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를 위한 탈서울 안내서

[사진출처=너머학교]
[사진출처=너머학교]

[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서울뿐인 대한민국 vs 지역이 살아 있는 대한민국. 『어디에서 살까: 다음 세대를 위한 탈서울 안내서(너머학교, 2022.09.25.)』는 십대들에게 ‘제2의 분단’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심각한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문제의 현실과 원인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서울뿐인 대한민국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기회가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 토론해 보자고 하는 책이다.

다년간 우리 사회의 문제를 깊이 있게 취재해 온 현직 기자 저자들이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와 정답이 아닌 다양한 논점을 담았다. 전지 작가의 흥미로운 구성, 위트 넘치는 인포그래픽과 일러스트가 책 읽기를 즐겁게 해 준다.

『어디에서 살까』는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게 된 역사적 과정을 먼저 짚어 준다. 저자들이 직접 취재한 지역의 일자리, 생활 인프라, 교육, 부동산 등 현실은 놀랍다. 함양에 사는 중학생은 영화를 보거나 제2외국어를 배우려면 1시간 반이 넘게 차를 타야 하며, 산부인과가 없어 출산이 가까워지면 근교 도시에서 방을 얻기도 한다.

괜찮은 일자리의 한계선으로 ‘판교 라인’, ‘기흥 라인’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수도권 부동산 폭등과 지역의 빈집 증가와 부동산 폭락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문제라는 것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지역 소멸 시대에 수도권은 계속 팽창할 수 있을까? 현재의 추세라면 2050년에는 전국 행정자치구 중 113곳, 무려 49,6%의 지역에서 인구가 소멸한다.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소멸을 피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그동안 진행되어 온 행정수도나 균형발전 전략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 보면서 최근 진행 중인 핵심 도시를 중심으로 일일 생활이 가능하게 하는 ‘메가시티’ 구상, 지자체와 지역 대학·기업·연구 기관 등이 협력하는 지역혁신플랫폼(RIS), 가덕도 신공항 건설, 외국의 압축 도시 사례들을 들려준다.

정책 자문과 언론의 시선이 서울에 치우쳐 있어 ‘지역 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것, 기후 위기 대응과 생활 인프라 확충을 같이 추진할 수는 없는가 등 꼭 생각해 보아야 할 논점들을 친절하게 짚어 주며, 십대들에게 함께 고민하고 토론에 참여할 것을 권유한다. 『어디에서 살까』는 ‘수도권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삶, 더 나은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첫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이 책은 『경향신문』 기획 기사 ‘절반의 한국’(‘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을 수상) 시리즈를 청소년을 위해 새로 쓴 책이다. 북한의 변화한 현실을 다룬 『다음 세대를 위한 북한 안내서』 , 통일 찬반론을 상세히 알아보는 『다음 세대를 위한 통일 안내서』와 같은 시리즈이다.

“내가 살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어떤 이들은 기회를 잡기 위해 수도권으로 향하지만 반대로 수도권에서 벗어나 ‘로컬’로 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로컬은 도시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어디에서 살까』는 대도시를 떠나 로컬을 택한 청년의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있지만 귀농 귀촌의 장애물 또한 많이 있음을 기억하라고 거듭 말한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들은 ‘한 달 살기’와 같은 단기 체류나 자원봉사 활동, 정기적 방문 사업을 도입하여 관계 인구를 통한 지역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지역 소멸 위기를 막고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청년’ 인구를 잡아야 하고, 지역마다 교육이나 일자리, 산업 등의 강점으로 젊은 세대를 빨아들일 잠재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도들 외에 구조적이고 정책적인 해결책들도 나와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저자들은 십대들에게 앞으로 살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고 한다. 이 책 『어디에서 살까』는 그 생각과 토론을 위한 첫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저자 배문규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서울 바깥의 이야기를 더욱 궁금해한다. 2011년부터 『경향신문』 기자로 일하고 있다. 국제부, 전국사회부, 정책사회부, 문화부 등을 거쳐 기획 취재를 하는 스포트라이트부에서 기사를 쓰고 있다. ‘정상’이나 ‘표준’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으며, 그 너머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좋은 그림과 책을 많이 보고 읽으려 한다.

저자 최민지는 바다가 보이는 강원도의 소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2016년부터 『경향신문』 기자로 일하고 있다. 전국사회부, 국제부, 모바일팀, 사회부, 스포트라이트부를 거쳐 지금은 문화부에서 가요·방송 등 대중문화와 종교를 맡고 있다.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사는 데 관심이 많다. 누워서 단 것을 먹고 싶은 마음과 늘 씨름한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