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재은 칼럼니스트] 부탄이라는 나라가 있다. 입헌군주제를 택한, 히말라야에서 멀지 않은 작은 왕국이다. 국민소득은 1,200달러가 조금 넘으니 우리 눈으로 보면 보잘 것 없는 가난한 나라이다. 하지만 2010년, 유럽 신경제재단(NEF)이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 조사에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대한민국은 143개국 중 68위를 차지할 때, 국민소득 1,000달러가 조금 넘는 부탄은 당당히 1위에 올랐다. 국민 100명 중 97명이 행복하다는 부탄이다.

왜 그럴까? 그 전에 작은 사실 하나를 짚어보자.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행복한 사람이 별로 없지만 모두들 끊임없이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부탄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하지만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얼마 전 부탄을 다녀온 지인은 이야기했다. 아마 부탄 사람들은 행복이나 불행이라는 단어를 잊고 사는 것 같다고. 아니 모를지도 모른다고 했다. 일상의 삶 속에 요란스러운 행복이나 불행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누군가는 이야기했다. 부탄에는 자기성찰이 없다. 자기계발서도 없고 안타깝게도(?) 실존적인 고뇌도 없다고. 그러고 보니 새해가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계획을 세우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느라 호들갑을 떠는 우리네 삶과 확연히 대비가 된다.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이야기 했다.

‘자신이 행복한 지 자문하는 순간 행복이 사라진다’고.

그렇다고 부탄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진지해서 탈이라고 지인은 이야기했다. 다만 세상에 대한 불만이나 짜증을 동반한 심각한 진지함이 아니라 지금 그대로의 삶을 느끼며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진지함’이 있을 뿐이라고.

그들의 삶은 그대로의 일상일 뿐이다. 그러기에 부탄에 간 ‘한국형 인간’이 느끼기엔 부탄은 지루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나라이다. 특별함이 없기에 그 인간은 행복은커녕 불행의 한복판에 온 느낌이 들 것이다.

결국 세상을, 처한 환경을 어떻게 느끼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행복을, 누군가는 불행을 느끼게 된다는 진실이 행복방정식을 풀어가는 하나의 힌트가 된다.

물론 부탄은 부탄일 뿐이다. 하지만 삶의 고통이나 불행들이 적은 삶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행복이라고 부른다. 부탄인들은 그것을 무엇이라 부를까? 행복을 의식하지 않는 부탄이 주는 행복의 작은 비밀을 살짝 알아차렸다. 삶이 단순해졌다.

※ 출처 : 교차로 신문 ‘아름다운 사회’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