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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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남인숙 칼럼니스트] Q. 저는 30대 전문직 여성입니다. 얼마 전 제가 가까운 친구에게서 들은 말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너는 가만 보면 나쁜 사람들이 꼬이더라.’

‘이쯤 되면 너한테도 문제가 있는 거야.’

사실, 제가 그동안 문제가 좀 많았습니다. 결혼하면서 축의금 백만 원을 요구해서 그대로 해줬는데 그 이후로 연락이 끊긴 친구도 있었고요, 아무 이유 없이 저를 오랫동안 괴롭히고 험담을 하고 다닌 친구도 있었어요. 돈 빌려주고 끝까지 못 받은 전 남자친구도 있습니다. 지금도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 때문에 좀 힘들어요. 그런데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남자친구에 대한 감정을 말하자면 막연히 뭔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함께 있을 때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순간들을 생각하면 손해 좀 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은 그저 ‘인복이 없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정말 저한테 문제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A.주변에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은 분은 두 가지 상황일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정말 인성이 나쁜 사람들, 그러니까 소시오패스나 나르시시스트 유형인 사람들의 타겟이 되는 사람이고요.

두 번째는 평범한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한테까지 상대적으로 나쁜 대접을 받는 사람이에요. 지금 말씀만 들어보면 사연자님은 이 두 가지 상황이 복합적인 경우인 걸로 보여요. 특히 첫 번째 유형은 뭔가 착취할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 타겟이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보통 똑똑한 사람들은 이런 일 당하지 않을 거라고들 생각하는데 그렇지가 않아요.

그럼, 어떤 사람들이 그런 착취자들의 희생양이 되는지, 어떻게 하면 이런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 이야기를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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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각하는 걸 귀찮아해요

사람이 원래 생각하는 걸 귀찮아하죠. 그건 누구나 그래요. 근데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이런 인간 특성에 훨씬 덜 휘둘려요.

살면서 선택을 해야 하는 일이 놓이면 그것에 대해서 해결책을 생각해야 하죠. 그리고 그걸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 더 구체적인 생각을 해야 해요. 착취자들의 먹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귀찮지만 닥치면 생각을 하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를 잡았어요.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 생각하기를 성가셔하는 사람들이 착취자들한테는 이런 사람들이 굉장히 쉬운 먹잇감이에요. 자기들이 교묘하게 이용하려고 해도 그걸 들키지 않거든요.

근데 이런 분들 특징 중 하나가 ‘나는 사람에 대한 편견이 없어.’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사람이 편견이 너무 없어도 안 돼요. 인문학에서 말하는 철학이나 해석이 기본적으로는 검증 과정을 거친 세련된 편견이에요. 모든 가치를 다 가진다는 건 결국 의견이 없다는 뜻이거든요. 생각하기가 귀찮아서 일단 사람을 다 수용하고 나중에 아니다 싶으면 그때 가서 대처하겠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이게 가능해지려면 대단한 결단력이 있어야 해요. 소위 말하는 기 센 사람들, 상처받아도 회복탄력성 좋은 사람들, 이런 분들이어야만 타격이 없어요.

법정 스님이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이렇게 말씀하셨죠. 어떤 사람을 나한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두려면 어느 정도는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해요. 이게 귀찮아서 안 하는 걸 편견 없다고 합리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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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관계가 고립돼 있어요

사람을 조종하려는 사람들이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사이비 종료단체일 수도 있고, 불법 다단계 판매업체일 수도 있고, 그룹 짜서 사기하는 집단일 수도 있어요. 이런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이 작업 대상을 고립시키는 거예요. 주변에 만나는 사람들, 교류하는 사람들을 다 차단하는 것이지요. 왜냐면 다양한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한가지 메시지만 계속 주입받으면 그걸 정말 믿게 돼요.

