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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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다른 건 다 가르쳐놓고 왜 쉬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느냐?” 15년 동안 오로지 골프에만 둘러싸여 화려한 골프여왕으로 등극한 박세리가 최근 부진에 빠져 아버지에게 한 항의의 말이다. “골프에 지쳤다. 이제 골프에서 잠시 빠져 나오고 싶다. 나는 골프 말고 다른 일상생활을 즐기는 게 필요하다.”

박세리의 이 한탄은 대한민국의 총체적 난국을 한마디로 요약해준다.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해서 전 세계를 무섭게 만들면서 돌진했지만 배고픔이 사라지니 더 이상의 지향점을 찾지 못하는 까닭이다.

한국사회의 진짜 문제 - ‘놀면 불안해지는 병’에 걸린 한국인들

이 책에서 김정운 교수는 우리나라의 진짜 문제는 경제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삶의 재미가 없는 집단 심리학적 질병, 즉 ‘놀면 불안해지는 병’이 진짜 문제라는 것이다. 여가문화라고는 폭탄주, 룸살롱, 노래방 빼면 상상하지 못하는 한국인 내면의 심리구조 밑바닥에는 행복과 재미에 대한 이중적 태도가 깔려 있다고 한다. 그러한 한국의 천박한 여가문화는 결국 개인은 물론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 중시되는 창의성은 심리학적으로 재미와 동의어라고 정의한다. 이 책은 잘 노는 사람이 창의적이고 성공한다는 막연한 주장을 다양한 문화심리학적 개념들을 통해 자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특히 한국사회의 가장 결정적인 문제인 의사소통의 부재를 놀이와 재미의 회복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어두침침한 곳에 숨어서 죄의식을 느끼며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사소하지만 누구나 다양한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사회가 진짜 경쟁력 있는 사회라는 것이다.

못 노는 386이 나라 망친다!

현재의 우리 사회는 분노와 증오로만 치닫는다. 김정운 교수는 그 가장 큰 이유를 386세대가 한국사회의 주류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1980년대 초의 군사독재 시절에 대학시절을 보낸 저자를 포함한 386세대는 재미와 행복을 추구하면 죄의식을 느끼도록 ‘의식화’된 세대이다.

자유, 민주, 평등이라는 수단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정작 그런 가치들의 목적이 되는 재미와 행복이라는 궁극적 가치에는 무지할 따름이다. 그런 이들이 한국사회의 주류가 되어 이 사회를 이끌어 가기에 이 사회에는 여전히 적개심에 가득 차 있을 뿐이다.

투쟁의 시대는 지났다. 참고 인내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이 아니다. 사는 게 재미있고 행복한 사람만이 성공하는 세상이다. 성공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한다는 역설적 주장은 신선하다.

[사진출처=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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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 교수 프로필 / 작품활동>

저자 김정운은 일과 삶의 조화를 중요시 하는 ‘휴테크’ 전도사이며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의식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문화심리학자이다. 문화심리학의 실용적 통합영역으로 여가학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한국 최초로 여가학석사MLS 과정인 여가정보학과를 개설한 바 있는 개척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딱딱하고 어려운 인문학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지식 에듀테이너이자 개그맨보다 더 웃기는 교수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62년(나이 60세) 태어나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비판심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독일 통일을 현지에서 경험하면서 생각이 바뀌어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의식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베를린 자유대학 심리학과에서 문화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의 전임강사로 초빙되어 강의와 더불어 발달심리학과 문화심리학과 관련된 여러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때 문화심리학의 세계적 석학들과 함께 『문화심리학KULTUR IN DER PSYCHOLOGIE』이라는 책을 책임 집필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노는 만큼 성공한다(21세기북스, 2021.06.0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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