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윤선동 기자] 우순미 강사는 20여 년간의 공직생활 이후에 그림책셀프감정코칭, 그림책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서울교육청 도서관 독서지도, 출판문화진흥원 책읽어주는문화봉사단 양성, 강원문화예술재단 인생나눔 멘토, 춘천시 드림스타트 독서지도, 시니어 독서동아리 지도, 군부대 공감강사로 어린아이부터 성인, 어르신까지 다양한대상들과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어느 공간에 한 사람이 들어섰을 때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해바라기같이 주변을 순식간에 환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그림책 전문 우순미 강사를 인터뷰로 만났다.

Q. 그림책과 만나게 된 계기를 소개해주세요.

8년 전인 2015년 4월 제 마음을 두드리는 한 권의 그림책 임길태 글, 김동성 그림의 『들꽃아이』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마치 그림책 전도사처럼 그림책의 매력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는 일을 즐기고 있어요.

처음엔 아이들과 중증 장애인들에게 그림책 읽어주는 봉사로 시작해서 공동육아를 하는 마을 활동가들에게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재밌게 노는 법을 공유하면서 스스로 점차 그림책이라는 작품의 넓이와 깊이를 알아보고 싶더군요.

그렇게 그림책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면서 이 그림책을 나누는 대상도 다양하게 확대되었답니다. 지금은 군부대 장병들과 함께하기도 하고, 70세가 넘는 어르신들과도 함께해요.

요즘은 인생 경험이 풍부한 어르신들과 주고 그림책을 나누고 있어요. 어르신들은 문화생활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어려운 물리적 환경에 처해 있거나 신체나 정서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때때로 있습니다. 이런 어르신들과 그림책 한 권으로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스스로 존중하게 되고 또 훗날 남은 자들에게 기억될 삶을 만들어 가는 일을 그림책으로 하고 있어요.

[사진출처=그림책전문강사 우순미]
[사진출처=그림책전문강사 우순미]

우리 세대만 하더라도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향유 할 수 있는 사회문화서비스를 쉽게 누릴 수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부모님 세대는 그 시대의 환경으로 그렇지 못하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러한 분들의 문화예술 결핍을 그림책으로 함께 나누며 채워드리며 자신의 삶을 존중하게 해 드립니다.

이렇게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과 함께하면서도 또 신체, 정서적으로 활동이 가능한 어르신들 중 어린 손주들과 책으로 놀아주고, 또 사회공헌 활동을 원하시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재밌게 책을 읽고 그 책과 연관되는 예술‧신체놀이법 『스토리텔링과 책놀이』을 강의하고 있어요. 벌써 6년째군요.

요즘에는 군 장병들에게 그림책 강의를 하는데요, 저는 군대 문화에 꼭 필요한 게 바로 그림책이라 생각합니다. 그림책을 통해 나와 상대방을 이해하는 공감력을 높일 수 있어요. 나만의 입장을 고수하지 않고, 다양한 삶과 관점을 이해한다면 병영생활도 더 만족스러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Q) 활동할 때 미스 럼피우스라고 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의 활동을 하나로 표현하는 이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바라쿠니의 그림책 『미스 럼피우스』의 앨리스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하라고 당부하신 할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하며, 먼바다를 누빈 할아버지처럼 더 넓은 세상으로 모험을 떠납니다. 어느덧 ‘내 자리’를 찾아 정착하고 싶어진 그는 마침내 바닷가에 자리를 잡고 여생을 보내게 되죠. 할머니가 된 앨리스, 미스 럼피우스는 언젠가 자신이 뿌린 루핀(lupine) 꽃씨가 바람과 새 덕분에 먼 데로 날아가 세상을 아름다운 보랏빛으로 물들인 것을 보고, 더 많은 꽃이 더 널리 피어나길 바라며 힘닿는 대로 씨를 뿌린답니다.

여기 뿌린 씨앗이 저기서도 꽃을 피우듯, 그림책을 나누며 8년 전 그림책 한 권이 제 가슴을 쿵쾅거리게 한 것처럼 많은 분들도 그 쿵쾅거림을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미스 럼피우스가 꽃씨를 뿌렸다면 저는 그림책을 나누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출처=시공주니어]

Q. 그림책의 매력은 무엇이며, 그림책 큐레이터를 하시게 된 동기는 어떻게 되시는지요?

그림책은 복합문화예술 장르로, 그림책을 활용해 또 다른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확장성이 큰 장르입니다. 요즘 K-컬쳐 중 우리 한국의 그림책은 현재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다양한 세대와 다양한 계층의 매니아가 형성되었으니까요.

