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SORA 2 쇼크. 영상 창작의 패러다임, 어떻게 변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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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이용호 칼럼니스트] 1년 전 SORA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압도적인 영상미에 전세계 영상제작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막상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발표한 영상의 품질을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물들로 많은 혹평도 받았지만, 그 뒤에도 runway, pika, kling 등 경쟁사들의 도약이 지속되었고 특히 구글의 veo3가 발표되면서 또 한번 동영상 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동안 조용히 칼을 갈고 있던 오픈 AI사가 SORA 2로 새로운 충격파를 안겨주었다. 이는 직전에 큰 파장을 일으킨 veo3와 비교해도 영상의 완성도 면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보였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단순히 그림 몇 장을 이어 붙이는 수준을 넘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물리 법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야기의 맥락을 유지하며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SORA 2의 등장은 창작의 문턱을 극적으로 낮추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지만, 동시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복잡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SORA 2가 보여주는 가장 놀라운 능력 중 하나는 현실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다. 기존의 AI 영상 모델들이 어색한 움직임이나 비논리적인 상황을 연출했던 것과 달리, SORA 2는 물리적 정확성을 높은 수준으로 구현한다. 예를 들어 농구 선수가 화려한 드리블 끝에 슛을 쏘는 장면을 요청하면, 공의 궤적과 선수의 무게중심 이동, 골대에 부딪히는 순간의 미세한 흔들림까지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심지어 ‘강아지를 업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처럼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복합적인 상황조차 각 요소의 상호작용을 그럴듯하게 계산하여 영상으로 만들어낸다. 여기에 뛰어난 언어 구사 능력까지 더해졌다. 한국어로 ‘80년대 감성의 레트로풍 우유 광고’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그 시절의 영상 질감과 촌스러운 듯 정겨운 말투의 내레이션, 당시 유행하던 글씨체의 자막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낸다. 이는 AI가 단순한 명령어 수행을 넘어, 특정 시대의 문화적 맥락까지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콘텐츠 제작 현장에 즉각적인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특히 짧고 강렬한 콘텐츠가 주목받는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SORA 2는 최적의 도구로 부상했다. 사회적 논란이 되는 인물을 풍자하는 짧은 영상이나, 서로 다른 영화 속 주인공들이 만나 대결을 펼치는 가상의 장면들을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이는 곧 ‘밈(Meme)’의 폭발적인 확산으로 이어진다. 광고 산업 역시 거대한 변화의 기로에 섰다. 과거 수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었던 광고 영상 제작 과정이 ‘우리 동네 빵집을 홍보하는 따뜻한 느낌의 영상’이라는 한 줄의 명령어로 단 몇 분 만에 완성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자본과 기술의 제약 없이 누구나 전문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창작의 주도권이 기술적 숙련도에서 독창적인 기획력으로 넘어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최근 큰 이슈를 불러온 ‘돌고래유괴단’의 APEC 2025 홍보영상에서도 많은 부분에서 AI 동영상 기술 접목된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눈부신 기술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가장 큰 논란은 단연 저작권 문제다. SORA 2는 특정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외형과 고유한 목소리 톤까지 그대로 복제해내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AI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창작물을 무단으로 학습했다는 강력한 증거다. 만약 사용자가 이렇게 생성된 영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기술을 제공한 기업과 그것을 사용한 개인 사이의 책임 공방은 피할 수 없는 법적, 윤리적 딜레마를 낳는다.
또한, 영상이 10초 내외로 제한되고 이야기가 갑자기 중단되는 기술적 한계와, 잠재적 위험을 막기 위해 특정 주제에 대한 표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엄격한 검열 정책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사회적 합의와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SORA 2는 인류에게 영상 창작이라는 영역에서 강력한 힘을 쥐여주었다. 이제 누구나 머릿속 아이디어를 현실로 불러올 수 있는 ‘창작의 민주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모든 강력한 힘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창작자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그리고 AI가 만든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진 세상에서 진실을 어떻게 분별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SORA 2가 여는 새로운 시대는 우리에게 무한한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술을 현명하게 통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안겨주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이용호 칼럼니스트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칼럼니스트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40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황금키”,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황금키』,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