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 김영희의 육아일기⑪

[한국강사신문 김영희 칼럼니스트]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처음 들은 말은 평생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물론 구체적인 단어들은 금세 망각한다. 하지만 그때의 감성적 신호들이 각인된다. 들은 것뿐만 아니라 경험한 모든 것이 마치 동영상처럼 녹화되어, 잠재의식을 형성하고 아이의 행동에 은연중 반영된다.

갓난아이에게 굳이 유아어를 쓸 필요가 있을까? 내가 말하는 유아어란 ‘때찌, 맘마, 까까’ 등 주로 아이를 대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말한다. 난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일상 언어를 들려줘야 한다는 견해다. 나는 승우에게 흔히 쓰이는 유아어 대신 일상어로 말했다. 맘마 대신 밥이라고 했고, 때찌 대신 혼나야 겠네 라고 말했다. 반응은 물론 없었다. 그냥 엄마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대부분 나 혼자 말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가 승우에게 좀 더 다양한 언어를 들려주고 있다고 믿었다. 언어를 풍성하게 알려주고 싶었다. 다양한 화제를 찾아 새로운 단어로 바꿔가며 이야기를 건넸다.

나는 승우에게 책을 많이 읽어 주었다. 책 속에는 다양한 문장과 단어가 즐비하다. 아이의 귀를 풍요롭게 해야 한다. 단번에 그 성과를 바라면 안 된다. 차곡차곡 탑을 쌓아나간다는 생각으로 공을 들여야 한다. 나중에 아이 스스로 자신의 머릿속에 비축된 문장들을 꺼내어 활용하게 된다. 프랑스의 소아 정신 분석학의 권위자인 프랑소와즈 톨도는 “아기는 태어나기 전에 염색체에 기록된 유전적인 프로그램을 이어받고 아기의 개성 역시 부모의 심리적인 경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부모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영유아기 때 듣는 것들이 정서 형성에 영향을 준다. 유아어를 사용하다보면, 부모들 스스로도 어느 시점부터 일상어로 말해야 할지 애매모호해 진다. 만약 그런 상태가 이어지면 결과적으로 아이는 고급 언어 습득이 느리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동안 적응해 왔던 언어와는 별도의 새로운 언어를 새로 익혀야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일상어로 대화하면 그러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아이의 듣는 능력은 무한하다. 듣다가 말문도 트인다. 어디에서 자라든 아이는 그 환경에서 말을 습득하는 능력이 있다. 말은 듣기로부터 시작된다. 많이 들은 아이는 그만큼 언어습득 역시 빨라진다.

다음은 아이를 둘러싼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1920년 10월 17일 인도 동부 캘커타 마을의 늑대 굴 근처에서 발견된 늑대소녀 ‘카말라’에 대한 이야기다. 그녀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 8살이었다. 마치 늑대처럼 행동했다. 한밤중에 허공을 향해 울부짖고 두 손과 두 발로 기어 다녔다. 음식도 날고기를 물어뜯어 먹었다. 인간 고유의 DNA를 타고 났어도 어떻게 자라느냐에 따라 이렇듯 행동양식이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 소중한 아이들은 천부적 기질을 타고났다. 어떻게 기를 지는 부모의 몫이다. 만약 잠시라도 방심하면 갓난아이는 생명까지도 위협받는다. 귀중한 생명체인 아이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안전하게 자란다.

부모의 무관심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최선을 다해 보호해야 할 일이다. 우울증에 걸린 엄마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인지와 언어 발달에 지장을 받는다. 자신을 추스르기에도 힘들 테니 아이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을 것이다. 아이는 거의 방치 상태로 자라고 부

모와 비슷한 심리상태가 된다. 스킨십이 없고 애착도 부족하니 엄마와의 교감도 없고 소극적으로 자라날 가능성이 크다. 양육자의 환경이 아이에게는 절대적이다. 부모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한 아이로 큰다. 매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얘기다. 그래서 부모가 됨에도 충분한 학습과 준비가 병행되어야 한다. 학생 신분으로 공부할 때는 선행학습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작 자녀교육이나 부부와 관련한 선행학습은 왜 하지 않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나무 그늘을 이용하려면 20년 전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올바른 부모가 되기 위해 부모 역시 아이를 맞을 충분할 사전 지식을 준비해야 한다.

※ 참고자료 : 김영희의 『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가나북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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