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임요희 작가가 자기만의 시선으로 풀어낸 버건디 색 여행 50가지 에피소드와 그보다 많은 버건디 빛깔 사진들로 수놓아져 있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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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깊고 신비로우며 사랑스러운 빛깔, 버건디의 매혹 속으로 떠나는 색色다른 여행. 소설가이자 여행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임요희 저자의 여행 에세이 《버건디 여행 사전(큰글씨책): 여행의 기억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들(파람북, 2022.06.17.)》은 기존 여행 가이드와 여행 에세이와는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지구의 구석구석으로 다가간다. 

그녀의 여정 안에는 ‘미국 동부 5개 도시 패키지’나 ‘파리의 핫플레이스’, ‘홍콩의 맛집’ 따위가 등장하지 않는다. 

《버건디 여행 사전》이라는 제목처럼 ’버건디BURGUNDY라는 하나의 컬러에 몰입한 작가는 캐나다 토론토와 러시아 수즈달SUZDAL, 영국 스틴스퍼드STINSFORD, 태국 방콕의 무에타이 체육관, 홍콩 사이클로톤 자전거 대회를 비롯해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과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서울에서 발견해낸 버건디 색 여행을 펼쳐 보인다.

이 책은 임요희 작가가 자기만의 시선으로 풀어낸 버건디 색 여행 50가지 에피소드와 그보다 많은 버건디 빛깔 사진들로 수놓아져 있다. 임요희 작가의 말처럼 세상 풍속을 구경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의 의미는 이미 희미해진 지 오래다. TV와 유튜브가 절찬리에 상영해대는 온갖 세상들 너머로 떠나기엔 현실적 제약도 많다. 작가는 아주 특별한 곳을 찾아 떠나기보다 지금 자신이 머물러 있는 곳에서 가까운 특별함을 찾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넌지시 제안한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버건디였다. 화려한 건축에서 볼 수 없는, 웅장한 자연에서 찾을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버건디 컬러에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내 여행의 상당 부분은 버건디를 찾는 데 할애됐다. 조선의 궁궐을 방문하면 전각이나 누각보다 버건디를 먼저 보는 식이었다.

버건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파랑새를 찾는 일만큼 무모한 여정이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누구도 ‘진짜 버건디’를 본 적이 없지 않은가. 나 역시 버건디를 모방한 버건디 비슷한 색 속에서 버건디의 느낌을 상상할 뿐이었다. 오히려 그랬기에 버건디는 나를 끊임없는 매혹 속으로 몰아넣었다. _ 프롤로그, 중에서

버건디는 프랑스어 부르고뉴BOURGOGNE에 어원을 두고 있는 컬러 이름으로 사전에는 청색 기운이 도는 짙은 붉은색 혹은 적포도주 색이라고 적혀 있다. 고흐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에게 인간 내면의 ‘광기’를 드러내는 색으로 인식되었는데, 임요희 작가 역시 아름다우면서 끔찍한 색, 원초적이면서 세련된 색, 귀족스러우면서 신비로운 색, 원초적인 생명의 색으로 감각하고 있다.

여행 에세이 《버건디 여행 사전-여행의 기억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은 마치 백과사전처럼 가나다 순으로 버건디 빛깔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낸다. 첫 번째 ‘버건디 고무 대야’부터 마지막 50번째 ‘버건디 흔적’까지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중간 어느 지면부터 펼치거나 아예 거꾸로 책을 읽는다 해도 작가가 사색하듯 이야기하는 버건디 색 여행을 들여다보고, 나만의 버건디 빛깔 이야기를 떠올리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임요희 작가는 때로 어린 시절 고무 대야와 세발자전거처럼 먼저를 털어낸 추억을 풀어헤치고, 자신의 아린 사랑 이야기를 속삭이는가 하면, 낯선 여행지에 독자를 우두커니 데려다 놓기도 한다. 버건디 빛깔로 잔뜩 물들인 에세이와 별개로 보다 구체적인 여행 정보를 담고 있는 ‘여행 이야기’ 지면은 예상치 못한 보너스처럼 독자를 새로운 길로 초대한다.

[사진출처=파람북]
[사진출처=파람북]

저자 임요희는 소설을 쓰면서 책과 음식, 사람, 영화와 관련해 온갖 참견을 하고 있다. 만곡을 그리며 부드럽게 휘어지는 골목길에 열광하고, 유장하게 이어지는 긴 도로와 언덕길을 힘겹게 올라오는 모든 탈것, 사람을 응원한다.

마음속의 글자는 역설逆說, 기도祈禱, 고무鼓舞. 2010년 소설가가 되었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뉴스1, 트래블바이크뉴스 등에서 여행기자로 일했다. 현재 프리랜서 여행작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유튜브 ‘SBS 아나운서점’ 구성작가로서 책 읽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저서로는 소설집 『눈쇼』와 여행 가이드북 『리얼 홍콩』(공저),『버건디 여행사전』, 『오늘도 무사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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