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의 인문학: ‘알아차림’을 돕는 스토리텔링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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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오정근 칼럼니스트] 어린 왕자가 왕에게 간청을 드렸다.

"지는 해를 보고 싶어요... 그렇게 해주세요... 해에게 지라고 명령해주세요..."

그러자 왕이 되묻는다.

"만약 내가 어떤 장군보고 나비처럼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니라고 명하거나, 아니면 바닷새로 변신하라 명했는데도, 그 장군이 실행하지 않았다면, 그건 그가 잘못한 거겠니 아니면 내가 잘못한 거겠니?“

"그건 폐하 잘못이겠네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렇다. 우리는 서로에게 서로가 해낼 수 있는 지시를 내려야 하느니라."

라며 왕이 말을 이어갔다.

"권위는 우선 이치에 합당해야 하느니라. 네가 네 백성들보고 바다로 뛰어들라 명한다면, 그들은 폭동을 일으킬 것이다. 내 지시는 합당하기에 내가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진 게란다."

리더십 관점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대사다. 합법적인 지위와 권한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합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다. 그렇다면 합당하다는 기준이 무얼까?

합당하다는 말 속에는 논리성을 내포하겠지만, 이치나 논리는 시비가 생기기 마련이다. 즉, 맞고 틀림에 대해 서로 다르게 생각하기에 합당여부가 갈리게 된다. 리더 자신은 합당하다고 생각해도 구성원은 합당하지 않다고 인식하기도 한다. 나의 생각과는 달리, 상대가 합당하지 않다고 여길 때 논리적인 설명만 가지고는 설득이 안 될 때가 많다.

유학의 경전인 <대학>이란 책을 읽다가 합당의 기준을 느낌(감정)에서 답을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명하는 바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반하면 백성들이 따르지 않는다(기소명 반기소호이 민불종; 其所令 反其所好而 民不從)

- 남들이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싫어하면 이것이아먈로 사람의 본성을 스스로 거스르는 것이다(호인지소오 오인지소호 시위 불인지성; 好人之所惡 惡人之所好 是謂 拂人之性)

- 윗사람에게서 싫었던 바로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 것이며, 아랫사람에게서 싫었던 바로 윗사람을 대하지 말 것이다(소오어상 무이사하 소오어하 무이사상; 所惡於上 毋以使下 所惡於下 毋以事上)

어린왕자 속 대화를 들여다보면 왕이 꽤 지혜로운 리더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내리는 명령을 자신에게 적용해보고 자신도 좋지 않음을 확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가 자신에게 나비가 되어보라거나, 바닷새로 변하라고 요구한다면, 자신도 달갑지 않다는 걸 입장 바꿔 생각한 것이다. 느낌을 존중한 것이다. 우리들은 느낌으로 판단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영적 능력이 있어서 좋은 느낌인지 싫은 느낌인지 금세 안다.

그렇기에 '사람들 누구나 자기 안에 답을 지니고 있다'. 이것을 일컬어 <대학> 에서는 ‘혈구지도(絜矩之道, 헤아릴 혈, 자 구)’라 한다. '자기 안에 있는 자(ruler, 느낌)로 세상 모든 것을 헤아리며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세상에 정답은 없다’는 켈리그래프 글씨를 만난 적이 있다. 글씨는 예뻤지만 읽다가 느낌이 이상했다. 나는 되묻고 싶어졌다. 만일 정답이 없다면 우리는 왜 책을 읽거나 배우는 걸까? 정답도 아닌 것에 시간낭비를 하는 것은 합당한 걸까? 그럴 리가 없다. 좋으니까 읽고 좋으니까 배운다고 생각한다.

내가 답이다. 내가 답이란 생각을 놓치지 않으면 좋겠다. 배움이란 내 안의 답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칼럼니스트 프로필

오정근 칼럼니스트는 연세대에서 HRD 석사, 국민대에서 문화학박사를 취득했으며, 전문코치로서 리더십 코칭과 커리어 코칭을 하고 있다. 국민대학교 교양학부와 일반대학원에서 10년째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며, 단국대 경영대학원과 숭실대 교육대학원에서는 코칭과 관련한 과목을 강의했다. 인문학 기반의 리더십 강의와 감정철학을 기반으로 통찰력을 키워가는 코칭이 강점이다. 저서로는 2022년 한국코치협회에서 최우수도서상을 수상한 『오정근의 커리어 코칭(북소울, 2022)』과 『떨리는 강사 설레는 강사(학지사, 2014)』(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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