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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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안상현 기자] 이 책 《음표 위 경제사(루아크, 2023.01.10)》는 대중음악과 자본주의 경제의 오랜 동행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지은이 이두걸 작가는 ‘대중음악이 자본주의 경제 발전에 어떤 영향을 받아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지은이는 상업혁명과 산업혁명, 세계대전과 대공황, 냉전, 석유파동, 신자유주의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세계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함께 세계경제는 어떤 변곡점을 맞이했는지, 그 과정에서 ‘대중’은 어떤 음악을 향유했는지 혹은 향유할 수밖에 없었는지 자세하게 들려준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제일 먼저 문화 관련 지출을 줄인다. 이른바 출판이나 음악 산업, 연극이나 영화 산업 등은 따라서 경제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 흐름을 재빨리 감지하고 그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의 생존법이다.

때로 그 돌파구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이 되기도 하고, 모험적 투자에 거리를 둔 과거로의 회귀가 되기도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복고 열풍이 몰아치는 건 저성장 기조에서 이들 산업이 찾은 생존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기자로서 경력의 절반 이상을 경제 분야에 몸담으며 한편으론 음악을 ‘취미 이상의 대상’으로 삼았던 이두걸 작가는 이런 일련의 흐름에 주목하면서 ‘문화산업, 그중에서도 대중음악은 자본주의 경제 발전에 어떤 영향을 받아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곧 이 책은 18세기 후반 자본주의 경제가 움트기 시작한 때부터 신자유주의가 본격 대두되었던 20세기 후반까지의 경제사와 음악사를 톺아보며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책 도입부에서 지은이는 “경제는 다른 요인과 더불어 예술을 포함한 상부구조에 개입하거나, 중간 단계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라고 말하면서 “최초의 ‘자유 음악가’ 베토벤이 모차르트처럼 굶어 죽지 않은 건 1차 산업혁명에 따라 부르주아계급이 대거 양산된 덕분이다.

음악을 향유하고 소비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던 축음기와 라디오는 2차 산업혁명기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결과물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의 ‘이례적’ 호황이 1970년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면 기성세대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였던 펑크록이 출현할 수 있었을까”라고 부연한다.

지은이는 상업혁명과 산업혁명, 양차 대전과 대공황, 냉전과 석유파동, 신자유주의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세계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함께 세계경제는 어떤 변곡점을 맞이했는지, 그 과정에서 ‘대중’은 어떤 음악을 향유했는지 혹은 향유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 책에서 자세하게 풀어낸다. 이른바 대중음악과 자본주의 경제의 오랜 동행의 역사를 살피는 것이다.

책을 마무리하며 지은이는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 등은 이 책의 범위를 벗어나기에 다루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21세기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강력한 흐름인 K팝도 마찬가지다. 객관성을 확보할 만큼 충분한 거리두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생각에서다.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역사의 오래된 명제를 거쳐 더 바람직한 미래를 모색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는 지은이의 말처럼 현상의 이면을 탐색하고 그것으로부터 더 나은 방향을 도출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이들의 의무이자 즐거움일 것이다.

[사진출처=루아크]
[사진출처=루아크]

저자 이두걸은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종교학을 공부했다. 2002년 〈서울신문〉에 입사한 뒤 주로 경제부와 사회부 법조팀, 논설위원실에서 기사와 칼럼을 썼다. 2013년 여름부터 일 년간 미국 조지아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BCP)’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편집국 전국부에서 차장 겸 시청팀장을 맡고 있다. 이달의 기자상과 관훈언론상, 한국신문상 등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대한민국 빈부리포트》(공저) 등이 있다. 언젠가 베토벤 후기 피아노소나타에 도전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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