중에 읽는 거예요.” 많은 위로가 된다. 나 같은 독자만 있으면 책 시장은 연일 호황일 것이다.

출판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출판 관련 책도 잔뜩 쌓아놓고 보던 때가 있었다. 강의도 많이 들었다. 그중 기억 나는 강의가 있는데, “전 하루에 30분 일을 합니다. 아침에 주문 들어온 것 확인하고, 넣으면 끝. 출판사 하기 정말 쉬워요.” 그땐 정말 그럴 줄 알았다.

현실의 출판사 사장이 되면서 하루의 시작이 달라졌다. 매일 아침 눈뜨면 온라인 서점을 들어가 우리 책의 순위와 지수를 모니터한다. 그리고 각 서점에서 들어온 주문서를 확인하고, 물류센터에 발주를 넣는 것이 업무의 시작이다. 주문이 많으면 비가 와도 세상이 온통 환하고, 주문이 적으면 오늘처럼 맑은 날도 마음은 회색빛이다.

그뿐만인가? 출판사 사장이라 책밖에 눈에 안 들어온다. 인스타그램에서 우리 책은 어떻게 보이는지,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할지,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이야기하는지, 글 잘 쓰는 사람은 어디 있을까? 24시간 마케터 모드에 24시간 사냥꾼모드이다. 하루에 30분만 일해서 어떻게 출판사를 운영하는지 지금도 그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

책 만드는 일이 꽤나 매력적이다. 작가의 머리에서 입으로 나온 말은 허공에 흩어지지만, 작가의 머리에서 나와 글로 쓰여진 것은 차곡차곡 그의 모습이 되고, 그의 세계가 된다. 지니가 들어있는 요술램프처럼 책에는 작가의 마음이 담기고, 작가의 정신이 담긴다. 무형의 지식을 유형화하는 작업, 그것이 출판사가 하는 일이다.

최근엔 책을 쓰려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출판사를 해보고 싶은 사람도 많아졌다. N잡러의 시대에 두루두루 다양한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출판사를 하기도하고, 나처럼 내 책을 내가 만들려다가 출판사까지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출판사는 다른 산업보다 진입장벽이 낮아 누구든 출판사 신고하고, 사업자등록을 하면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 이후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 똘똘하고 정확하게 알려주는 가이드도 별로 없다. 너무 쉽다고 생각해서인가? 이런 정보의 사막에 어쩌다 들어와 맨땅에 헤딩하며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체험! 출판의 현장’ 궁금하지 않은가? 앞으로 그 맨땅 헤딩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그전에 출판사를 하려는 분들은 다음의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보길 바란다.

1. 진짜 책을 좋아하는지?

다른 무엇보다도 책이라는 매체를 좋아하지 않으면 이 업을 지속하기 쉽지 않다. 그만큼 기다림은 길고, 애가 타고, 아쉬움이 크다. 그럼에도 좋아하면 많은 것이 이해된다.

2. 작가와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었는지?

작가를 사랑해야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기다릴 수 있다. 사랑하는 작가의 말과 글, 그의 생각까지 사랑할 수 있고 있다면 그 책은 좋은 책이 될 것이다. 꼭 작가와 사랑에 빠져야 한다.

3.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를 받들 자세가 되었는지?

1인 출판사 대표 또는 편집자는 모두의 을이다. 같이 작업하는 갑님들의 컨디션이 좋도록 잘 받들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책이 나온다.

4. 점심 메뉴도 못 고르는 결정장애인가?

책 표지를 선택할 때, 용지를 정할 때, 홍보문구를 정할 때, 모든 순간이 결정이고, 그 결정의 책임도 짊어질 수 있어야 한다.

5. 긴장감을 이겨낼 수 있는지?

작은 바코드 오류 하나로 2천 권의 책에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 그 팽팽한 긴장감, 즐길 수 있는가? 그럼 출판업을 할 기본 자격이 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엄혜경 칼럼니스트는 여러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다가 거절당하자 아예 출판사를 차려버린 실행력만 강한 애드앤미디어 출판사 대표이다. 3년간 15권의 책을 만들고, 그중 다수는 베스트셀러로 만든 초심자의 운도 좋은 편이다. 지금도 출판업을 모르는 것이 장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출판사를 하며 여러 작가를 자신의 분야에서 우뚝 세우고 있고, 그 수를 늘려나가고 싶은 욕심이 크다. 저서로는 『맛있는 디자인 망고보드』, 『답답해 죽느니 내가 직접 만드는 SNS콘텐츠 with 망고보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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