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책이라는신화]
[사진출처=책이라는신화]

[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조선 최초의 전문 산악인 창해 정란의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한 소설 형식의 역사서 『창해 정란: 조선의 산야를 누비다(책이라는신화, 2022.10.05.)』가 출간되었다.

조선 후기에 그저 산이 좋아서 한평생을 유람한 선비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창해일사 정란. 그는 산수를 향한 열망에 매료돼 과거 공부를 접고 여행을 떠났다. 꿈만 앞세운 탓에 비난받기도 했으나 굴하지 않았고, 그의 발자국은 마침내 예술이 되었다. 글과 그림으로 체험기를 남긴 조선 최초의 전문 산악인 정란, 그의 눈에 그려진 조선 천지의 풍경이 펼쳐진다.

“산에 미친 서생(書生), 정란은 누구인가?”

창해 정란은 산수에 관한 열정 하나로 평생을 여행에 바친 선비다. 경상도 군위 사람으로 양반가의 여느 자제처럼 과거를 공부하다 어느 날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금강산, 백두산, 한라산 등 명승지 곳곳을 돌아다니고 체험한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남겼다. 여행이 유행하던 시기였지만, 여행이 삶의 전부인 사람은 정란이 유일했으리라.

* 창해일사 정란(滄海逸士 鄭瀾): ‘푸른 바다로 달아난 선비’ 정란

“산 지도와 사진, 그림 자료 등으로 살펴보는 조선의 풍경”

이 책은 정란의 행적을 살펴보고 조선의 풍경을 짐작할 수 있도록 돕는 자료가 많이 들어갔다. 면지 2쪽에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위에 백두대간·정맥을 표시한 지도가, 면지 3쪽에는 정란의 다녀간 곳으로 추정되는 곳을 포함한 주요 산 지도가 실렸다.

또한 김홍도의 〈평양감사향연도〉를 통해서는 검무가 유행했던 당시 풍경을 엿볼 수 있고, 금오산 삼층석탑, 월천서당 등 실제 사진으로 생생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강화이북해역도〉, 〈북방강역도〉와 같은 고지도에서 우리나라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졌었는지 살펴볼 수도 있다.

부록으로 인물, 용어 풀이와 일부 저작물에 관한 해설이 있다. 창해 정란 연표와 조선 시대사 연표까지 있어 한눈에 흐름을 살펴볼 수도 있어, 이러한 여러 자료를 통해 조선 팔도 여행을 책으로 다녀오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등반과 예술 그리고 《불후첩》과 《와유첩》”

조선 최초의 전문 산악인, 정란. 여기에서 ‘최초’라는 말이 정말일지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표현은 철저히 기록에 의한 것이다. 정란은 산을 다녀와 체험한 내용을 남기기 위해 교유했던 화가와 문장가의 작품을 받아 첩으로 엮었다. 그것이 두 개의 그림첩 《불후첩》과 《와유첩》이다. 지난 2004년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는 정란의 그림첩인 《와유첩》을 전시한 바 있다.

이후 소장자가 자취를 감추었으나 200여 년 만에 허필, 강세황, 최북의 그림과 글을 통해 정란의 발자국이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셈이다. 창해 정란 이전에 전국의 산을 다 돌아본 이가 있을 수도 있으나 이렇게 증인의 문장과 그림이 기록으로 전해지는 경우는 없다.

정란 자신이 남긴 기록, 지도 등은 전해지지 않으나 정란과 교유한 많은 이들이 그의 행적을 칭송한 기록이 있고, 정란처럼 자신의 꿈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밝히며 다닌 이가 없으므로 창해 정란의 여행 기록에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 이재원은 그의 지적 상상력이 질주하기 시작하면 역사적 인물들이 살아 돌아온다. 조선의 최고 화원이었던 단원 김홍도가 그랬고 실학자 정약용도 그랬다. 인목대비와 광해군에 얽힌 비밀을 푼 소설은 또 어떠했는가. 그런 열정들이 이번에는 300여 년 전, 조선의 풍경으로 우리를 데려간다.조선의 대표적인 여행가이자 천생 산악인 ‘창해 정란’. 그는 산수에 관한 열정 하나로 평생을 여행에 바치며 백두에서 한라까지 조선 팔도를 섭렵했다.

양반가의 여느 자제처럼 과거를 공부하던 그가 산수를 유람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사대부에서 예인·상인·약초꾼을 가리지 않고 교유하며 조선 곳곳에 발자국을 남긴 그의 삶이 소설처럼 펼쳐진다.정란의 삶을 복원한 그는 KBS 한국방송에서 원주국장을 지냈으며, 지금은 역사저술가로서 강연과 집필을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천년의 향기 편지로 남다』 『정약용과 혜장의 만남』 『조선의 아트저널리스트 김홍도』, 역사소설 『인목대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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