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바이브 코딩 시대를 여는 세번째 황금키. 역할 부여와 페르소나 설정
생활 속에서 만나는 인공지능의 지혜로운 활용 방안 찾기
[한국강사신문 이용호 칼럼니스트] AI에게 역할을 주면 달라지는 놀라운 변화. 요즘 ChatGPT나 클로드 같은 인공지능을 써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창업 조언 좀 해줘"라고 물었는데 돌아오는 답변이 너무 뻔하고 일반적이어서 실망했던 적 말이다. "시장조사를 하세요", "자금을 준비하세요" 같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만 반복하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이 있다. 바로 AI에게 구체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같은 질문이라도 접근 방식을 조금만 바꿔보자. "당신은 20년 경력의 성공한 시리얼 창업가입니다. 세 번의 회사 매각 경험이 있고, 현재는 스타트업 멘토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초보 창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조언 세 가지를 해주세요"라고 질문하면 어떨까. 이렇게 하면 AI는 마치 실제 경험 많은 창업가처럼 "첫 번째 실패에서 배운 것은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과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이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라든지 "투자자들이 실제로 보는 것은 화려한 사업계획서가 아니라 실행력과 시장 검증 데이터입니다" 같은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AI가 학습한 데이터 안에서 해당 역할에 맞는 정보와 표현 방식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질문을 받으면 가장 무난하고 보편적인 답변을 생성하지만, 구체적인 역할이 주어지면 그 역할에 특화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답변한다. 마치 연극 배우가 대본을 받고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역할 부여의 효과는 전문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방법 알려줘"라고 물으면 "칼로리 제한과 운동을 하세요"라는 뻔한 답변을 받게 된다. 하지만 "당신은 15년 경력의 임상영양사입니다. 당뇨병 환자의 식단 관리를 전문으로 하며, 복잡한 의학 용어를 쉽게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라는 역할을 부여하면 완전히 다른 수준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혈당 지수가 낮은 식품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시되,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드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아침 공복혈당을 안정시키려면"과 같이 전문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조언이 따라온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페르소나 설정이라는 개념을 만날 수 있다. 역할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를 정한다면, 페르소나는 '어떤 성격과 특징을 가진 사람'인지까지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단순히 "당신은 영양사입니다"라고 하는 것보다 "당신은 10년 경력의 임상영양사 김건강입니다. 환자들에게 친근하고 격려하는 말투를 사용하며, 항상 실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조언을 제공합니다. 복잡한 의학 용어 대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표현을 선호합니다"라고 설정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런 상세한 페르소나 설정은 특히 지속적인 대화나 업무 자동화에서 빛을 발한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한다면 "당신은 5년 경력의 고객서비스 전문가 이친절입니다. 고객의 불만을 공감으로 먼저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제시할 때는 여러 옵션을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무조건적인 환불보다는 교환이나 다른 상품 추천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라는 페르소나를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환불하고 싶어요"라는 간단한 문의에도 "고객님,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혹시 사이즈나 디자인이 기대와 달랐나요? 교환을 통해 더 만족스러운 상품을 찾아드릴 수도 있는데, 어떻게 도와드릴까요?"처럼 전문적이고 세심한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업무에서 이를 활용할 때는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첫 번째는 일관성이다. 모순되는 특성을 한 번에 부여하면 AI가 혼란스러워한다. "엄격한 동시에 관대한", "보수적이면서 혁신적인" 같은 상반된 설정은 피해야 한다. 두 번째는 현실성이다. "노벨상 수상자이면서 동시에 20대"처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설정은 오히려 답변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세 번째는 목적성이다.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특성 위주로 설정해야 효과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할과 질문의 일치성이다. 요리 전문가에게 주식 투자 조언을 구하거나, 의료진에게 법률 상담을 요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각 분야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적절한 역할을 부여할 때 AI의 진가가 드러난다.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는 "10년 경력의 카피라이터, 브랜드 톤앤매너 전문가"로 설정하면 브랜드 특성에 맞는 글쓰기가 가능하다. 데이터 분석에서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전문가, 복잡한 데이터를 경영진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능력"을 부여하면 숫자 더미를 의미 있는 인사이트로 바꿔준다. 교육 자료 제작 시에는 "20년 경력의 중학교 교사, 어려운 개념을 일상 예시로 쉽게 설명하는 달인"이라는 역할이 효과적이다.
기업 환경에서 이런 기법들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고객 상담 챗봇, 내부 교육 자료 생성, 마케팅 문구 작성 등 다양한 업무에서 역할 기반 AI 활용이 업무 효율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특히 일관된 브랜드 목소리나 전문적인 톤을 유지해야 하는 업무에서는 필수적인 기법이 되어가고 있다.
결국 AI와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역할 부여와 구체적인 페르소나 설정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팁을 넘어서 AI를 진정한 업무 파트너로 만드는 핵심 요소다. 앞으로 AI가 더욱 발전하고 보편화되는 시대에서, 이런 기본기를 제대로 익힌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AI에게 적절한 역할을 부여하고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설정하는 연습을 시작해보자. 같은 도구라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연락 칼럼에서 소개하는 7개의 황금키 목록은 아래와 같다
1. 명확성과 구체성 (Clarity and Specificity)
2. 구조화와 구분자 사용 (Structure and Delimiters)
3. 역할 부여와 페르소나 설정 (Role Assignment)
4. 예시 제공 (Few-shot Prompting)
5. 맥락 제공 (Context Provision)
6. 출력 형식 지정 (Output Format Specification)
7. 단계적 사고 유도 (Chain-of-Thought)
칼럼니스트 프로필
이용호 칼럼니스트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칼럼니스트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40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황금키”,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