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일의 수면경제] ‘잠’이 이봉주 선수를 살렸다.

2025-07-28     황병일 칼럼니스트
[사진출처=tvN 유퀴즈]

[한국강사신문 황병일 칼럼니스트] “코를 고는 남편의 소리가 이렇게 감사할 줄 몰랐어요.”이 한마디에 수많은 고통과 회복의 시간이 담겨 있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 은퇴 후 꾸부정한 자세로 TV에 비친 그의 모습은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했다. ‘아~옛날이여’ 노래를 부르며 힘겹게 웃던 이봉주 선수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원인불명의 질병으로 신체 마비에 가까운 고통을 겪었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하루 24시간이 지옥 같았다고 고백한다. 병원 치료, 한방요법, 마사지, 약물치료 수많은 방법을 시도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의사의 권유로 신경차단 수술까지 받았지만, 하지만 결과는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었다.

사실 수술은 아내가 극구 반대했다. 하지만, 이봉주 선수는 “혹시나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수술을 선택했고, 결과는 아내의 예상대로 참담했다. 이일로 그는 고백했다. “앞으로 아내의 말은 죽을 때까지 들어야겠다.”

아내는 “원인을 모르니까, 우리가 해보자” 결심을 한다. 첫 시작은 다름아닌 ‘잠’이었다. 워낙 잠을 못자니까 잠부터 자게 하자. 아내는 어떤 치료보다 먼저, 잠을 자게 해야 한다는 직관을 믿었다.

제철 음식을 먹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부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음식과 오일을 찾아가며 꾸준히 마사지하며, 수면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갔다. 수면과 관련된 의학 서적을 찾아가며 지극정성으로 남편을 돌봤다.

그러던 어느 날, 10분, 20분 짧지만 분명한 잠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내는 오직 잠자는 시간을 늘리는 일에 온 마음을 쏟았다. 그리고 마침내, 남편이 코를 골며 잠자는 모습을 보게되었다. 바로 그 순간부터 ‘기적’이 시작되었다. 배가 따뜻해지고, 굳었던 몸은 조금씩 움직였다. 이후 신체활동의 가동범위는 점점 넓어졌고, 무기력과 통증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수면은 자연치유력의 바탕이다. 이봉주 선수의 사례는 우리에게 말한다. 각종 건강검진 검사 수치는 몸의 현재를 보여줄 뿐, 회복은 몸이 스스로 해낸다는 사실이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수면은 몸이 스스로를 회복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생리적 조건이다.

이봉주 선수의 회복은 단순한 의학적 치유 이상이다. 자율신경실조증, 자가면역 질환(루푸스 유사 증상), 극심한 신체 기능 저하라는 복합적 증상 앞에서, 수면은 마치 전신에 깃든 '자연회복 시스템'을 다시 작동시킨 버튼이고 엔진이었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뇌척수액의 순환, 면역 기능 회복, 호르몬 균형 조절, 정신적 안정 등 전신 회복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고통 속에서도 잠을 포기하지 않은 아내의 직관은, 결국, 수면이야말로 치유의 시작이라는 놀라운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잘 자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이봉주 선수의 회복기는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오늘 얼마나 잘 자고 있는가? 몸과 마음의 회복을 수면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는가? 병든 몸을 회복시킨 것은 약도, 수술도 아니었다. 바로 ‘잠’이었다.

자연의 이치와 연결되는 수면환경, 몸의 치유능력에 대한 믿음, 꾸준한 실천이 모여 만들어낸 기적, 어쩌면, 가장 먼저 치료해야 할 것은 병이 아니라, ‘잠’일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황병일 칼럼니스트는 수면경제 전문가로 한국수면관리협회 회장, 네이처슬립 수면코칭연구소 대표로 활동 중이다. 단국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박사과정 중이다. 수면전문브랜드 까르마 창업자다. 한국수면산업협회 이사로도 활동했으며, 매일경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현재 유튜브 ‘잘재남TV’를 운영하고 있다.

수상경력으로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우수논문상, 석탑산업훈장, 제40회 무역의 날 천만불 수출의 탑, 산업기술혁신대상 등이 있다. 저서로는 <우리에게 잠자는 8시간이 있다>, <나는 자다가 성공했다>  <베개 하나로 돈방석에 앉은 남자>, <인생을 바꾸는 숙면의 기술(역서)> 등이 있다.

집에 있을 법한 메모리폼 베개를 1999년 국내최초 개발을 시작으로 26년 동안 수면사업을 진행해 온 경험을 기반으로 ‘황병일의 수면경제’라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