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작품으로 만들다” 크래프트 코칭 이정숙을 만나다

윤코치가 만난 코치(31) 이정숙 코치

2025-11-21     윤선동 기자

[한국강사신문 윤선동 기자] 최근 코칭분야는 인생의 첫 번째 직업으로 코치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나, 여전히 다수의 코치는 인생 2막에 들어서면서 코치라는 직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36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크래프트 코칭’이라는 또 다른 인생의 장을 여는 이정숙 코치를 윤코치가 만난 코치 인터뷰로 만났다.

이정숙 코치는 현재 크래프트 코칭(Craft Coaching) 대표이자 KPC 코치이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시험 심사위원으로, Avatar® 마스터, 한국수퍼비전아카데미 파트너코치이기도 하다. 한국사토리(주)에서 이사로 재직했으며, 라이프 코칭, 임원 및 중간관리자 일대일 코칭과 팀 코칭, 그룹 코칭을 하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전문직여성한국연맹(BPW)의 총무이사직을 역임하고 있다. tbn 강원교통방송 강원매거진 정보카페 코너에 출연하고 있으며, 최근 『잡 크래프팅』 공역서를 출간하였다.

Q.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일본 반도체 무역상사의 한국법인에서 36년간 근무하고, 올해 6월에 퇴직한 이정숙 코치입니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사한 회사에서 임원으로 퇴직하다 보니 다양한 경험과 성과가 있었네요. 

입사 첫해에만 받을 수 있었던 신인상을 일본 본사에서 수상했던 일부터, 30여 년 전에 글로벌 NGO 단체인 (사)전문직여성한국연맹(BPW)에 가입하여 다양한 분야의 전문직 여성들과 교류하며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경험까지, 저를 지지하고 성장시켜준 회사와 BPW까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코칭과의 인연은 제2의 인생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2015년에 한국코치협회 인증전문코치(KPC)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2019년에는 의식 개발 프로그램인 ‘아봐타’의 마스터가 되어 내면의 신념을 탐색하고 관리하는 도구로 저의 삶을 더욱 주도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으로 퇴직 후 바로 전문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이 아주 행복합니다.

Q. 코칭 입문계기와 코칭철학은 무엇입니까?

아들이 중학생이 되니 사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여러 가지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접하고자 노력했는데, 마침 청소년을 사랑하는 코치들의 모임의 세미나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들과 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참석했고, 아들에게 수년간 학습 코칭을 받도록 도왔습니다. 저도 그와 동시에 코칭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사회인이 된 아들은 코칭을 받았던 그 시절을 추억하며, 부모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코치님이 들어주셔서 사춘기를 잘 넘겼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들 덕분에 제가 코치가 된 셈이죠.

저의 코칭철학은 ‘고객의 존재를 판단/분별없이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입니다. 모든 사람은 이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과 잠재력을 내면에 지니고 있으니까요. 고객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고, 코칭 대화 시에도 ‘인간은 본질적으로 완전하다’는 마음으로 임합니다. 고객이 어떤 모습이든,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든, 그대로 받아들이는 무조건적인 수용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Q. 회사 이름이 ‘크래프트 코칭’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크래프트’ 는 장인의 정성과 섬세함을 의미합니다. 크래프트 코칭은 단순한 코칭을 넘어, 각 개인의 특성과 상황에 맞춘 맞춤형 성장 설계를 지향하고,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유연성으로 삶과 일을 재창조하는 코칭을 의미합니다. 저는 고객이 내면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하나의 작품처럼 정성스럽게 빚어가는 여정을 함께하는 코칭 파트너입니다,

Q. 코치로 활동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나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입니까?

유난히 네러티브가 많았던 고객이 기억납니다. 온전히 코칭의 장에 임하여 고객의 말을 충분히 들으며 공감하고 지지해 드렸던 코칭이었어요. 코칭이 거듭되면서 고객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고 마음의 평온을 찾는 모습을 보며 코치로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특히 이 코칭은 선배 코치님께 수퍼비전을 받으며 진행했던 터라, 제 코칭을 되돌아보고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코칭이 거듭될수록 고객은 점차 자신의 내면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마음의 평온과 자기 수용을 경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고객이 ‘이제는 제 이야기를 제가 품을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을 때, 저는 코치로서의 존재 이유와 이 일이 지닌 깊은 의미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어요. 그 순간은 제게 큰 보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는 아봐타 마스터이기도 한데요, 개인의 제한된 신념을 걷어내고 좋은 신념을 관리하고 의식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입니다. 코칭 장면에서 아봐타 기법을 사용하면서 온전히 고객이 의식을 다루는 것을 도왔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출처=한국코칭수퍼비전아카데미]