제가 그림책 매력에 빠져서 현재 그림책 전도사(활동가)가 된 계기는 그림책이 나에게 울림을 주었기 때문인데요, 그림책 세계에서는 이런 경우를 인생 그림책을 만났다고 표현합니다. 인생 그림책을 만나니 자연스럽게 소리 내어 읽게 되고, 이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전시관의 도슨트처럼 주변에 막 알리고 싶더라고요. 또 그림책 낭독도 낭독자의 목소리 색깔에 따라 또 다른 느낌을 주더군요. 낭독은 낭독자가 되었을 때와 청자가 되었을 때는 또 그 느낌이 달라요. 같은 그림책을 이렇게 참여자들과 소감을 나눌 때 그날의 날씨, 장소, 나에게 체화된 기억에 따라 느껴지는 것이 다 달라요. 그래서 그림책 큐레이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Q. 그림책 큐레이터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음, 90세가 넘은 남자 어르신의 로맨틱한 사연을 나누고 싶네요. 배우자와 사별한 지 딱 3주째가 되신 자녀와 떨어져 혼자 사시는 어르신을 만나게 되었어요. 어르신은 먼저 떠난 부인을 몹시 그리워하고 미안해하시면서 매일 아침마다 부인을 위해 커피와 빵을 부인 사진 앞에 두시고 한참을 부인과 마음으로 대화를 하셨어요. 많이 슬퍼하셨지요. 자녀분들은 어르신의 건강을 생각해서 돌아가신 분을 자꾸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면서 많이 우울해하셨어요.

첫날 그분을 뵙고 3번째 만나는 날 이명애 작가의 『꽃』을 보여드리며 말씀을 나눴습니다. 내용은 알록달록 조화롭게 잘 자라라고 색동저고리 입고 돌 잔치했던 그녀는 꽃가마 타고 시집가서 인생의 사계절을 보내고 다시 꽃상여를 타고 지지 않는 꽃밭이 있는 곳에서 지내고 계시니 다시 만나는 날에 잊지 않으시려면 함께 했던 추억 생각하시며 잘 보내시면 된다고요. 올해 3년째 만나 뵙고 있는데 이제는 어르신은 다른 그림책도 즐겨보시면서 멋진 그림도 직접 그리시고 글도 쓰세요.

나는 1대1로 만나는 경우가 많기에 대상자 파악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어르신의 경우가 바로 대상자 파악으로 꼭 맞는 그림책을 선택해 처방 아닌 처방이 된 거죠. 가끔은 가방에 넣고 다니는 그림책이 그날 만난 분들과 사연이 맞아 즉석에서 선물하는 경우도 많아요. 받은 분은 선물을 받았다고 하지만 저는 그림책 분양이라고 표현해요

[사진출처=문학동네]

Q. 그림책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어쩌죠. 저는 처음 접하는 분들께 그림책 추천은 조심스러워하는 편입니다. 왜냐면 처음 접하는 분들의 삶이 파악되지 않았고, 섣부르게 추천했다가는 ‘음~~~, 뭐 다들 그림책 좋다, 좋다 하는데 난 뭘 그냥 애들이나 읽는 책이라는 느낌인데’라고 생각하며 그림책과 멀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림책은 어떠한 대상을 만나는지가 중요하지요. 5월부터는 직장여성을 만나게 되는데요. 그 직장여성도 저녁 시간에 만나는 거라 책을 선정하고 있는데 사람과 그림책의 교집합을 찾고 있습니다. “바로 이 책입니다.”라고는 어렵고요, 대상자의 감정, 체화된 그 무엇과 맞는 책이 중요한데, 대체적으로는 첫 회기에 자연을 담은 그림책이면 모두가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인생책은 임길택 글, 김동성 그림의 『들꽃아이』가 바로 느끼며 또 가슴을 울리는 서사도 있어요. 아, 이 책으로 7세 친구들도 함께 나누고, 70세 이상의 어르신들도 함께했는데 모두 공감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사진출처=길벗어린이]

Q. 현재 강사님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아마도 저의 어린시절 결핍이 문화예술이었던 것 같아요. 제 고향이 도심에서 걸어서 40분 정도 떨어진 외곽에 있었어요. 유치원도 없었지요. 하지만 제 기억 속에 마을 골목길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리러 몇몇 분들을 본 기억이 있고, 아마도 그때 본 장면이 어린 시절 제가 접한 문화였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 문화 결핍 때문인지 거동이 불편하고 지역적 환경, 또는 삶의 어려움으로 문화를 접하지 못하는 문화 소외계층을 위해 복합문화예술이라 할 수 있는 그림책으로 그들만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그림책을 매개로 어린 시절부터 노년, 그리고 다양한 대상들과 예방적이면서 설계적인 인문 치료 활동을 이어가려 합니다.

[사진출처=그림책전문강사 우순미]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어린 시절 정말 책을 읽지 않고, 공부도 하지 않았던 제가 그림책을 만나 사람이 바뀌었어요. 아무래도 그림책을 매개로 여러분들을 만나기에 좀 더 신중하고 깊이를 더하고 싶어서 작년에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가 그렇듯이 그림책도 아는 만큼 보이고, 알고 보면 더 재미를 더할 수 있습니다. 나이 들어서 하는 공부가 쉽지는 않지만, 자발적인 공부라 재미도 있어요. 현재는 지금 하는 강의와 학업에 매진하고 있는데,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그림도 배우고 내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내고 싶습니다.

언젠가 한 어르신이 ‘술친구는 친구도 아니다. 책 친구가 친구다’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어르신들을 만나면 인생을 살아내신 그분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많이 남아요. 그분들의 삶의 이야기와 지혜, 정서를 어떻게든 담아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아직은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꼭 해보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그림책을 접하면서 일상에서 그림책을 나누고 소통하는 그런 문화를 전파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를 발견하고, 그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름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다양한 그림책 만큼이나 열려있고, 큰 키 만큼이나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가진 우순미 그림책전문 강사님의 더욱 활발한 활동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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