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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한상형 칼럼니스트] 물이 가득 담겨져 있는 욕조가 있다. 욕조의 물을 빼려고 하는데, 옆에 양동이 하나와 수저 하나가 놓여 있다. 당신은 어떤 것으로 물을 빼겠는가? 양동이로 물을 빼겠다고 생각하는가? 글쎄, 나라면 욕조 마개를 빼겠다. 이것은 간단한 난센스 퀴즈다. 하지만 사람들은 문제가 제시하는 틀 즉, 양동이 하나와 수저 하나라는 틀에 대부분 갇혀버리기 마련이다. 주어진 틀에서 벗어나 틀 밖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이다.

한 낚시꾼이 호숫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낚시를 하는 모습은 다른 평범한 낚시꾼들과는 조금 달랐다. 오른손에는 낚싯대를 들고 왼손에는 20cm의 자를 들고 있었다. 낚싯대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왜 자를 들고 있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궁금하게 생각한 지나가던 한 남자가 발길을 멈추고 그에게 물었다. 낚시꾼은 자를 흔들며 쑥스러운 듯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물고기를 잡을 때마다 20cm의 자로 물고기 길이를 잽니다. 물고기의 길이가 자보다 길면 버리고 짧으면 여기 냄비 그릇에 담지요.” 그 남자는 낚시꾼의 말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무슨 해괴한 행동입니까? 덩치 큰 물고기는 쉽게 잡지 못할 월척인데 왜 전부 버린단 말입니까?” 그러자 낚시꾼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자보다 길면 물고기를 먹을 수가 없어요. 냄비의 지름이 20cm밖에 안 되거든요.”

낚시꾼의 대답에 기가 막힌다는 듯 그 남자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곁을 떠났다. 얼마나 큰 물고기를 잡을지가 아닌 자신의 자와 냄비에 맞는 물고기만 잡아야 한다는 틀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낚시꾼의 잘못된 인식의 틀로 인해 그는 손에 들어온 월척들을 일부러 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었던 것이다.

낚시꾼이 가지고 있던 자와 냄비는 그의 사고 틀을 딱 20cm로 제한해 버리고 더 확장할 수 있는 사고의 틀을 아예 차단해 버린 것이다. 이 우스꽝스러운 일화는 단순하지만 분명한 교훈을 준다. 물고기는 우리의 생각과 아이디어, 냄비는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이자 사고의 틀을 비유하고 있다. ‘나의 생각이 얼마나 독창적이고 창의적인가’보다 ‘이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생각이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결국 내 것이 될 수는 없다.

사람들에게 “무지개 색깔이 몇 개나 되죠?”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네. 무지개 색깔은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이렇게 7개죠.”라는 대답을 가장 많이 할 것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무지개의 색깔은 7개를 훨씬 넘는다. 예를 들어 빨간색만 보더라도 비슷비슷한 색깔이지만 조금씩 다른 수많은 색깔들로 구성되어 있다. 물리학에서 보면 무지개는 수많은 색깔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져있는 스펙트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무지개 색깔은 7개’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람들이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되도록 단순화시키고자 하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지개는 물리학에 따라서 수많은 색깔들이 모인 스펙트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 머리가 너무 복잡해진다. 파란색만 해도 진한 파란색, 연한 빛을 띠는 파란색 등 수많은 색이 존재한다. 이렇게 복잡한 체계를 굳이 머리를 써가며 알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무지개 색은 7개’라고 하나의 틀을 만들어서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꺼내어 사용하는 것이다.

천재들은 평범한 사람에 비해 다양한 틀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바둑이나 장기를 잘 두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상대가 두는 수와 자신의 두는 수를 더 많이 더 다양하게 기억하고 있다.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각양각색의 틀을 만들어 기억해 놓았다가 적절한 시기에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틀만으로 살아가는 것은 부정적인 결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틀 안에서 생각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틀 밖의 다른 생각을 하기도 힘들고 받아들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란 내가 생각하는 틀 밖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창의적이고 참신한 발상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또 다른 하나의 의미를 불어넣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상형 칼럼니스트는 공군사관학교 전자공학 학사, 경희대학교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공군사관학교 군사학 교수, 공군 리더십센터 리더십 강사, 창의력연구소 창의적人 대표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 한국강사신문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늘 고정된 틀을 벗어난 발상의 전환으로 어려운 문제를 쉽게 접근하고 해결하는 스토리텔러다. 저서로는 <톡!톡!톡! 생각을 디자인하라>가 있으며, 공연활동으로 <크리에이터와 함께하는 뮤지컬 콘서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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