정보가 들어오는 채널이 다양하면 이상한 걸 이상하다고 인식할 수 있어요. 근데 너무 차단돼 있으면 되게 조종하기 쉬운 사람, 착취하기 쉬운 사람이 되는 거예요. 꼭 밀착된 인간관계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어요. 가볍게라도 사람들하고 다양한 경로로 교류하는 삶이 건강한 이유가 이런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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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동형 가짜 착함’에 중독돼 있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이런 분들이 바탕이 참 착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나나 주변 사람들한테 진짜 좋은 사람이 되려면 가끔은 나쁜 사람이 되는 것도 감수해야 하는 거거든요. 보통 부탁을 거절할 때 정서적인 불편함이 따라와요. 그 불편함을 참지 못해서 타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걸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과연 진짜 착한 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식으로 착한 분들이 인간관계조차 그리 좋지도 않더라고요.

제가 한 가지 더 당부하고 싶은 것은 진짜 괜찮은 사람들은 부탁이라는 걸 굉장히 신중하게 한다는 걸 기억하시라는 거예요. 상부상조가 되는 일이 아니라 한쪽에만 신세를 지는 부탁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 통상적인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누군가가 그런 종류의 부탁을 한다면 그때부터 상대방을 좀 유심히 보셔야 해요.

저는 그게 사람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쿠폰을 쓰는 거라고 생각해요. 신뢰감을 쌓으면 부탁을 할 수 있는 쿠폰이 하나씩 생기거든요. 그런데 쿠폰이 생기지도 않은 관곈데 부탁을 하거나,

쿠폰은 두 개 정도 되는데 부탁을 열 개씩 하는 건 그 사람이 예사롭지 않은 거예요. 반대로 쿠폰이 한 개인 관계인데 대여섯 개씩 부탁을 들어주려고 한다면 사연자님에게도 문제가 있는 거지요. 그러니까 내 마음을 한번 잘 들여다보고, 가짜 착함이 있지는 않은지 체크해 보세요. 거절할 수 있는 용기도 내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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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좋은 대접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요.

이건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살아오는 동안 환경적으로 주변 사람들한테 좋은 대접을 받아보지 못한 분들, 그래서 누가 나쁘게 대해도 그걸 빨리 알아채지 못하는 분들이 나쁜 사람들에게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왜냐면 착취자들이 이런 분들을 귀신같이 알아보고 타겟으로 삼거든요. 이런 분들은 조금만 잘해줘도 쉽게 감동받아요. 만약 사연자님이 이런 유형에 속하시면 빨리 정신 차리셔야 해요. 자신한테 정말 잘해주시고요, 대접받는 일에 익숙해지고 즐기도록 해보세요. 그리고 이런 감정을 체크해 보세요.

‘저 사람이 나한테 참 잘해주는데 왜 저 사람을 만나고 나면 기분이 안 좋지?’

이런 생각이 들면 그 사람이 착취자일 가능성이 커요.

요즘은 착취자한테 한두 번이 아니라 지속해서 당하면, 피해자가 더 욕을 먹는 세상이에요.

왜냐면 착취자는 어쨌거나 자기 입장에서는 이익이 되니 이해라도 되는데 당하는 사람은 왜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지 비난당하는 거죠.

그래도 지나간 일은 빨리 잊으시면 좋겠습니다. 내가 바보였다, 왜 그랬을까, 하는 자책은 별로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자기성찰이 아니라 자기불신이 더 굳어지거든요.

사연자님이 자신을 잘 지키면서 튼튼한 자아로 거듭나시기를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남인숙 칼럼니스트는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이다. 2004년 출간된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시리즈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8개국에서 380여 만 부가 팔려나가면서 1세대 한류 작가이자 ‘아시아의 여성 멘토’로 부상했다. 이후 인생과 여성에 대한 명료하고 유쾌한 조언을 담은 저술과 강연활동 등으로 한국과 중국 등에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저서로는 에세이 <내 방식대로 삽니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자존감에서 시작된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1,2>,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나는 무작정 결혼하지 않기로 했다>, <내 마음의 구급상자>, <서른에 꽃피다>, <여자, 거침없이 떠나라>,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 <남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나는 아직 내게 끌린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소설 <안녕,엄마>, <인공태양> 이 있다.

MBC <MBC TV특강> , EBS <숨은한국찾기>, MBN <동치미>, KBS <명사들의 책읽기>, SBS <이숙영의 파워FM>, <책하고 놀자>, MBC<정오의 희망곡> 외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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