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유영만 칼럼니스트] 줄탁동시(啄同時))라는 말이 있습니다. 밖에서 어미 닭이 달걀을 쪼고 달걀 안의 병아리는 밖으로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노력이 거의 동시에 일어날 때 달걀은 위대한 생명 탄생의 터전이 됩니다. 그렇지 않고 특히 어미 닭은 열심히 밖에서 자극을 주는데 안의 병아리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때 달걀은 타인의 힘으로 깨져버리고 프라이라는 요리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밖에서 쪼는 어미 닭은 스승의 설득적 열정에 해당하고 안에서 밖으로 나오려는 병아리의 안간힘은 제자의 발견적 열정에 상응합니다. 두 사람의 열정이 만나는 그 교차 지점에서 엄청난 창조의 불꽃이 튀면서 가르치고 배우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학문 공동체가 탄생합니다.

배우려는 열망과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가르침의 열정이 암묵적으로 공유되고 공감되는 가운데 학문 공동체의 연대는 더욱 튼실해집니다. 이런 학문 공동체를 마이클 폴라니는 연회(conviviality)라고 합니다.

인식과 관심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 상황이나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서로 다른 관점들이 충돌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노를 저어 간다는 느낌이 들 때 공동체 구성원은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낍니다.

함께한다는 공감대가 바탕에 흐르고 서로를 존중하고 존경하는 자세로 끝없이 대화가 이어지며, 자신이 이들과 함께한다는, 이 그룹에 소속되어 있다는 강한 연대감이 사람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굽니다. 이런 연회 속에 스승과 제자의 뜨거운 열정이 막 부딪히면서 불확실하지만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앎의 향연은 멈추지 않고 계속됩니다.

※ 참고자료 : 『아이러니스트: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EBS BOOKS, 2021)』

칼럼니스트 프로필/ 작품활동

유영만 칼럼니스트는 지식생태학자이자 한양대학교 교수로 활동 중이다. 유 교수는 한양대학교 대학원 교육공학 석사, 플로리다주립대학교 대학원 교육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삶으로 앎을 만드는 과정에서 철학자의 주장보다 문제의식이 주는 긴장감에 전율하는 경험을 사랑한다. 오늘도 삶의 철학자로 거듭나기 위해 일상에서 비상하는 상상력을 배우며 격전의 현장에서 현실을 매개로 진실을 캐내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아이러니스트』 『부자의 1원칙, 몸에 투자하라』 『책 쓰기는 애쓰기다』 『유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유영만의 파란 문장 엽서집』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한 줄의 글이 위로가 된다면』 『독서의 발견』 『지식생태학』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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