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b.read(브레드)]
[사진출처=b.read(브레드)]

[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28개월간 스님과 나눈 음식&살림 선문답. 스님의 일상에서 품격과 지혜를 배우다 『정위 스님의 가벼운 밥상(큰글자책)(b.read(브레드), 2022.08.23.)』이 출간되었다.

“정위 스님은 생명의 숨길을 끌어내는 섬세한 손을 가졌다. 버려진 들꽃, 빛바랜 헝겊 조각, 흔한 무말랭이가 스님의 손길이 닿으면 들꽃은 파릇한 봄빛으로 상큼한 맛을 내고, 헝겊은 정겨운 앞치마가 되며, 무말랭이는 매콤달콤 맛깔스러운 찬이 된다. 이 책은 생명의 근원을 향한 맑고 담백한 정신이 일상에 어떻게 배어나는지를 놓치지 않고 사진과 글로 섬세하게 표현해낸 책이다.” - 추천의 글 중에서

저자 정위·이나래의 《정위 스님의 가벼운 밥상》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스님, 이 꽃은 어떻게 꽂으신 거예요? 멋스러워요” 하면 “그런 거 없어요. 꽃 시장 갔다가 바닥에 이파리 하나 떨어져 있기에 주워다 접시에 물 붓고 그냥 얹은 거예요” 하고, “스님, 그 앞치마의 꽃 자수는 스님이 놓으셨어요?” 하면 “앞치마가 해져서 천을 덧댔는데 밋밋하기에 그냥 꽃 몇 개 수놓은 거지 아무것도 아니에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 12p

스님은 매화 피는 때만 되면 “우리 매화, 우리 매화” 하며 자랑 말을 하신다. 앞마당에서 애지중지 키운 매화는 겨울이 오면 2층 욕실로 이사를 온다. 어느 해는 욕실에 두니 때 이르게 꽃을 피우는 것이 안타까워 앞마당에 작은 비닐하우스를 지어보기도 했는데, 넣고 빼다가 꽃가지가 상하는 바람에 이듬해에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 15p

여름이면 길상사 뒷동산 입구에는 은행나무에 호미를 걸어둔다. 밥때가 되어 미나리 뜯으러 왔다가, 누렁이 밥 챙기러 가다가 오며 가며 수시로 김을 매야 하기 때문이다. 부지런한 손길과 자연의 생명력, 어떤 비료도 어떤 전문가도 이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게다. - 34p

스님은 옛날 엄마들이 그랬듯 21세기에도 남들 텔레비전 볼 때 소리만 들으면서 깁거나 누빈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지는 양말도 기워 신었는데 배기고 갑갑해서 이제는 안 하고, 25년 된 누비 적삼은 두 번밖에 안 기웠다며 알뜰한 사람이 아니라는 근거를 대듯 말씀하신다. “그저 저한테 온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요. 저와 인연 닿은 물건에 제가 인격을 부여하곤 합니다.(웃음)” - 43p

정위 스님의 영양카레는 질감이 다른 각종 재료를 씹는 느낌이 재미있다. 재료를 큼직하게 썰어 넣은 이유도 이런 식감을 잘 느끼게 하려 함이다. 카레 속의 감자, 당근 씹는 맛은 다들 알 테고, 단호박은 밤 같고, 마는 바나나처럼 부드 럽고, 연근은 좀 더 단단하면서 섬유질도 살짝 느껴진다.

카레를 먹다가 파인애플을 씹으면 상큼한 즙이 입안 가득 고이는데 마치 정위 스님이 만들어주셨 던 매화꽃비빔밥의 매화처럼 톡 터지는 것이 카레 속 매화라 할 법하다. - 56p

저자 정위는 스님. 수덕사 견성암으로 출가하여 관악산 자락의 현대적인 사찰 길상사에 기거한다. 수행자의 마음과 남다른 미감으로 불교계에서 문화 인사로 통하고, 주변 사람들도 스님의 음식 솜씨에 감탄하지만 정작 본인을 내세우지 않아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

어느 날 절에 찾아온 기자에게 매화꽃비빔밥을 대접했다가 담백한 음식과 살림 감각이 세상에 알려졌다. 스님의 일상에는 아껴 쓰고, 다시 쓰고, 보살피고 헤아리는 수행자의 마음이 스며 있다. 저서로는 『정위 스님의 자수 정원』이 있다.

저자 이나래는 월간지 〈레몬트리〉, 〈헤렌〉에서 라이프스타일 기자로 14년간 일했고, 〈친정엄마네 레시피〉, 〈바다와 섬의 만찬〉, 〈그저 그런 날에, 특별한 식탁〉 등 음식 관련 책을 여러 권 만들었다. 20대시절부터 살림에 관심이 많아 옷 대신 그릇을 샀으며, 글로 읽은 레시피로 치면 손꼽히는 ‘레시피 다독가’이나 요리는 썩 잘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그는, 28개월 동안 정위 스님 옆에 서서 별별 질문을 하며 간 맞추는 법칙과 재료 고유의 맛 살리기 등 음식의 기본기를 익혔다. 그 세월 끝에 고기 없이도 감칠맛 나는 국과 반찬 몇 가지를 너끈히 만들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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