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AI가 웹을 집어삼킨다,  ChatGPT 아틀라스가 여는 미래

생활 속에서 만나는 인공지능의 지혜로운 활용 방안 찾기

2025-11-06     이용호 칼럼니스트
[ChatGPT 아틀라스, 이용호 그림 by Gemini]

[한국강사신문 이용호 칼럼니스트] 우리는 매일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도서관을 탐험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종종 번거롭다. 강의 자료를 보다가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그 단어를 복사해 새 탭을 열고 검색 엔진에 붙여넣는다. 여러 쇼핑몰의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수많은 창을 동시에 띄워놓고 정보를 일일이 대조한다.

우리는 이 '탭 건너뛰기'와 '복사-붙여넣기'의 반복 작업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만약 브라우저가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미리 알고, 그 모든 과정을 대신해준다면 어떨까. 최근 OpenAI가 공개한 'ChatGPT 아틀라스'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검색창 옆에 채팅창이 달린 브라우저가 아니라, 브라우저 자체가 인공지능 비서로 작동하는 새로운 개념의 등장을 알린다.

아틀라스가 제시하는 첫 번째 변화는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기존 브라우저는 우리가 보고 있는 웹페이지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틀라스는 현재 화면의 텍스트와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파악한다. 예를 들어, 한 고등학생이 온라인에서 복잡한 화학 반응식 강의를 보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전이라면 어려운 부분을 따로 복사해 ChatGPT 창에 질문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냥 아틀라스에게 "지금 화면에 나오는 이 반응식을 고등학생 수준에서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줘"라고 말하면 된다. 브라우저가 이미 학생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브라우저 메모리'라는 기능은 AI의 기억력을 웹 서핑에 접목한다. 우리가 어제 방문했던 사이트, 그제 검색했던 내용을 AI가 기억하는 것이다. 물론 이 기억은 사용자의 통제 아래 있다. 만약 한 사용자가 주말 부산 여행을 위해 며칠간 기차표와 숙소를 검색했다고 하자. 사용자는 아틀라스에게 간단히 지시할 수 있다. "내가 지난 3일간 찾아본 호텔 목록과 KTX 시간표를 바탕으로, 예산 30만 원에 맞는 1박 2일 여행 계획을 짜줘." 아틀라스는 과거의 탐색 기록이라는 맥락을 활용해 완전히 개인화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는 흩어져 있던 정보의 파편을 AI가 의미 있는 하나로 꿰매주는 과정이다.

아틀라스 기능의 정점은 '에이전트 모드'다. 이는 AI가 단순한 정보 제공자를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단계다. 이전의 AI가 요리법을 찾아주는 데 그쳤다면, 에이전트 모드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사용자가 마음에 드는 저녁 메뉴를 고른 뒤 "이 레시피에 필요한 재료 중 우유와 달걀을 제외하고, 내가 자주 이용하는 마트에서 주문해 줘"라고 명령할 수 있다. AI는 스스로 웹사이트에 접속해 재료를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 직전 단계까지 작업을 마친 뒤 사용자의 최종 확인을 기다린다. 여행 계획을 짜는 예시에서도, 단순히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계획대로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해 줘"라는 명령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우리가 인터넷을 '검색하는' 방식에서 '작업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근본적인 전환이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물론 이처럼 강력한 기능은 그만큼 큰 책임과 위험을 동반한다. 내 모든 방문 기록을 기억하고, 나 대신 주문까지 하는 AI 비서라니, 개인정보 유출이나 보안 문제가 걱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OpenAI 역시 이 점을 인지하고 있다. 브라우저 메모리는 사용자가 원할 때만 작동하는 선택 사항이며, 방문 기록을 삭제하면 관련 메모리도 즉시 파기된다.

또한, 사용자의 웹 서핑 내용은 기본적으로 AI 모델 학습에 사용되지 않으며,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동의해야만 활용된다. 하지만 에이전트 모드의 위험성은 여전히 남는다. 만약 악의적인 웹사이트가 AI 에이전트를 속이는 숨겨진 명령어를 심어둔다면, AI가 의도치 않게 개인정보를 전송하거나 잘못된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마치 배달 로봇에게 가짜 주소를 알려주는 것과 비슷하다. 개발사 측은 금융 사이트에서는 작동을 멈추는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새로운 기술에는 늘 새로운 유형의 위협이 따르기 마련이다.

ChatGPT 아틀라스의 등장은 웹 브라우저 시장의 경쟁을 넘어, 우리가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 자체의 변화를 예고한다. 지난 20년간 우리가 웹에서 정보를 '찾는' 법을 배웠다면, 앞으로의 20년은 AI 비서에게 일을 '시키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물론 편리함의 이면에는 데이터 통제권과 보안이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기술의 발전을 무조건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기보다, 이 새로운 '슈퍼 어시스턴트'를 어떻게 현명하게 통제하고 활용할 것인지 깊은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검색의 시대가 저물고, 이제 '수행'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이용호 칼럼니스트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칼럼니스트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40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황금키”,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황금키』,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