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희의 교수법 인사이트] AI 공존 시대, 교수자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AI가 지식 전달을 대체하는 시대, 교육의 본질과 교수자의 새로운 역할 탐색
[한국강사신문 박숙희 칼럼니스트] 지난달 기업교육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교육생이 노트북을 열더니 챗GPT에 질문을 던졌다. “업무 성과 향상을 위해 직장인들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몇 초 만에 답이 나왔다. 그는 고개를 들어 내게 물었다. “AI가 이렇게 다 답해 주는데, 교육이 필요할까요?”
이 질문은 단순한 도발이 아니었다. 교육 현장이 직면한 근본적 위기를 드러낸 신호였다. AI가 내가 가르치는 지식을 즉각 제공할 수 있다면, 교수자의 존재 근거는 무엇인가? 20년 넘게 교육 현장을 지켜온 나조차 명쾌한 답을 내놓기 어려웠다. 교수자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할 시점이다.
교육의 전통적 구조는 명확했다. 지금까지 교수자는 지식을 소유한 자이고, 학습자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였다. 수천 년간 유지된 이 비대칭 관계는 정보의 희소성에 기반했다. 그러나 AI는 이 전제를 붕괴시켰다. 생성형 AI는 대부분 개념을 즉시 설명하고, 온라인 플랫폼은 전문가 수준의 강의를 무료로 제공한다. 지식 접근의 장벽이 사라진 것이다.
문제는 상당수 교수자가 여전히 정보 전달자로 역할 수행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방적 소통으로 수업 내용을 전달한다. 이는 인공지능 시대, 이미 대체된 역할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습자는 왜 여전히 교육의 장에 모이는가? 나는 이 물음을 평생교육과 기업교육 현장의 성인학습자들에게 던졌다. 답은 일관적이었다. “혼자서는 실행까지 가지 못합니다.” “방향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학습자가 원하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변화다.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것과 할 수 있다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존재한다. 이 틈은 단순한 정보나 지식 추가로 채워지지 않는다. 맥락에 대한 이해, 개별적 상황과 환경에 대한 성찰, 지속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바로 이 부분이 AI가 접근할 수 없는 교육의 본질이다.
AI 시대 교수자의 역할은 세 가지 축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첫째, 질문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학습자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대신 사고를 촉발시켜야 한다. “이 개념을 당신의 업무와 환경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 “이 방법론이 실행되지 않는 조건은 무엇인가?” 학습자가 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질문을 통해 학습이 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둘째, 성찰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학습은 단순한 정보 축적이 아니라 경험의 의미화 과정이다. 특히 성인학습자는 풍부한 직무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분석하고, 패턴을 발견하여 새로운 의미를 구성하도록 돕는 것이 교수자의 핵심 기능이다.
셋째, 연결 촉매자가 되어야 한다. 학습자와 학습자, 학습자와 실무 맥락, 이론과 실천 사이의 연결을 만드는 역할이다. AI는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것이 특정 맥락에서 왜 유의미한지, 어떤 조건에서 작동하는지는 교수자가 해석해야 한다. 특히 기업교육 현장에서 이론적 지식을 조직의 구체적 상황, 환경과 연결하는 작업은 그 현장을 잘 알고 있는 교수자만이 할 수 있다.
최근 평생교육 현장에서 만난 50대 학습자인 리더의 말이 이를 잘 드러낸다. “강사님, 저는 답을 듣고 싶은 게 아닙니다. 제 판단이 타당한지를 검증하고, 혹시나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실행할 용기를 얻고 싶습니다.” 이것이 성인학습자가 교육에 기대하는 진짜 가치다.
AI는 교육을 위협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육을 본질로 회귀시킨다. 교육의 본질은 정보와 지식 전달이 아니라 인간의 변화이다. 소크라테스가 산파술을 통해 보여준 것처럼, 교육자의 역할은 답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 내부의 앎을 끌어내는 것이다. 2,500년 전 소크라테스가 던진 질문이 지금 우리에게 다시 언급되는 이유이다.
AI가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은 AI에게 위임하자. 교수자는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학습자의 맥락을 읽고, 비언어적 신호를 포착하고, 개인적 성찰을 끌어내고, 실천을 통해 나아가도록 격려하고 공감하는 것, 이것이 AI시대 교수자의 역할이자 전문성이다. 교육은 소멸하지 않는다. 형태를 바꾸며 진화할 뿐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박숙희 칼럼니스트는 동의대학교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교수법전문가, 작가, 콘텐츠기획자, 퍼스널커리어디자이너, 크리에이터로 활동중이다. 개인과 조직의 변화 및 가치창조를 위한 교육과 코칭, 컨설팅 일을 하고 있다. 조직활성화, 조직문화 등 기업 HRD 교육 및 컨설팅과 지식창업, 경력개발을 꿈꾸는 개인에게 지식과 경험을 마케팅하여 성취 경험을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교육출판콘텐츠기획 더마니에듀 대표로 더 많이 가치를 나누고 더 많이 성장을 돕고, 더 많이 성공을 조력하는 기업의 사명 아래, 진정성 있는 가치를 교육 현장에 실천하고 있다.
삼성, 현대, 롯데, 코오롱, 한화, 볼보 등 유수의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출강 중이며 『액티브클래스』, 『경험, 기술, 스토리가 돈이 되는 시대, 지식경영리더십』, 『인생이 바뀌는 말버릇』, 『꼰대탈피리더십』, 『왠지 모르게 끌리는 사람의 30가지 비밀』 등의 저서가 있다.
대한민국 최초 액티비티교수법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특허청 상표 출원까지 하여 ‘교수법전문가’, ‘강사들의 강사’로 불리게 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박숙희의 교수법 인사이트]라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