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하 칼럼] 협업도 협상이다.

2025-02-14     최동하 칼럼니스트
[사진출처=픽사베이]

[한국강사신문 최동하 칼럼니스트] 최근 리더십 코칭을 하다 보면 협업에 관한 이슈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잘 안되고 있어서 고충이 있다. 협업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협업을 하자고 하는 측은 상대편이 협조를 안 해주어서 힘들고, 협업을 하자고 어디선가 요청을 받으면 무리한 요구 때문에 힘들다.

협업은 일을 같이 하는 것으로서 협력이나 협조가 잘 이루어진 상태나 결과를 의미하고, 그 과정에 협력 또는 협조, 그리고 협의 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협업을 한다는 것은 상호 협력이 잘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조직 내에서 또는 조직과 조직 간에 협력이 잘 안되고 있는 것인데 이는 상호 입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조직이든 연간 계획이 있고 평가 기준이 있기 마련인데, 느닷없이 부가적인 업무가 생기면 누구나 방어적이 되기 마련이다.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많은 경영 환경이기에 수시로 새로운 과업이 주어지고 프로젝트화하게 되면서 협업과 그에 따른 협력이 일상화 되었지만 늘 새롭고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단 먼저 입장을 내세우고 보호 모드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가다가 과업 결과 보고일이 다가오면, 할 수 없이 협력하는 액션을 취하면서 간신히 프로젝트를 마감한다. 이때 자주 나오는 멘트는 우리는 하자는 대로 했어, 당신들이 그렇게 해달라고 했잖아, 미리 얘기했어야지, 애초에 어려운 일이었어 등등 남탓이 기본이다. 이런 일을 매우 기술적으로 하기도 한다. 티 안나게.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이 과정에 나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 성실하게 회사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프로젝트 결과의 퀄리티는 기대 이하고, 그간 애쓴 보람도 별로 없고, 괜히 시간만 낭비해 원래 예정된 기본 직무에 좋지 않은 영향까지 있다. 이런 경험을 한두 번 하면 그때부턴 협업의 ‘협’자만 나와도 질색하게 된다.

보호의 갑옷이 더욱 두꺼워 진다. 그래서 입장을 밝히고 팔짱을 끼고 돌아 앉게 되는 것이 아닐까? 윗선에서 결정된 일이니 안 할 수 없다고 협박(?)을 해도 입장과 사정(새로운 일을 하거나 인력을 내줄수 있는 상황이 아닌)이 있으니 누가 뭐라고 해도 할 말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다가 하는 수 없이 하게 되고 앞에서 살펴본 상황이 반복되기도 한다.

​입장이 문제다. 입장만으론 서로 서 있는 곳이 다르니 협력이 될 수 없다. 저쪽 입장이 있으면 이쪽 입장도 있다.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을 뿐 그 다음이 없다. 왜냐하면 그 입장이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쪽도 그럴 만한 입장과 사정이 있고, 저쪽도 그럴 만한 입장과 사정이 있다. 그래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입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협상법의 고전으로 유명한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Getting To Yes)의 저자인 하버드대 명예교수 로저 피셔는 책에서 입장을 놓고 다투면 어리석은 결과를 낳는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현명한 해결책이란 입장이 아니라 이해관계(interest)를 조정하는 것이하고 했다. 여기서 이해관계란 무엇인가? 협상에 있어서 기본적인 문제는 상충되는 입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요구, 관심, 두려움 등의 차이에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입장과 사정 뒤에 있는 각자의 진짜 사정(속마음, 진짜 이유, 걱정거리, 이해득실 등)이다. 입장은 조정이 안되지만 이해관계는 조정 또는 주고받기가 가능하다. 양측이 상호 상대의 이해관계를 이해할 수만 있어도 서로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찾아올 이익을 위해 우선 양보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걸 협력적 협상이라고 한다.

​협업을 추진하면서 협상을 떠올려 본 적은 있는지 생각해 보자. 협상은 가격 협상이나 연봉 협상 또는 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 정도로 기억하고 있지 협업이나 협력을 도모할 때 협상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하긴 말이 협상이지 협업 진행 초기에 마음 졸이면서 설득을 하려 노력하는 것도 협상의 일환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협상의 기술을 몇 가지라도 알고 있는가이다. 이제 협상 역량은 리더십에 포함되어야 한다. 협업을 하는 경우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더가 협상력이 없으면 구성원이 고생한다. 일방적으로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주고받음이 이루어지고 결과적으로 윈윈(win-win)을 이루어 내는 역할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협상의 기술이 특별히 어려운 것은 아니다. 협상 전에 사안의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협상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 상대방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서로의 이익을 위한 창조적 대안을 모색하는 것, 협상이 결렬될 때를 대비해 최선의 대안을 생각하는 것(BATNA), 협상 시 합의할 수 있는 범위 정하기(ZOPA), 제 3자의 중재를 요청하기 등 큰 틀에서 보면 일반적인 소통의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협상에 관심을 두고 관련 책을 한두 권만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탁월한 협업을 이루어 내기 위해 협상을 통한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하나 더 있다. 협업 초기부터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다. 협상이라는 시공을 조성하면서 상호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협업의 프로세스를 만들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상호 합의된 문서를 그라운드룰의 명목으로 만들어서 공유하면 성공의 확률이 현저하게 높아질 것이다.

협업을 앞에 두고 입장만을 고수하는 시간 낭비는 모두에게 손해다. 조직에 있는 한, 주어진 상황 안에서 개인적 조직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 유익하다. 조기 퇴직이든 제2의 인생이든 준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 준비다. 협업의 시대에 협상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반드시 기억할 만하다. 협업엔 협상이 필요하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최동하 칼럼니스트는 15년 경력의 전문 코치이며 코칭 문화를 전파하는 코칭 운동가다. 퀀텀프로젝트라는 기업 전문 코칭 회사의 대표이며 상담과 코칭을 융합하여 서비스하는 케어마인 상담코칭센터의 공동 설립자이자 코칭연구소장이다. 현재 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협상코칭전공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코치협회의 인증정책 심의단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의 분야는 코칭리더십, 핵심인재양성, 코칭질문, 관계와 소통, 조직문화, 협업, 협상코칭, NLP코칭, 갈등과 조직, 진로설계, 인문학 등이며 저서로는 코칭의 역사(2015.공역) , VUCA시대의 조직문화와 피어코칭(2020.공역), 현장실전코칭(2021.공저), ICF코칭핵심역량(2021.공저), 최신코칭학개론(2023), KCA코칭역량해설서(2024.공저), 강의트랜드2025(2024.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