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낡은 언어들과 작별하기 위한 ‘프로불편러’ 기자의 우리말 새로고침

[사진출처=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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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어제의 낡은 언어들과 작별하기 위한 ‘프로불편러’ 기자의 우리말 새로고침. 장애인, 여성, 노약자, 난민, 이주 노동자,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혐오와 편견, 차별과 배제의 표현들이 우리 일상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보다 성숙한 시민으로서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기 위한 우리말 사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건강한 성인 남성의 몸’을 표준으로 정하고 이에 미치지 못하는 몸들을 낮잡거나 배제해온 말들, 뿌리 깊은 가부장제 질서 속에서 여성의 역할을 가족과 개인의 범위에 한정시키고 차별해온 말들,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들을 멸시하고 혐오하는 말들, 지금도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퍼져나가는 불편한 신조어들까지, 200여 개의 ‘새로고침’이 필요한 말들과 그 대안을 체계적으로 담았다.

우리 곁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 표현들을 수시로 마주하며 ‘나만 너무 예민하고 불편한 것은 아닌지’, ‘내가 지금 정말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인지’, ‘내 불쾌한 감정이 타당한지’ 생각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괜찮지 않은 낡아빠진 말들을 버리고 ‘어떤 말을 쓰면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곁에 두고 수시로 참고해야 할 ‘내일의 우리말 사전’이다.

저자 장슬기의 《그런 말은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혐오와 차별을 넘어서는 우리말 사용법(아를, 2022.07.18.)》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질병권’이라는 말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면, 이제 질병을 가볍게 생각하는 비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힘든 일을 하고 나서 흔히 쓰는 표현인 “당 떨어졌다.”라는 표현은 저혈당증이나 당뇨병 환자들에겐 자신들의 질병을 가볍게 여기는 불편한 표현일 수 있다. 혈당 불안정 또는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이 떨어지는 현상이 결코 가볍지 않다.

“암 걸릴 뻔했다”, “암 유발자”, “확찐자”라는 비유 역시 마찬가지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암에 걸린다는 인식 때문에 생긴 잘못된 표현이다. 다이어트도 돈이 있어야 하는 세상에서, 또 다른 질병 등 여러 이유로 살이 찌고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확찐자’라는 농담은 웃으며 던지는 비수일지 모른다.

민주주의 사회를 흔히 ‘국민이 주인인 사회’라고 정의한다. 때로는 와닿지 않는 정의다. 우리가 이 사회를 민주주의 사회라고 느낄 때는 상대의 아픔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진지하게 공감할 때다. 질병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 성폭력 피해 생존자, 국가 폭력의 희생자 등 사회적으로 상처받은 ‘아픈’ 사람들에 공감하고 소수와 약자의 권리를 위해 시민이 연대할 때다. --- pp.91~92

저자 장슬기는 2014년부터 미디어 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 기자로 일하고 있다. 말과 글에 생각을 담아 전하는 일을 해오면서 너무 많은 잘못된 표현들이 혐오와 차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고, 국회 출입 기자 시절에는 정치인들의 일상적 차별 표현을 비롯해 언론의 무분별한 ‘받아쓰기’와 ‘왜곡’ 보도 실태를 비판적으로 다루는 기사를 집중적으로 썼다.

‘사상의 자유시장’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강자와 누리지 못하는 약자가 있다고 생각하며, 소수자의 발언권을 보장하는 일이 언론의 역할이라는 믿음으로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사 속에 더 많이, 더 자주 담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혐오와 차별의 뜻이 담긴 말과 글을 좀 더 예민한 시선으로 살피고 개선한다면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더불어 살아갈 만한 세상이 될 거라 기대하며 기꺼이 ‘프로불편러’ 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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