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안상현 기자] 김영민 교수의 산문집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자매편이자 이미지 확장판 『인생의 허무를 보다(사회평론아카데미, 2022.12.26.)』.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동일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되, 기존 책보다 두 배 이상 커다란 판형에 다섯 배 이상의 도판을 수록하고 있다. 각 도판에는 저자가 왜 이 그림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설명글이 친절하게 덧붙어 있다.

특히 부록으로 실린 소식의 「적벽부」에 대한 저자의 해설은 소식의 자연관, 정치관, 인생관을 꿰뚫는 통찰력 있는 해석으로 가득할 뿐 아니라 그의 ‘허무’ 에세이가 어떻게 「적벽부」와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연결되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인류가 축적해온 문화 속을 자유롭게 헤엄칠 때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본 저자가 메마른 문화의 사막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우리 ‘문화적 양서류’를 위해 선물처럼 제공한 안내서이다.

왜 굳이 이미지 확장판을 출간한 것인가에 대해 저자 김영민은 인간은 ‘문화적 양서류’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메마른 문화의 사막에서는 살아갈 수 없으며, 앞선 이들이 축적해온 문화 속을 유영하면서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

인간이 풍요롭게 산다는 것은 곧 깊고 넓은 문화의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며 사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문화적 양서류’라 표현한다.

저자는 앞선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는 공간적 제약 때문에 채 싣지 못했던 도판과 해설을 이 책에 마음껏 실으면서 바다로 돌아가는 양서류 인간처럼 희열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을 읽는 이들이 풍부한 상징과 기호와 이미지의 바다에서 헤엄치기를 기원하면서 “천천히 삶의 욕조에 물을 채우는 기분”으로 그림과 텍스트를 고르고 선정했다. 이렇게 탄생한 『인생의 허무를 보다』는 ‘문화적 양서류’인 우리를 위한 저자 김영민의 특별한 선물이자 친절한 안내서라 하겠다.

이 책에는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집필하는 데 모티프가 되었던 북송시대 문장가 소식의 「적벽부」의 원문과 번역문뿐 아니라 특별히 저자의 상세하고 전문적인 해설을 싣고 있다.

「적벽부」를 통해 소식의 자연관, 정치관, 인생관을 꿰뚫는 저자의 통찰력 있는 해석으로 가득한 해설은 단연 이 책의 백미다. 이 글을 읽는 순간 독자들은 소식과 「적벽부」에 대한 이해를 넘어 저자 김영민이 「적벽부」에서 어떤 영감을 얻어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집필하게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8개의 장으로 구성된 본문이 ‘「적벽부」에 대한 유연한 주석’으로 새롭게 읽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오랜 세월 수많은 화가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탄생한 ‘적벽도(赤壁圖)’의 세계를 접하게 됨으로써, 이 그림들이 단순한 풍경화 또는 산수화가 아니라 거대한 자연을 마주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정의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연동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소식의 「적벽부」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과 관련 그림들은 『인생의 허무를 보다』를 소장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제공한다.

[사진출처=사회평론아카데미]
[사진출처=사회평론아카데미]

저자 김영민은 사상사 연구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하버드대학교에서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브린모어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동아시아 정치사상사, 비교정치사상사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중국정치사상사 연구를 폭넓게 정리한 A History of Chinese Political Thought(2017)와 이 책을 저본 삼아 국내 독자를 위해 내용을 크게 확장하고 새로운 문체로 다듬은 『중국정치사상사』(2021)를 출간했다.

산문집으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2018),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2019), 『공부란 무엇인가』(2020)를 비롯해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2021)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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