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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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안상현 기자] 『무대 위의 책(파롤앤, 2022.12.30)』은 ‘무대에 관한 책’이 아니라 연극 비평을 새롭게 정의하는 책이다. 연극평론가 조만수는 『햄릿』에 대한 책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햄릿이 읽는 책을 쓰기를 원한다.

그는 공연을 기록하는 책이 아니라 공연보다 앞에 오는 책을 원한다. 사라짐을 기록하면서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 몸을 사유하기 때문이다.

“비평가는 〈햄릿〉이라는 공연을 보고 공연평을 쓰는 것에 앞서서 무대 위에서 햄릿이 읽고 있는 책을 쓰는 자이다. 그러므로 비평은 작품보다 먼저 쓰이고 동시에 작품보다 뒤에 쓰인다. 이미 쓰였으며 아직 쓰이지 않은 글을 햄릿이 읽고 있다.

이미 쓰인 글은 ‘원archi-연극théâtre’을 향하는 원-문자, 원-글쓰기이다. 그것은 기원 혹은 본질을 향하는 연극이며 글이다. 기원은 구체적 지점이라기보다는 지정되는 방향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연극은 무대 위에서 잠시 펼쳐졌다가 사라진다. 문학 평론이 독자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작품에 대한 글쓰기라면, 연극 평론은 사라짐에 대한 글쓰기이다. 조만수는 평론집 『무대 위의 책』에서 사라짐에 대한 글쓰기를 함에 있어서 사라지는 것들의 모습을 증언하는 방식만을 취하지 않는다.

그는 연극 비평이 시간상으로 반드시 연극보다 뒤에 오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그에게 『무대 위의 책』은 공연보다 뒤에 오는 책이 아니라 공연보다 앞서 오는 책이다. 즉 공연자가 자신에 대한 기록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공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는 책이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햄릿이 무대 위에서 읽고 있는 책이 그에게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를 풀어내는 혜안을 주는 것처럼, 공연보다 먼저 오는 책이 지향하는 것은 원-연극의 개념이다. 그것은 연극이 지향해야 하는 이데아로서의 연극이며 『무대 위의 책』은 원-연극에 대한 글쓰기를 시도한다.

『무대 위의 책』은 또한 연극보다 뒤에 오는 글쓰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2000년 이후-2003년부터 2022년까지 20년간-우리 연극의 모습을 기록하고 해석한다. 1부에서는 작가론을 2부에서는 연출가론을 다루고, 3부에서는 쟁점이 되었던 담론들을 다루면서, 이 시기 한국 연극의 지형도를 그린다.

4부에서는 미술, 영화 그리고 전형적인 극장 공연을 벗어나는 다양한 시도를 ‘무대의 안과 밖’이라는 이름으로 다루고 있으며, 5부에서는 이 시기 한국 연극의 대표작들에 관한 리뷰를 담고 있다. 6부에서는 비평에 대한 메타비평으로 평론가 안치운의 연극 평론을 분석한다.

책의 시작과 끝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형식으로 두 편의 ‘연극 비평을 위한 소론’을 게재하면서 연극 비평에 대한 관점을 제시한 것은 연극 비평을 단지 공연작품에 대한 미적 등급의 심판으로서가 아니라 예술에 대한 사유의 형식으로 격상시키고자 하는 고민을 담기 때문이다.

[사진출처=파롤앤]
[사진출처=파롤앤]

저자 조만수는 프랑스 문학을 공부하였으며, 장 라신에 대해 석사 논문을, 그리고 토마 코르네유에 대한 박사 논문을 썼다. 충북대학교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로서 프랑스 언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연극에 대한 글을 쓰거나 드라마터그로서 연극 만들기에 참여한다.

남산예술센터 극장드라마터그, 국립극단 희곡우체국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오슬로〉 〈서교동에서 죽다〉 〈햇빛샤워〉 〈단테의 신곡〉 등 40여 편의 작품에 참여하였다. 『프랑스 하나 그리고 여럿』 『세계고전오디세이』 『동시대연출가론』 등을 공동으로 집필하였다.

철학자 장-뤽 낭시와 필립 라쿠-라바르트가 함께 쓴 『무대』를 번역하였다. 이외에도 짧은 수필집 『말을 낳는 아이, 애지니』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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