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강은하 칼럼니스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월 달력도 절반이 지난 요즘, 지금까지 이 인사를 못 들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복을 빌어주는 인사이니 여러 번 들어도 어색하지 않다. 가장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담고 있는 새해 인사말이기도 하다. 새해 첫 명절인 설이 가까이 오면 사람들은 인사말을 다시 고민한다.

지난 연말에도, 연초에도 습관처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이미 주고받은 사이라면 인사말 고민은 더 짙어진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새해’만 입력해도 연관 검색어 1순위가 ‘새해 인사’, ‘새해 인사말’이다. 그 고민이 말과 글로 잘 표현되길 바라는 마음을 보태본다.

얼마 전, 식사 자리에서 메일로 받은 새해 인사가 화제였다. 두 사람이 각각 자신이 받은 인사말에 관해 이야기했다. 한 사람은 메일을 받고 나서 오히려 불쾌해졌다는 에피소드를 꺼냈다. 실수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에게 그 인사를 ‘돌려쓰기’하는 것 같아 보낸 사람이 애처롭기까지 하다고 했다. 단순히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니었고 수신인은 정확했지만, 메일 내용은 전혀 다른 ‘복사해 붙여넣기’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답장을 안 할 수도 없고, 답을 하자니 지적할지도 모르겠다 싶어 최대한 간결하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답장만 보냈다고 했다. 아무래도 그 사람은 인사할 사람이 꽤 많았거나, 인사를 하려는 의도는 좋았으나 세밀하게 고려할 시간은 없었나 보다. 생각보다 인사말은 쉽기도, 어렵기도 하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간단한 말이지만 의외로 때와 장소, 시간과 인사를 나눌 대상에 대해 ‘설계’하지 않으면 허공에 도는 혼잣말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감동적인 인사말을 자랑했다. 단순히 거래처로 알고 지낸 사람이었고, 작년 하반기에는 왕래도 없었던 그야말로 ‘일로 만난 사이’였는데 연초에 받은 문자로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다고 했다.

그 내용은 ‘작년 한 해 좋은 인연으로 도움 주신 덕분에 하반기에 많은 성과 낼 수 있었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일들도 계약하고 수주할 수 있어 고맙다. 당신 덕분이다. 새해는 반대로 자신이 꼭 도와드릴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라는 진심이 담긴 인사였단다. 눈에 그려지지 않는 복을 빌어주는 것보다 이렇게 지난 한 해 동안의 감사를 표현하며 그 모든 게 당신 덕분이라는 말이 진짜 ‘새해 인사말’이 되어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사람들의 마음에도 와닿은 좋은 말이 되었다.

그럼, 이렇게 마음에 닿는 인사말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유행어처럼 도는 ‘들숨에 건강을, 날숨에 재력을’ 대신 더 좋은 인사말은 없을까. 좋은 인사말은 다음 두 가지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 메시지 내용과 관계만 잘 살펴도 인사말 하기 어렵지 않다.

첫째, 말의 내용을 설계해야 한다. 인사말의 내용은 상대방에 대한 나의 관심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인사를 건넬 사람과의 관계에서 의미 있었던 일을 들어 연결하거나, 축하나 감사, 안부 등을 물으며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빌어주는 것이 좋다. 즉, “복 많이 받으세요”를 들을 사람에게 맞춰 각각 다른 버전으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빌어줄 복은 평소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알 수 있을 상대의 희망 사항이나 소원이면 더 좋겠다.

구체적인 관심을 두기 어려운 사이에서 대체로 ‘행복과 건강을 빕니다’라고 뭉뚱그려 인사를 하게 되니 거꾸로 생각해보면 ‘행복과 건강’이라는 대전제를 들을 사람에게 맞춰 구체화하는 것이다. 단, 인사말의 내용을 정할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새해 인사인 만큼 긍정적인 표현을 주로 담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작년에는 어떠어떠했지만, 올해는….’ 등의 다소 부정적이거나 이미 지나간 상대가 잊고 싶은 일을 다시 들추는 것은 때로 인사가 가진 본래의 맥락을 흐릴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말하고 듣는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라면 인사말이 크게 고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말하고 듣는 사람이 공적인 관계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친목 관계 사이의 인사는 자칫 실수하더라도 크게 문제 되지 않지만 일대 다수 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는 인사말 실수는 되돌리기 쉽지 않다. 신년사를 준비하는 기업 사장단이나 임원들이 반드시 원고를 준비해서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올해 목표나 비전을 공개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줄 것만 강조하고 요청하는 것보다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좀 더 세련되게 표현해보자. 이 목표를 세우기까지 구성원의 큰 노력 덕분이라고 시작한다면 한 명이라도 더 귀를 기울이게 만들 수 있다. 감사를 표현하는 ‘-덕분에’는 생각보다 청중의 주목도를 높이는 단어이니 꼭 활용해보자.

