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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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안상현 기자] 제주도를 방문하는 이들의 수만큼이나 그 이유 또한 다양하다. 오직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광을 보기 위해 훌쩍 떠나온 이들, 천천히 거닐며 제주의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올레길’ 순례를 떠난 여행자들, ‘제주’라는 곳이 주는 독특하고도 낯선 느낌에 매료되어 습관처럼 제주와 육지를 오가는 사람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곳곳에 작은 책방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아담한 공간 안에는 책방지기만의 감각으로 서가를 구성하고, 저마다의 독특한 분위기가 스며 있었다. 대형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에 빠진 이들이 점점 늘어났다. 제주뿐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동네책방’이 생겨나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여행을 떠나기 전 가방에 작은 책 한 권쯤 넣어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단 몇 줄이지만 여행길에서 읽은 책의 구절은 쉬이 잊히지 않는다.

『책방길 따라 제주 한 바퀴(담앤북스, 2022.10.20)』는 제주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에 ‘고봉선의 마을 책방을 찾아書’라는 연재 기사에 소개된 38곳의 책방 중 30곳의 책방을 추려 소개한 책이다. 안타깝게도, 해당 기사를 연재했던 故 고봉선 시인은 올봄 이 책을 준비하던 와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제주를 단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제주토박이’이기도 하다. 〈제주의소리〉에 이 기사를 연재하는 동안 시인은 제주도 동서남북 곳곳에 위치한 동네책방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각 책방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그만의 구수하고 정겨운 문체로 담아냈다.

생전 시인이 존경하고 따랐던 고정국 시조 시인은 「추천의 말」을 통해 “지난봄 불의의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고봉선 시인이 생전 발이 붓도록 맨발로 닦아 놓은 ‘고봉선의 길’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는 애틋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서귀포시를 지나 다시 제주시까지, 책방을 방문하며 제주도를 한 바퀴 빙 돌 수 있는 소위 ‘책방길’ 코스 소개와 함께 각 서점들의 상세정보와 사진, 책방지기의 운영 철학까지 한 권에 알차게 담은 이 책은 ‘책방’이라는 공간의 역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또 한 사람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지를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저자가 정성스레 닦아 놓은 제주의 책방길. 저마다의 이야기와 꿈이 담긴 책방 30곳을 만나는 동안 독자들은 아담한 책방 안에 펼쳐진 거대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엮은이로 참여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김봉현 편집국장은 마을책방은 단순한 기호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공간의 규모는 작지만 마을책방의 역할은 무한하다.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출간하는 출판사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책을 매개로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하며, 우연히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온 한 손님이 책방지기가 추천한 책으로 인해 삶의 궤도를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람을 살리고, 마을을 살리게 하는 곳. 이 작은 공간이 이루어 낼 가능성은 여전히 무한하다.

『책방길 따라 제주 한 바퀴』는 제주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에 ‘고봉선의 마을 책방을 찾아書’라는 연재 기사에 소개된 38곳의 책방 중 30곳의 책방을 추려 재구성했다. 기사를 연재하는 동안 시인은 제주도 동서남북 곳곳에 위치한 동네책방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각 책방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그만의 구수하고 정겨운 문체로 담아냈다.

30곳의 책방은 각각 한 권의 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제주책방’, 혹은 ‘마을책방’이나 ‘동네책방’으로 분류하기엔 자신만의 신념과 소신으로 책방을 차린 책방지기들과 책방을 찾는 이들이 지금도 만들어 가고 있을 생생한 순간들이 여전히 기록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길을 찾는 이는 흔치 않”지만, “책에서 길을 찾은 이는 길을 잃지 않는다.” 서늘한 바람과 청명한 하늘이 매력적인 이 가을, 가벼운 배낭 하나 둘러매고 ‘책방길’ 순례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출처=담앤북스]
[사진출처=담앤북스]

저자 고봉선은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제주도를 떠나본 적 없는 제주 토박이. 허름한 고향 시골집에서 꽃과 함께, 독서지도를 하며 지내다 불의의 사고로 향년 62세로 세상을 떠났다.

생전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 운영위원, 애월문학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던 시인은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에서 제주의 작은 마을책방을 소개한 ‘고봉선의 마을 책방을 찾아書’를 격주로 연재하며 독자들과 소통해 왔다. 저서(e-book)로는 시집 『詩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詩가 사는 기행식물원』(전 4편), 동화집 『지우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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