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한 AI 망막검사로 심혈관질환 위험도 예측
미래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을 예측하는 알고리즘 개발
The Lancet Digital Health(IF 24.519)에 연구결과 게재

[사진출처=강남세브란스병원]
[사진출처=강남세브란스병원]

[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국내외 합동 연구진이 최근 망막의 미세한 혈관 변화를 관찰해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를 예측하고, 이로부터 새로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AI 알고리즘은 국내 및 싱가포르, 영국에서 수집된 다인종 코호트 데이터로 검증 됐으며, 연구결과 망막사진으로 산출된 AI 위험지수가 심장 CT검사로 얻어지는 관상동맥 석회화지수와 동등한 성능으로 미래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을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롭게 개발된 망막기반 심혈관 위험지수는 심근경색, 협심증 등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어, 망막검사를 통해 비용 대비 효과적으로, 간단하게, 방사선 노출 없이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망막 사진으로부터 예측된 관상동맥 석회화지수를 활용한 딥러닝 기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평가’라는 제목으로 The Lancet Digital Health(IF 24.519)에 최근 게재됐다. The Lancet Digital Health는 세계적 의학 학술지 The Lancet의 자매지로서 디지털 헬스 분야의 연구결과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저널이다.

이번 연구에는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교수,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성하 교수, 안과 김성수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병권 교수, 그리고 싱가포르 Duke-NUS 의과대학 임형택 교수, 국내 스타트업 메디웨일, 필립메디컬센터 등이 함께 참여했다.

이상지질혈증의 유병률은 국내 성인 5명 중 2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높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2020년에 발간한 ‘Dyslipidemia Fact Sheet 2020’에 따르면 2007년 21.4%였던 유병률은 2018년 38.4%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우리나라 20대 5명 중 1명(20.7%)은 이상지질혈증을 갖고 있었다.

이상지질혈증은 건강검진을 통해 가장 많이 발견되는데, 이를 치료하고자 사용되는 방법은 지질강하 치료이다. 의료진은 피 검사를 통해 수검자의 몸속 지질인 총콜레스테롤, LDL/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을 측정하고, 이 중 한 가지가 정상수치를 벗어나면 지질강하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치료의 첫 단계는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위험도가 높으면 강한 치료, 중간이면 중등도 치료, 위험도가 낮으면 치료를 하지 않는다.

이 중 중등도 위험군 환자에서 치료 결정이 어렵거나, 확실한 위험 평가가 필요할 때 ‘심장 CT 검사’를 수행하고 ‘관상동맥 석회화지수’를 산출한다. 검사를 통해 관상동맥에 침착된 칼슘의 양을 측정·수치화해 향후 심근경색, 협심증 등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할지 예측한다.

관상동맥 석회화지수는 다른 비침습적 심혈관위험도 검사 중에서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을 가장 잘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심장협회는 피 검사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이들에게 심장CT 검사를 권고한다. 문제는 심장CT 검사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비용도 비싼 편이라 국내 일반 건강검진에서는 대부분 빠져있다. 미국에서는 $800(약 100만 원)까지도 비용이 발생한다. 또, 의료접근성이 낮은 국가에서는 환자들이 쉽게 받기 어려운 검사이다.

한편, ‘망막’은 인체 장기 중 유일하게 동맥과 정맥을 직접 의사가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1990년대 대규모 연구를 통해 망막에서 출혈, 부종, 혈관 이상이 있으면 심혈관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증명됐고, 고혈압 환자의 망막을 관찰해 고혈압성 망막병증을 확인하는 것은 고혈압 중등도 평가를 위한 국제 임상 치료지침에 포함돼 있다.

이에 본 연구 컨소시엄은 ‘관상동맥 석회화지수’와 ‘망막’간의 연관성을 파악하고자 인공지능(AI) 딥러닝을 적용해 좀 더 간단하고, 비침습적이면서 방사선 노출 위험이 없는 심혈관 위험도 평가 방법에 대해 2018년부터 연구를 진행해 왔다.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의 건강검진 자료 중 디지털 망막사진을 비식별화 작업을 거쳐 활용했다.

이후 스타트업 ‘메디웨일’에서 딥러닝 기법들을 적용해, 망막사진으로부터 관상동맥 석회화지수 유무를 판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더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심혈관 위험평가 소프트웨어인 AI 의료기기 ‘DrNoon for CVD’를 개발했다. 이 의료기기는 망막 AI 검사를 통해 심혈관질환 발생을 3개 군(저위험/중위험/고위험군)으로 나누고 의료진에게 치료 근거를 제시한다.

연구팀은 개발한 알고리즘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환자 정보를 디지털화해 잘 보존하고 있는 필립메디컬센터에서 외부검증도 거쳤다.

또 위험평가 도구의 검증을 위해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성하 교수팀의 전향적 코호트 ‘심뇌혈관질환 고위험군 맞춤예방’ 자료를 활용했다. 검증 결과 망막검사에서 ‘고위험’으로 판정받은 환자군과 관상동맥 석회화지수 검사에서 ‘고위험’으로 확인된 환자군이 동등하게 심혈관질환 및 사망이 발생했다.

이 위험평가 도구는 싱가포르에서 중국, 말레이, 인도 사람들을 상대로, 영국에서는 약 4만 8,000명의 UK 바이오뱅크 자료를 이용해 검증절차를 진행해, 임상 현장에서 위험평가 도구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다국적 평가를 통해, 연구팀이 개발한 위험평가 도구가 미국심장학회 고지혈증 치료지침에서 중등도 위험군 환자 중 치료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환자를 선별하는데 심장 CT 검사 대신 망막촬영을 활용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만들었다.

심장내과 박성하 교수는 “내시경, 피검사 등으로 비교적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조기암 진단과 비교하면 심근경색 위험의 조기 진단은 매우 어려우며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조기 진단 조기 치료의 효용성 등의 연구도 쉽지 않다.”라고 현실을 전했다.

안과 김성수 교수는 “망막사진은 안과에서 쉽게 촬영할 수 있어서 진단 솔루션을 도입할 경우 안과가 일종의 간이 건강진단 센터로서 역할을 가지게 될 것이다. 심장내과나 다른 일차 진료기관에서도 이를 확인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큰 환자를 조기 발견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필수적인 검사 수단으로 보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교수는 “이번 연구의 국내 협업 모델은 3개의 병원이 협업하고, 안과와 심장내과가 협업하고, 더 나아가 연세대 산학협력단과 스타트업 메디웨일이 협업해, 연구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연결한 연세의료원의 의료데이터 중심병원으로서 좋은 사업화 모델의 예”라고 전했다.

싱가포르 Duke-NUS 의과대학 임형택 교수는 “망막과 전신질환과의 연관성에 딥러닝을 적용하는 것은 아직은 초기 단계이다. 실제 임상 적용에서는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하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알고리즘은 최근 유럽에서 품목허가 인증을 받았고, 싱가포르에서는 인증 마무리 단계이며, 국내에서는 2020년 12월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돼 산업화 단계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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