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안상현 기자] 『유배도 예술은 막을 수 없어(다른, 2022.10.25)』은 16세기부터 19세기, 즉 조선 시대 중·후반에 활동하다가 유배되었던 예술가들의 삶을 조명한다. 허균, 윤선도부터 김만중, 이광사, 김정희, 정약용 그리고 조희룡까지 조선 중·후기 역사 속 7인의 삶과 예술 세계를 들여다보는 청소년 교양서다.

유배라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스러지지 않고 예술의 꽃을 피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7인의 인물이 남긴 예술 작품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어린 시절 성장 배경, 유배 이유, 유배지에서의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붕당 정치로 복잡하게 얽힌 조선 역사의 흐름이 한눈에 펼쳐진다. 천재라고 해서 인생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삶을 산 ‘갓생러’들의 흔적은 청소년에게 힘찬 격려와 용기를 선사한다.

더하여 책 앞쪽에 들어간 ‘이 책을 더 잘 읽는 방법’은 예술 감상력을 기르는 단계별 가이드를 제시한다. 인물 별 주요 업적과 역사적 사건을 다룬 ‘연표’와 각 장 도입부마다 등장하는 ‘인물 프로필’은 지식과 재미를 동시에 전달하며, 역사를 비롯한 예술을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각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

7인의 인물이 활동했던 조선 중·후기는 붕당 정치로 인해 정국이 혼란하던 시기였다. 민생 안정과 국가의 이익보다는 오로지 자기 당의 권세만을 위한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7인은 소신 있게 자기 목소리를 냈고, 그 결과 유배되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능력에 따라 인정받는 세상, 약자도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세상을 외쳤다. 그뿐만 아니라 백성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학문을 고양하고 문화·교양의 발전에 힘쓴 진정한 인본주의자였다. 그들의 사상은 다양한 저서와 예술 작품으로 남아 후대에까지 전해지는 귀한 유산이 되었다.

각 인물의 삶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면, 극한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주어진 삶을 살았던 ‘갓생러’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김정희는 벼루 10개를 구멍 내고 1,000자루의 붓을 몽당붓으로 만들어 가면서 추사체를 완성했고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50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조선 시대 모든 매화 작품을 통틀어 으뜸으로 꼽히는 조희룡의 매화 그림도 유배지에서 탄생한 것이다.

7인 모두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 일정한 성취를 이룰 때까지 밀고 나아갔다, 비록 외딴곳에 갇힌 신세였지만, 자신만의 예술 세계에서 긍정과 기쁨의 에너지를 얻었다. 이 7인의 인물이 각자 어떤 연유로 유배당했으며, 유배지에서는 어떻게 생활했는지 알게 되면 그들의 예술 세계를 좀 더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약 없이 유배지에 갇혀 있어야만 했던 7인의 상황은,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받아야 했던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다. 당연하게 여겼던 자유를 박탈당한 지난 2년여의 세월은 많은 사람에게 혼란과 무기력을 가져왔다. 이제는 회복해야 할 때다. 저자 김영선은 “우주의 역사를 생각하면 인간의 생애는 찰나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유배 같은 나쁜 상황이 나에게 닥친다 해도 거기에 파묻혀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또 다른 저자 신승미는 “우리는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나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것을 키워나가는 하루하루를 보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코로나 팬데믹은 마치 유배처럼 우리를 고립시키고,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로부터 우리를 격리했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계획을 무너뜨리고 용기를 꺾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청소년 독자는 이 책에서 그 해답의 일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방과 후 인물 탐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다. 〈방과 후 인물 탐구〉는 흥미로운 주제 아래 여러 명의 인물을 엮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을 다각도에서 살펴보는 인물사 책이다. 교과서 안에서 깊게 다루지 못한 인물의 삶과 작품, 사상과 이론이 종횡무진 펼쳐진다.

인물의 업적과 역사적 사건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연표, 인물의 삶을 재치 있게 정리한 인물 프로필과 교과 연계표까지, 재미와 학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풍성하게 담았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이야기와 역사를 좋아하는 누구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사진출처=다른]
[사진출처=다른]

저자 신승미는 삼평중학교 교사.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과 졸업 후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할 때만 해도 숲속에 난 두 갈래 길 중 다른 길을 선택한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운명처럼 국어 교사의 길을 걷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국어 수업이 무척 재밌고, 모두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아이들이 본인이 잘하는 것, 즐거운 일을 찾아내고 그것에 몰입하며 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글을 쓴다. 《함께 성장하는 수업 디자인》(공저), 《학교 민주주의가 뭐 별건가요?》(공저)를 썼다.

저자 김영선은 삼평중학교 교사. 동국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나를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배우기를 즐겨 하고 스스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수업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따뜻하게 소통하고,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모든 일이 설레고 행복하다.

수업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며 눈빛을 빛낼 수 있는 동료들이 있어 기쁘다. 이제 느긋함으로 주위를 감싸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함께 성장하는 수업 디자인》(공저),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2 소설》(공저), 《학교민주주의가 뭐 별건가요?》(공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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