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이미숙 기자] 16일에 방송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1986년에 일어난 부천서 성고문 사건에 대해 다룬다.

[사진출처=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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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제작진이 이 아이템을 선택한 이유는 제 6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조연상을 받은 조현철 배우의 수상소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30여 년 전 일어난 성고문 사건과 한창 잘나가는 배우의 수상소감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당시 조현철 배우의 수상소감이 조금 특별하기는 했다. 투병중인 아버지를 다정하게 위로하면서 세월호의 아이들과 고 변희수 하사, 고 김용균 군과 고 박길래 선생님의 이름을 언급한 것이다. 작지 않은 울림을 준 이 소상소감을 들으며 '꼬꼬무' 제작진은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투병 중이시라는 조현철 배우의 아버지는 누구실까? 어떻게 이렇게 아들을 훌륭하게 키우실 수 있었을까?'

배우 조현철과 그의 형인 가수 매드클라운(본명 조동림)의 아버지는 고 조중래 명예교수다. 교통공학 전문가이자 1세대 환경운동가로 유명하신 분이다. 조현철 배우가 수상소감에서 언급했던 고 박길래 선생님은 상봉동 진폐증 사건의 피해자로, 조중래 명예교수와 환경운동을 함께하며 연을 맺었다. 박길래 선생님은 연탄제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리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해병'을 인정받게 되는데, 이 소송을 담당했던 사람은 조중래 명예교수의 친형인 조영래 변호사였다.

조영래 변호사. 그는 누구인가.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입학하고 사법고시를 1년 만에 패스한 천재이자, 언제나 사회적 약자 편에서 '무료로' 싸웠던 인권변호사이자, '전태일 평전'을 집필해 세상을 뒤집어 놓았던 사람이다. 43세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 더욱 아쉬운,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하는 '진짜 어른' 조영래 변호사가, 조카의 수상소감으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꼬꼬무' 의 아이템으로 선택된 것이다.

조영래 변호사가 담당했던 많은 사건들 중에, '꼬꼬무' 제작진은 부천서 성고문 사건을 주목했다. 사건의 피해자가 용기를 내 방송에 나서주었기 때문이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바로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였다.

1986년 여름, 서울대에서 제적당한 권인숙은 그 시절 많은 운동권 학생들이 그랬듯 신분을 위조해 공장에 취업했다가 경찰서로 끌려갔다. 죄를 인정하고 성실히 조사에 임했지만, 이상하게도 점점 강도 높은 신문이 이어졌다.

당시 크게 한건 올리고 싶었던 경찰들은 이 운동권 여대생의 입에서 인천 5.3 민주항쟁의 주동자들의 이름이 나오게 하는데 혈안이 되어있었다. 그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었던 권인숙 의원은 당연히 그 누구의 이름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경찰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사진출처=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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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믿을 수 없는 '그 일'이 벌어졌다. 경찰이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권인숙 의원을 상대로 성폭력을 고문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경찰서 내에서 벌어진 끔찍한 성고문에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온몸이 뒤틀리면서도 그녀의 마음은 명확했다.

그래서 만나게 된 사람이 바로 조영래 변호사였다. 언론은 침묵했고 가해자인 경찰과 이를 수사하는 검찰은 한통속인 상황이었다. '윗선'은 이미 성고문 가해 경찰을 기소유예로 처리하라 명령을 내렸다. 서슬 퍼런 5공 정권 앞에 용감히 맞선 스물두 살 권양과 '빵원짜리' 변호사 조영래. 세상에서 가장 불리한 재판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사진출처=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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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변호사’ 이야기는 작사가 김이나, 가수 치타, 개그맨 서경석이 이야기 친구로 함께 한다.

'언어의 마술사' 작사가 김이나가 장현성의 이야기 친구로 등장했다. 조영래 변호사의 글을 보고 감탄하던 그녀는 녹화가 끝난 후에도 한참이나 다시 읽어 보며 조 변에 대한 무한 존경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장성규의 이야기 친구로 눈을 뗄 수 없는 마성의 카리스마, 가수 치타가 등장했다. 등장부터 재치 있는 삼행시로 녹화장을 빵 터지게 한 그녀는 경찰의 악덕한 만행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입고 있던 자켓을 벗으며 열을 식혀야 했다.