자주 만나는 사이, 얼굴 보는 사이는 아니지만, SNS나 메일로 자주 소통하는 사이, 오랜만에 연락하는 사이 등 관계에 따라 내용도 표현 방식도, 사용할 채널도 달라진다. 특히 직접 만나지 않았어도 SNS를 통해 친밀함을 느끼는 사이이거나 자주 댓글로 소통한 사이라면 ‘좋아요’표시만 누르지 말고, 새해 명절 인사만큼은 꼭 남겨보자.

여기서도 주의할 점은 단순히 이모티콘 하나 남기는 것은 인사를 안 하는 것만 못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맥락 없이 인사 이모티콘만 주고받는 것은 상대와 적어도 얼굴을 마주하고 본 사이에서나 쓰자. 장난스러운 이모티콘에 댓글이 없는 이유는 이 이모티콘만 남기는 본인만 잘 모르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인사말은 말이다. 꼭 짧은 말로 표현하는 것이 인사의 기능을 잘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새해 인사말이 아직 어렵다면, 가깝게 지내는 이들에게 문자나 문자 메시지로 우선 가장 기본 덕담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부터 시작해보자. 짧은 글로 주고받는 것이 어렵지 않다면 직접 따뜻한 목소리로 표현해보고, 그 말을 들을 대상에 따라 조금씩 변형하고 응용해보자. 생각보다 직접 말로 표현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늘 본론만 말하느라 인사말 횟수가 줄지는 않았는지 톺아보자. 이번 명절에는 이동하느라 수고한 자녀에게, 음식을 준비하느라 수고한 손길에, 건강하게 하루하루 잘 살아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서로 덕담을 나누자.

혹시 여기까지 읽으신 독자 중에 ‘인사말까지 고민해야 하느냐, 일상을 버티기도 힘들다’라는 생각이 드는 이가 있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가장 쉬운 인사부터 정말 쉽게 해낼 수 있다면 팍팍하게 버텨내는 일상이 조금씩 말랑말랑해질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은 잘 표현하면 할수록 관계를 다지는 뿌리가 된다. 그 뿌리가 단단해야 줄기도 자라고 잎도 무성해지고 열매도 잘 맺는다. 우리는 AI가 대신 글 써주는 시대를 살고 있다. AI가 미처 학습하지 못한 ‘진짜 마음이 담긴 인사말’은 당신이어야 할 수 있다.

꼭 마음 쓰고 싶은 사람이 떠오른다면 몇몇에만이라도 단체 문자 같은 인사 대신 나만의 인사로 표현을 바꿔보자. 이번 새해에 건네는 덕담과 인사가 그동안 팬데믹으로 자주 보지 못했던 시간의 어색함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올해부터는 조금 다르게, 조금 더 적극적으로 표현해보자. ‘당신의 말이 당신의 가치를 담도록!’

칼럼니스트 프로필

강은하 칼럼니스트는 새봄커뮤니케이션 대표이자 프리랜서 아나운서이다. ‘당신의 말이 당신의 가치를 담도록’이라는 사명을 갖고 2008년부터 스피치를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다. 주로 기관, 기업, 교원을 대상으로 스피치와 프레젠테이션, 미디어트레이닝을 강의하고 있다.

그간 새봄커뮤니케이션의 교육과 특강을 통한 누적 학습자는 10만 명을 넘었다. 강은하 대표는 KBS, CBS, SBS 등의 다양한 방송사에서 취재 리포터, 아나운서, 성우로 20년 남짓 일했고, 전문 프레젠터로 활동했다. 저서로 <온택트시대 비대면 말하기 수업>, <나의 첫 스피치수업(공저)>가 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