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제공>

[한국강사신문 김정명 칼럼니스트] 샐러리맨은 고달픕니다. 그래서 여차하면 직장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시간에 쫓기고, 업무에 차이고, 사람 관계에 좌절하여 호시탐탐 떠날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행여 직속 상사와 마음이라도 맞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회사를 내칠 기세입니다. 특히 자신의 능력에 비하여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떠나고 싶은 욕구는 훨씬 커집니다.

물론 대비책을 준비하지 못한 직장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더라도 일상의 품삯을 위해 직장에 붙어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준비된 직장인은 기회가 되면 몸담고 있는 곳에서 기꺼이 떠나려고 합니다. 몸값을 더 쳐주는 회사, 자신을 알아주는 부서, 자신의 재능과 딱 맞아 떨어지는 직무를 찾아서 새처럼 훨훨 날아가려고 합니다.

과거에는 직장인들이 이직을 하거나 부서 이동을 할 경우, 알음알음의 인맥을 통한 은밀하고 비공식적인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개방과 소통이라는 명제에 걸맞게 인력수급 자체를 만천하에 드러내며 공개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이든 경력사원이든 외부 인력을 채용할 때 공개모집을 기본방침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회사 내 부서이동에서도 사내 공모제를 활용하여 인력 수급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의 ‘영보드(Young Board)’와 현대의 ‘커리어 마켓(Career Market)’은 사내 인력 공모제의 전형입니다. 이렇다보니, “개인은 개인대로 자신을 잘 팔리는 매물로 내놓기 위해 자기계발에 더 열심이고, 회사로서도 자체인원으로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여 외부스카우트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사내 공모제는 서로에게 득이 되는 제도”라며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사내 공모제가 활성화될수록 직장에는 생기가 넘칩니다.

하지만 과연 사내 공모제를 통해 정말로 필요한 인재를 선발했는지 확신할 수 있을까요? 그럴싸해서 뽑았더니 인재(人材)가 아니라 인재(人災)임을 알고 당황했던 경험, 관리자라면 한 번쯤 겪어 본 일이라 여겨집니다. 필자 역시 직장에서 스펙만 믿고 선발하여 결국 ‘도금(鍍金)인재’라는 것을 알고 맥이 풀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필자는 술 배와 밥 배를 따로 구분하듯 스펙과 실무능력을 따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사내에서 사람을 뽑을 때마다 글쓰기를 심사항목에 반드시 포함시켰습니다. 방법은 지원자에게 직무와 관련된 주제를 주고서 보고서를 써내게 합니다.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지원자의 업무지식, 논리력, 창의력, 표현력, 심지어 성격까지도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인력공모에 글쓰기 항목을 포함시킨 뒤로 ‘직무와 따로 노는 직원’을 선발하는 어리석음을 더 이상 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내부 인력공모이든, 외부 경력사원채용이든, 신입사원선발이든 글쓰기 실무능력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뽑으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깁니다. 학연, 지연, 혈연으로 서로 잘 아는 사이일지라도, 외국어가 유창하고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일지라도 글쓰기 능력은 꼭 검증해 보시기를 제안합니다.

면접도 훌륭한 심사방법이긴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지원자의 실무능력을 완전하게 파악할 수 없습니다.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하듯 기업에서도 눈에 불을 켜고 글쓰기 능력을 확인해서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직장은 글쓰기로 말하고 글쓰기로 평가받는 곳 아닙니까? 직장인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실무능력은 결국 글쓰기입니다.

※ 출처 : 한국HRD교육센터 전문가 칼럼

 

자기창조연구소 김정명 소장은 삼성에서 24년 동안 기획서와 보고서를 써온 실용 글쓰기 분야의 전문가다. 대학에서 학보사의 특집·기획부 데스크를 맡으며 글쓰기의 밑바탕을 다졌고, 삼성전자 입사 후 일본 야마노우치 연구소의 테크니컬 라이팅 과정을 수료. 사내 개발자들에게 글쓰기 기법을 교육했다. 직접 테크니컬 라이터로 활동하며 삼성전자 제품 매뉴얼을 작성하기도 했다. 현재 삼성, 포항공대, 전문계 고등학교 등 기업과 학교에서 글쓰기 원리와 기법, 테크니컬 라이팅 핵심, 비즈니스 도큐멘테이션, 자기소개서 작성법, 사무용 글쓰기 등 실용 글쓰기의 원리와 기법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삼성 사내용 교재 <영어보다 글쓰기>, <우화로 보는 삼성 신경영>, <기획력 향상의 길잡이>, <직무 매뉴얼, MY JOB NOTE>, <실천 TECHNICAL WRITING(일본번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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