장도연의 이야기 친구로는 '합격의 대명사' 개그맨 서경석이 자리했다. 순도 100% 솔직한 답변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던 그는 조영래 변호사가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뜨거운 눈물을 훔쳤다.

글로써 악과 맞서고 온 마음으로 약자의 편에 섰던, 슬프도록 처절했던 이야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70회 '나의 변호사' 편의 방송시간은 16일 목요일 밤 10시 30분이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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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래 변호사(프로필/도서) : 1947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 한일회담 반대, 6·7부정선거 규탄, 3선개헌 반대 등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졸업 후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중 전태일 분신항거를 접했다. 1971년 사법연수원에서 연수 중 이른바 서울대생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되어 1년 반 동안 투옥되었고, 1974년 민청학련사건으로 6년 동안 수배생활을 겪었다. 복권 후 1983년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사회개혁가이자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90년 12월 폐암으로 타계하였다.

『전태일 평전』은 저자가 수배생활 중 혼신의 힘을 다하여 집필한 책으로 서슬 퍼런 군사독재 시절 내내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던 저자의 이름은 1991년 1차 개정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조영래"로 밝혀졌다.

유고집으로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창작과 비평사,1991), 『조영래 변호사 변론 선집』(까치,1992) 등이 있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  :  주민등록증을 변조, 위장취업한 혐의로 경기도 부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권인숙(23살, 서울대 의류학과 4년 제적)이 이 경찰서 문귀동(文貴童) 경장으로부터 성적 모욕과 폭행을 당한 사건이다.

문귀동은 5·3 인천사태 관련 수배자의 소재지를 파악하기 위해 1986년 6월 6일 새벽 4시 30분경부터 2시간 반 동안, 그리고 7일 밤 9시 30분경부터 2시간 동안 권양에게 성고문을 가하며 진술을 강요했다. 사건발생 약 1개월 만인 7월 3일 권양은 문귀동을 강제추행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소하고, 5일에는 권양의 변호인단 9명이 문귀동과 옥봉환(玉鳳煥) 부천경찰서장 등 관련 경찰관 6명을 독직·폭행 및 가혹행위 혐의로 고발했으나, 문귀동은 사실을 은폐한 채 권양을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당초 검찰과 공안당국은 권양의 성모욕 주장은 「혁명을 위해 성까지 도구화하는」 급진세력의 상습적 전술이라며 권양을 매도하다가, 진상규명 및 공정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빗발치자 비로소 수사에 나서 진실을 거의 파헤쳤으나, 외부압력에 의해 사건을 고의적으로 은폐 축소, 8월 21일 문귀동에 대해 기소유예, 옥봉환 등 관련 경찰관 5명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9월 1일 권양의 변호인단 166명은 검찰의 결정에 불복, 인천지검에 재정신청을 냈으나 인천지검과 서울지검에서 잇따라 기각당한 데 이어 혐의 사실을 대부분 인정한 서울고법에서도 끝내 재정신청을 기각 당했다. 그 후 이 사건은 대법원에 재항고 계류 중 사건발생 3년여 만인 89년 문귀동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되었고 권양에게는 위자료를 지불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 사건은 진실확인 과정에서 공권력의 횡포와 부도덕성, 인권탄압의 실상을 폭로, 제5공화국의 종말을 앞당기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재야·정치권·종교계·여성계가 연합하여 <성고문 용공조작 범국민 폭로대회>를 개최하고 <부천경찰서 성고문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등 공동대처하는 과정에서 민주세력의 연대를 강화시켜 87년 민주화투쟁의 밑거름이 되었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정보 : 세 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가장 가까운 지인)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1:1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을 친구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사건의 의미를 재조명하여, 세세하게 알려주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을 전달한다. 출연진은 장성규, 장도연, 장현성이다. 공식영상, 편성정보, 시청률, 재방송 시간까지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새로운 형식의 시사/교양프로그램이다.

※참고자료: 부천서 성고문사건(한국근현대사사전, 2005. 9. 10., 한국사사전편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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