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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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유여림 칼럼니스트] 5미터 높이의 담장 안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소원인 사람들과 그들을 한 선량한 시민으로 사회에 돌려보내는 일에 힘쓰는 교도관이 있다. 오늘은 사랑과 사명감으로 38년여 교도관으로서 일했던 이덕순 교도관을 만났다. 그녀는 상처 입은 수용자들을 하나님이 ‘그녀에게 안전하게 맡긴 선물’이라 했다. 이덕순 교도관이 그들을 선물로까지 여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녀의 아버지는 “서울 가면 교회에 가라. 그럼 나쁜 길로 빠지지 않는다”라며 그녀에게 말했다. 아버지는 인천에서 군대 시절에 휴가 때, 집에 갈 차비가 없어서 집에 가지 못하고 교회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서울 가면, 코 베어 간다’라는 시절에 아버지는 딸을 서울에 보내며 걱정이 되었다. 아버지는 딸이 교회에 다니면 그나마 서울에서 안전한 생활을 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녀는 서재에 있던 찬송가 책과 예수님이 양을 몰고 가는 그림의 책자가 기억이 났다. 아버지가 군인이었을 때 교회에서 받았던 것이리라. 그녀는 서울에 올라가면 교회에 나가야겠다는 갈망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교회를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렇게 그녀의 아버지에게 뿌려진 전도의 씨앗이 그녀에게 심어졌다.

그녀는 ‘하나님이 나를 항상 지켜보시고, 나의 모든 것을 아신다’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녀가 사람들에게 잘못하거나 나쁜 짓을 하면 발각되고, 거짓말을 해도 결국 탄로가 났다. 둘러대지 않고 “내가 했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라며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잘못을 시인하는 솔직한 습관이 생겼다. 또한 그녀의 생각과 계획대로 하다가도 “하나님 죄송해요. 다 하나님께 맡깁니다”라며 하나님을 의지했다. 그녀의 솔직함과 어린아이처럼 신뢰하는 마음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을 것이다.

그녀는 아버지를 존경한다. 집을 떠나 그녀가 발령지인 서울 성동구치소에 올라올 때, 아버지는 “사람에게 함부로 하지 말고 이웃 아주머니처럼 항상 마음을 쓰며 대하라”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유교의 이념을 가진 향교의 진사 벼슬 직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쯤, 그는 목사님의 세례를 받았다.

“나쁜 악령이 잡으러 오면, ‘나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다. 예수님한테 간다’라고 말하세요. 그러면 악령이 쫙 물러갑니다”라고 목사님은 아버지에게 선포하라며 당부했다. 존경하는 아버지의 죽음은 천국과 지옥에 관한 사후 세계와 영혼 구원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그녀에게 가슴 깊이 깨닫게 했다. 그 이후 그녀는 수용자들의 영혼을 더욱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게 되었다.

교도소 선교회는 불우 수용자 돕기, 기도 모임, 필요한 사람에게 성경책 전달 등으로 그들을 지지하는 단체다. 담장 안의 수용자는 하나님이 애타게 찾는 잃어버린 어린 양이며,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들을 위해 한마디 말이라도 따뜻하게 하고, 연민과 사랑으로 기도했다. 그녀는 이 좁은 공간에서 수용자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고, 그들이 마음을 추스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교도관이라는 직업을 사명으로 여기면서부터 담장 안은 그녀의 선교지였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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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사랑했기에 여기 온다. 그렇지 않고 더 나아갔다면 한 치 앞 낭떠러지에서 목숨조차도 위험할 수도 있었다. 여기는 일을 수습하여 회복하고 나가는 곳이다. 세상의 눈으로 보지 말고, 하나님이 왜 여기 보내셨을까를 생각해보라”라며 그녀는 말한다. 그들은 “나 여기 안 왔으면 벌써 죽었어요. 죽을 몸이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최악의 상황에서 여기에 온 그들은 오히려 담장 안에서 보호받는 사람들이었다. 눈으로 보기에는 쇠창살이지만 그다음 단계는 낭떠러지였기에 그들이 이곳에 온 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다.

그녀는 그들이 구치소 안에서 실제로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기도했다. 40대 A 씨 여자는 사기죄로 5년 형을 선고받고, 남편과 자녀가 그녀를 접견했다. 친정어머니로부터 매달 편지와 용돈이 왔다. 종교에 관심 없던 A 씨는 어느 날 어머니를 위해 기도하고 싶다고 했다. A 씨는 주변 수용자들의 항소이유서와 탄원서를 대필하는 등 수용자들을 돕고, 또한 그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해주는 사람으로 변했다. 모범 가석방으로 집으로 돌아가며 A 씨는 “하나님은 교만한 나를 이곳으로 이끄셨다”라고 말했다. 이덕순 교도관은 많은 사람들이 기도 안에서 변화 가능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또한 빼놓을 수가 없는 것이 책이다. 그녀는 아버지 덕분에 책을 편하게 접할 수 있었고, 학교의 학급문고와 도서관을 통해 책을 빌려볼 수 있었다. 학창 시절에 책을 좋아했던 덕분에 그녀를 인정하는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역사 인물 책은 짧은 시험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교도관 시험 합격에 도움이 되었다.

그녀는 경남 함양 산골에서 태어나 자라며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그녀의 아버지 서재에는 역사책, 인물 책, 시집, 소설책 등이 있었다. 그녀는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지을 때도, 들에 나가 있을 때도, 냇물에 발을 담글 때도, 산 길을 다닐 때도 책을 들고 다녔다. 학교에서도 그녀가 책에 미쳐 보였는지 친구들은 그녀를 “책에 미친 돈키호테”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그녀는 5급 사무관으로 명예퇴직한 후 작가의 꿈을 펼쳤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며 꿈을 이뤄가는 작가들의 책으로 [보물지도 19], 교도관의 모습을 알리고 교정 작가로서 썼던 [혼자 아픈 사람은 없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녀는 빙점의 미우라 아야코, 대지의 펄 벅, 박경리, 박완서 작가를 좋아한다. 앞으로 하나님과 그녀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정신을 넣어 인생의 교훈이 되는 책을 계속 출간할 계획이다.

그녀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다. 고향 후진을 위해 함양군 안의면에 도서관을 짓는 것이다. 도서관을 통하여 시골 주민은 책을 더욱 가까이 접할 수 있고 더불어 도서관은 휴식 공간이며 마을도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덕순 교도관은 성동 구치소에서 36년간 근무 후 승진하여 화성교도소에서 2년 근무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소원인 수용자들을 하나님이 ‘그녀에게 안전하게 맡긴 선물’이라 여겼던 이덕순 교도관의 이야기를 함께 들었다.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믿은 신앙은 그녀 인생의 마중물이 되었다. 교도관이라는 직업이 그녀에게 수용자들을 ‘선물’이라 여기며 그들을 위한 기도로 이끌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당신은 천하보다 귀하고 소중하다”라고 말한다. 성경은 그녀의 멘토이며,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대대손손 명문 가문으로 이어가는 게 그녀 일생의 신조다. 신의 보살핌 덕분인지 그녀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인생도 바라는 것 이상으로 잘 풀렸다. “신은 있다. 다만 우리가 잘 모를 뿐이다”라고 그녀는 말하고 있다.

유여림 칼럼니스트는 현재 유니시티코리아 바이오스라이프 프렌차이즈 오너로 활동 중이며, 사내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인터뷰해서 그들의 가치관과 철학 등을 칼럼으로 녹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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