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일의 수면경제] 경제자산과 건강자산 우선순위에서 수면은 왜 뒤로 밀리는가?
[한국강사신문 황병일 칼럼니스트] 우리는 흔히 자산을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돈·부동산·주식 같은 경제자산, 다른 하나는 병원비 절약과 직결되는 건강자산이다. 그러나 이 두 축을 떠받치는 수면자산은 늘 후순위로 밀려난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벌고 건강을 지키려면 수면이 핵심임에도, 사람들은 잠을 줄이는 선택을 반복한다.
왜 수면은 늘 뒷전일까?
야근, 시험 준비, 새벽까지 이어지는 코인 시세 확인 속에서 사람들은 “잠은 조금 줄여도 괜찮다”는 합리화를 한다. 당장의 성과는 눈에 보이고 수입은 즉각 체감되니 뿌듯하다. 반대로 “오늘 밤 푹 잤다”는 사실은 이익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 가치는 과소평가되고, 눈앞의 성과는 과대평가되는 것, 이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현재편향(Present Bias)이다.
사람들은 장기적 이익보다 즉각적 보상에 더 민감하다. 오늘 밤을 새워 보고서를 제출하면 상사의 칭찬은 즉시 돌아온다. 그러나 충분한 수면이 면역을 회복시키고 심장을 보호한다는 사실은 5년, 10년 뒤에야 드러난다. 때로는 돌연사라는 황망한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선택은 언제나 ‘지금 당장’으로 기울어 있다.
수면부채는 복리로 쌓인다
수면부족은 단순한 피로 누적이 아니다. 빚처럼 쌓이고, 어느 순간 복리처럼 ‘질병이자’가 붙는다. 오늘의 한 시간 부족한 수면은 내일의 집중력 저하로, 병원비 증가로, 10년 후의 질병 발병률 상승과 돌연사 위험으로 돌아온다. 수면부채는 조용히 뇌와 심혈관계를 잠식하는 보이지 않는 부채다.
수면부채는 경제자산에도 직격탄을 준다. 집중력 저하로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병원비 지출은 늘어난다. “수면을 줄여 시간을 벌었다”는 착각은 결국 “경제와 건강을 동시에 잃었다”는 현실로 귀결된다.
행동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을 두세 배 더 크게 느낀다. 그래서 “잠을 자면 공부·일할 시간이 줄어 손해 본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동한다. 이는 엄연한 착시다. 수면부족으로 치르는 대가는 집중력 저하, 치료비 증가, 인간관계 악화 등 훨씬 더 큰 손실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수면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손실 회피 전략이다.
수면은 소비가 아니라 투자다
많은 이들이 수면시간을 소비하는 행위로 여기지만, 수면은 경제자산과 건강자산을 동시에 증식시키는 투자다. 7~8시간의 수면은 집중력, 의사결정력, 감정 안정성을 끌어올린다.
오늘 밤의 선택이 내일의 자산을 결정한다 . 결국 문제는 우선순위다. 수면을 미루고 경제자산이나 건강자산만 챙기려는 선택은, 결국 두 자산 모두를 잃게 만든다. 반대로 수면을 최우선에 두는 순간, 경제와 건강은 함께 증식한다.
오늘 밤, 몇 시에 잠을 잔다는 입면 목표를 설정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 이 작은 행동이 건강검진 결과를 바꾸고, 병원비를 줄이며, 경제자산까지 늘리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경제자산과 건강자산은 수면자산 위에서만 제대로 쌓인다. 수면을 후순위로 미루는 순간, 삶의 복리효과는 무너진다. 오늘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나는 돈과 건강을 위해 오늘도 잠을 미루고 있는가, 아니면 내일을 위해 수면에 투자하고 있는가?” 수면을 자산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 경제와 건강을 동시에 불려주는 첫걸음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황병일 칼럼니스트는 수면경제 전문가로 한국수면관리협회 회장, 네이처슬립 수면코칭연구소 대표로 활동 중이다. 단국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박사과정 중이다. 수면전문브랜드 까르마 창업자다. 한국수면산업협회 이사로도 활동했으며, 매일경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현재 유튜브 ‘잘재남TV’를 운영하고 있다. '수면이 자산이다' 슬립패시브인컴 SPI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수상경력으로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우수논문상, 석탑산업훈장, 제40회 무역의 날 천만불 수출의 탑, 산업기술혁신대상 등이 있다. 저서로는 <우리에게 잠자는 8시간이 있다>, <나는 자다가 성공했다>, <베개 하나로 돈방석에 앉은 남자>, <인생을 바꾸는 숙면의 기술(역서)> 등이 있다.
집에 있을 법한 메모리폼 베개를 1999년 국내최초 개발을 시작으로 26년 동안 수면사업을 진행해 온 경험과 배움을 기반으로 ‘황병일의 수면경제’라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