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경비원이란 어떤 존재인가. 경비업법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삶을 통찰하는 아파트 경비원의 시와 산문 『경비원의 사계: 풍자와 익살이 가득한 아파트 이야기(북랩, 2022.07.12.)』가 출간되었다.

경비원은 입주민 아이보다 밑이고, 반려견과 동급이라는 우스갯소리에 경비원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경비 업무와 무관한 허드렛일은 기본이고, 간간이 듣게 되는 폭언은 필수 사항처럼 보인다.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남루한 경비원복을 입고 있으면,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미천한 신분으로 떨어진다.

인생의 후반기에 경비원을 직업으로 선택한 각양각색의 사람들 사이에서 저자는 여러 인생을 꿰뚫어 본다. 아파트 공화국답게 입주민들의 갑질은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하면서 권위적이다. 마치 아파트가 온갖 군상들이 망라된 한국의 축소판 같은 느낌마저 든다. 베이비붐 세대로서 저자는 이러한 모습들이 놀라울 만큼 고도성장했지만 성찰의 시간이 부족했던 대한민국의 정서를 민낯으로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익살과 풍자가 있는 저자의 시(詩)는 이러한 현실의 불합리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 베이비붐 세대들이 겪었던 어려웠던 시절에 대한 회상과 자신의 지난날에 대한 고백을 담은 산문을 덧붙인다. 솔직하면서도 담백한 저자의 글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저자 정인규의 《경비원의 사계》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 집은 서촌에서 동촌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우리 동네는 마을 가운데에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큰 천이 있어서 이쪽은 동촌, 저쪽은 서촌으로 불렸습니다. 서촌 오두막에서 동촌으로 이사하면서 아버지가 의령까지 멀리 가서 제법 살았던 헌 집을 사서 목재를 가져와 그것들로 아버지가 거의 직접 집을 지었습니다.

그 당시 나무가 귀해서 헌 집의 나무를 사서 집을 짓고 흙으로 벽을 바르고 시멘트를 적당히 사용한 기와집이었습니다. 부엌 문짝은 휘어져 있었고 나무 색깔은 검은색이 배여서 시꺼멓게 변해 있었지만, 서촌에 살 때 오두막 같은 집에 비하면 궁궐 같은 집이었습니다. 그 집은 대목도 별로 쓰지 않고 아버지가 손수 벽을 쌓고 기둥도 세우고 가래도 올리고 기와지붕도 올렸습니다. 방에 구들장을 놓는 일도 아버지가 직접 했습니다.

기와를 이는 일은 여러 사람이 도왔는데, 지붕 아래 있는 사람들이 기와를 올리고 흙을 개어 둥글게 만들어서 던져올리면 위에 있는 사람들이 받아서 가와를 이는 진풍경은 너무 재미있고 질서 정연하게 진행되어 어린 마음에도 ‘와 잘한다!’ 하면서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 같으면 인건비 많이 안 들이고 집 한 채를 아버지가 자기 손으로 지은 것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너무 부지런하고 천성이 착한 분이라 법이 필요없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없는 살림살이에 자기가 열심히 일해야만 식구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고, 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확기이면 꼭두새벽에 나가 남의 집 보리타작을 해 주고 품삯으로 보리 말을 받아오곤 했습니다. 일도 꼼꼼히 잘하는 데다가 다른 일도 못 하는 게 없었습니다. 할머니, 어머니도 모두 부지런하시고 성실해 우리에게 본보기가 되어주셨습니다. ---「나의 인생」중에서

[사진출처=북랩]
[사진출처=북랩]

저자 정인규는 담배 농사로 유명했던 함안에서 태어났다. 베이비붐 세대로서 굴곡진 시대를 살았다. 인생 후반기에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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