Q. 이번에 출간하신 ‘잡 크래프팅’ 소개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의 개념은 브제스니에프스키Wrzesniewski와 더튼Dutton(2001)에 의해 처음으로 제시되었습니다. 그들은 잡 크래프팅을 ‘개인의 일의 경계 또는 관계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물리적, 인지적 변화’로 정의했는데요, 쉽게 표현하면 ‘개인이 자기 일을 보다 의미 있고 즐겁게 만들기 위해 능동적으로 일의 구조를 재설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잡 크래프팅 활동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과업 크래프팅으로, 본인이 수행하는 과업의 범위, 순서, 시간 배분 등을 스스로 변경하여 업무 방식을 개선하는 활동입니다. 두 번째는 관계 크래프팅입니다.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동료, 상사, 고객 등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형성하거나 개선하는 활동입니다. 세 번째는, 인지 크래프팅으로, 업무에 대한 자기 생각이나 관점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일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부여하는 활동이 포함됩니다.

잡 크래프팅은 ‘일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방식’을 바꾸는 데 초점을 둡니다. 예를 들어, 반복적인 업무 속에서도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거나, 동료와의 관계를 재정립함으로써 협업의 즐거움을 높이는 것, 혹은 일의 목적을 재해석하여 개인의 가치와 연결하는 것 등이 모두 잡 크래프팅의 실천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처럼 일에 대한 만족도가 낮거나 번아웃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시대에는, 조직의 구조적 변화 없이도 개인이 주도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실질적인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퇴직을 준비하면서 저의 코칭 도구를 찾던 중에 잡 크래프팅이라는 훌륭한 개념을 접했습니다. 마침 출판사로부터 일본의 저명한 학자들이 출간한 잡 크래프팅 도서를 제안받아 번역 출간하게 되었어요. 번역을 하다 보니 직장생활 36년간의 경영총괄지원 업무 자체가 잡 크래프팅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고 크래프팅 코칭으로 전문코치로서 방향을 잡게 되었으니 운이 좋았지요.

[사진출처=크래프트 코칭]

Q. 코치님이 생각하는 ‘코치의 핵심역량 3가지’를 꼽는다면?

모든 역량이 중요하지만, 저는 코칭 마인드셋, 신뢰와 안정감 조성, 코칭 프레즌스를 중요시합니다. 먼저, ‘코칭 마인드셋’은 코치로서의 존재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고객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판단이나 해석 없이 그 존재 자체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다음으로, ‘신뢰와 안정감 조성’입니다. 코칭을 하다 보면 고객이 자신의 진실을 마주하고, 때로는 취약한 감정까지도 드러내게 됩니다. 그런 만큼 코칭 관계 안에서 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되어야만 고객은 온전히 자신을 열고 탐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코칭 프레즌스’입니다. 고객의 말과 감정,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필요할 때는 침묵 속에서도 함께 머무를 수 있는 내적 여유와 민감성을 키우고자 노력합니다. ‘지금 이 순간, 고객과 함께 존재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점검하며, 고객이 자신의 내면에 깊이 닿을 수 있도록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추구합니다.

Q. 코칭에서 이것만은 제발 안 했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코칭을 진행하면서 제가 특히 주의하고자 하는 점은, 고객의 대화와 저의 질문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고객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려는 순간에 코치가 말을 던지면, 그 흐름이 끊기거나 고객의 내면 탐색이 방해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질문이 부족한 것 같아 추가 설명을 하려는 순간이나, 고객의 침묵이 길어져서 ‘이제 말을 해도 되겠다’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고객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겹침은 고객에게 ‘충분히 말할 공간을 주지 않았다’라는 인상을 줄 수 있고, 코칭의 장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끝으로, 향후 계획이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요즘에 회사 생활에서 다져온 저의 노력이 퇴사 후에도 빛을 발하는 것을 느낍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코칭 역량을 쌓아온 덕분에 퇴직 후 쉼 없이 달려가고 있어요. 곧 잡 크래프팅 프로그램과 팀 코칭 프로그램이 완성됩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단단한 이론을 바탕으로 제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느낀 조직의 변화와 개인의 성장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설계했습니다.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도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년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퇴직이 저에게는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그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코칭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제 역량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배우고 나누며,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돕는 코치로서의 길을 성실하게 걸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분야가 달라도 깊어지면 통한다던가? 36년간 한 직장에서, 30년 동안 하나의 봉사단체에서 활동한 은근과 끈기를 가진 사람의 미래는 어떠할까? 긍정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고객과 조직의 맞춤형 성장을 돕는 크래프트 코치로서 인생 제2막을 향해 힘차게 뛰고 있는 이정숙 코치의 앞으로의 30년을 설렘과 기대감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