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안상현 기자] 과거의 지혜를 빌어 현재 논란이 되는 조세 문제를 조망하는 책이다. 인류 역사의 굵직한 장면에는 당시의 치열했던 조세 줄다리기가 숨겨져 있다.

세금이 인류 역사에 자리 잡으며 행해진 설득의 메커니즘과 폭력, 시스템의 견고함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탈세의 기술을 만나보자. 오늘날 유의미하게 사용될 바르고 공정한 조세 제도의 단초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세금을 어떻게 결정하고 누가 납부하는지는 그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변화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세금의 기록이 곧 그 사회의 역사와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세금 이야기는 불편하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건강한 미래를 위해 우리는 세금을 더 연구하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세금이 인류 역사에 자리 잡으며 행해진 설득의 메커니즘과 폭력, 시스템의 견고함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탈세의 기술을 만나보자. 이러한 조세 기록은 ‘문명 뒤에 숨은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조세 제도의 바른 방향을 우리에게 안내할 것이다.

『세금이 공정하다는 착각(드루, 2022.10.21)』1부는 인류가 발명하고 다듬어온 세금을 발굴하는 내용이다. 역사의 주요 장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 숨겨지거나 감춰졌던 세금 기록을 살펴본다. 인류 초기의 기록은 거창은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조세의 납부, 부채 및 재산의 소유를 기록한 단조로운 경제 서류이다.

예시로, 수메르 문명의 점토판을 해석하면 보리를 누가 얼마나 받았는지 전쟁 포로는 몇이나 있는지 등 경제적 요소를 기록하고 처리하기 위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문명이 발전한 나라일수록 문자로 기록을 남기고 도량형을 마련했으며 인구대장으로 백성을 관리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쌀, 밀, 보리가 우리의 주식이 된 이유의 하나로 세금을 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곡물은 유통이 어렵지 않고 장기 보관이 가능하며, 일정 범위에서 경작되기 때문에 유목민이나 화전민보다 인구를 파악하기 편했다. 더군다나 수확시기도 일정하므로 국가 입장에서 보면 세금을 위한 완벽한 곡물이었던 셈이다.

이후, 국가가 더욱 발전하고 통치 방법이 다양해지자 세금도 다양한 모습으로 변한다. 세금을 적게 걷으면 나라의 힘이 약해져 외부의 침입을 받기 쉽고, 세금을 과도하게 걷으면 백성의 도주나 반란으로 인해 내부부터 무너져버린다.

적음과 많음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효율적으로 조세를 걷기 위해 국가는 다양한 조세 아이디어를 창안한다. 세금을 수확하는 ‘조세농부’의 등장이 특히 흥미롭다. 이들은 기원전 4세기부터 국가의 조세 징수 업무를 위탁받아 활동한 민간인이다.

국가 입장에서는 조세농부를 이용하면 세리를 채용하고 관리할 필요가 없으며 부패 문제로 골치 아플 일도 줄어든다. 역사를 들춰보면, 종교가 다른 나라를 정복한 뒤 피정복민에게 개종을 굳이 강요하지 않고 세금만 더 내게 한 경우도 있었다.

고대 인도에서는 재무장관이 청렴한지 확인하기 위해 욕망 검증을 진행하기도 했다. 스파이를 보내 속내를 떠보고 이를 거절하는지 확인한 것이다.

세금은 굵직한 역사 사건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영국의 헨리 8세는 이혼 문제로 교황에게서 파문당했으나, 오히려 영국 국교회를 세워 스스로 수장이 되어 성직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재정을 늘렸다.

절대왕정 시기 프랑스에서는 “세금을 올릴 것이라는 소문이 있으면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왕은 세금을 올릴 거라는 소문을 퍼트리는 사람을 사형에 처했고 높은 관리를 보내 그런 계획이 없다고 무마하기도 했다.” 그러나 쌓인 불만은 결국 루이 16세를 처형하고 혁명정부를 세웠다.

미국 독립운동의 시발점에서도 영국이 식민지에 군대 주둔 비용을 부담시키자 이에 대한 반발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링컨의 노예 해방운동도 그 이면에는 남북의 관세 갈등이 숨어 있다.

세금이 바로 이 전가의 보도가 된다. 정적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여 재산을 빼앗았고 세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노예로 만들었다. 국가는 세금으로 종교를 탄압했고 조공이라는 이름으로 주변 국가를 착취했다.

역사 속에서 인류는 사람, 종교, 술, 소금 심지어 난로와 창문까지 다양한 곳에 세금을 매기며 시행착오를 겪어왔고 이윽고 바른 조세 제도의 쓸모를 충분히 인식하게 되었다. 이제는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을 넘어 공평하고 쓸모를 다 할 수 있는 세금을 거두기 위한 길을 모색할 때이다.

그렇게 간접세와 소득세가 등장했고, 누가 더 내고 덜 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한때는 빈자 과세가 유행이던 시절도 있었다. 세금을 내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할 것이기 때문에 빈자 과세를 빈곤 치유를 위한 최고의 처방으로 여긴 것이다.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부자 과세는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500년 이상 비판받았다. 그러나 실제 자료를 살펴보면 별다른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지도 않았고 재정적자의 심화와 사회적 갈등만 불러왔다. 이처럼 조세 제도의 효용성은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국제 기업의 조세 회피는 불법인가? 선거 출마자의 탈세는 어떻게 처벌해야 하며, 종교인 과세 혹은 부자 과세는 옳은가? 암호화폐로 얻은 수익에 세금을 매겨야 하는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대두된 독신세나 빈집세는 타당한가? 우리 시대에는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세금 문제가 가득하다.

국가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조세 제도의 역사는 문제를 올바르게 풀어나가는 발판으로써 작용한다. 조세의 역사를 알아야 비로소 오늘날 유의미하게 사용될 바르고 공정한 조세 제도의 단초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사진출처=드루]
[사진출처=드루]

저자 이상협은 세계관세기구(WCO)에서 현대 관세행정을 소개하러 7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개도국에서는 세금 징수가 부진하면 놀랍게도 관세청장을 해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금은 골칫덩이이며 서점에는 절세 전략을 다룬 책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세금에는 이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인류는 누가 세금을 내고, 얼마를 내고 그리고 왜 내야 하는지에 대한 갈등을 역사에 기록해왔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조세 이야기 속에 보석 같은 지혜가 숨어 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면 놀라운 세계가 열린다.

세무 대학을 졸업했고(1983년), 관세청에 근무했다. 험프리 프로그램으로 미국에서 유학했고, 북부산과 여수세관장을 지냈다. 현재, 관세청 인재개발원 전문 교수이다. 세리CEO에서 강의했고, 무역경제신문 등에 칼럼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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