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서울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한국강사신문 한상형 기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장맛비가 주춤하면서 다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는 양상이지만, 긴 장마가 끝나고 나면 미국, 유럽에서처럼 극한의 무더위가 덮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커지고 있다.

폭염이 닥쳤을 때는 모든 사람이 건강 관리에 주의해야 하겠지만, 고혈압과 당뇨병, 만성콩팥병 등의 만성질환자들은 장시간 노출될 경우 자칫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어 더욱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여러 전문가의 도움말로 폭염 속 건강관리 요령을 알아본다.

◇ 고혈압, 무더위·냉방 모두 조심…어지럼증·저혈압 있다면 병원 방문해야

고혈압은 대개 겨울철에 더 위험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름 또한 고혈압 환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위협 요인이 폭염이다. 무더위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혈관을 확장하고 땀을 흘리는 등 열을 최대한 방출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혈관이 확장되면 혈압이 낮아지게 되고, 심할 경우 정신을 잃는 열실신까지 발생할 수 있다.

고혈압 약을 먹고 있는 환자들은 이런 상황에 더욱 노출되기 쉽다. 특히 고혈압 약과 전립선비대증 약물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에는 혈관이 더욱 확장되기 때문에 앉았다 일어설 때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체위성(기립성) 저혈압'이 유발될 위험이 높다.

실내 냉방에 따른 온도 변화도 고혈압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다. 더운 곳에 있다가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피부와 말초혈관을 급격히 수축함으로써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 이 경우 작게는 혈류 변화로 인한 수족냉증 증상이나 두통부터 크게는 심뇌혈관질환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을 예방하려면 실내 온도를 외부 온도와 5도 이상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고, 긴소매 옷이나 양말 등을 통해 찬 공기가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혈관 수축의 원인이 되는 흡연을 금하고, 이뇨 작용을 증가시키는 커피나 콜라, 음주도 자제해야 한다.

또한 혈액 순환을 돕는 유산소 운동을 주 3회 30분씩 꾸준히 하는 것도 혈관 탄력을 높여 혈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산 차병원 순환기내과 김미현 교수는 "겨울철 혈관이 수축한 상태를 기준으로 혈압약을 처방, 복용하다가 여름에 혈압이 크게 떨어져 내원하는 환자가 많다"며 "여름철에 두통, 현기증이 잦아지거나, 누워있다가 일어날 때 머리가 핑 도는 저혈압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혈압을 낮추는 약의 복용량이나 종류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 당뇨병, 규칙적인 식사 습관과 실내 운동으로 탈수 예방 힘써야

당뇨병 환자도 폭염 자체가 위험요인이다. 당뇨병에는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무더위로 식습관 등의 생활방식이 불규칙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무더위에 입맛이 떨어져 식사를 거르게 되면 저혈당이 발생하기 쉬운데, 이 경우 어지럼증이나 떨림, 심하면 혼수상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시원한 과일이나 음료수 등을 과도하게 섭취하게 되면 고혈당이 나타나게 된다.

탈수 증상도 당뇨병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다. 여름철 땀으로 인해 탈수가 발생하면 혈당이 올라가게 되는데, 이 경우 혈액이 끈적끈적해져 혈관이 쉽게 막히게 된다. 이 때문에 혈액 순환이 잘 안되면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밖에 가벼운 옷차림에 의한 피부 노출이나 과도한 물 접촉으로 인한 피부질환도 당뇨병 환자의 건강을 위협한다. 또한, 당뇨병 환자는 자외선 노출로 인한 백내장 등의 안과 질환 발병률도 높아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의 여름철 건강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수다. 물을 많이 마시면 당뇨병 증상이 심해진다고 꺼리는 경우가 있지만, 갈증을 해소할 정도의 물을 마셔야 혈당의 추가 상승을 막을 수 있다.

다만, 한 번에 다량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보다는 조금씩 자주 마시는 편이 좋다. 설탕이 들어간 음료는 혈당을 올려 갈증을 일으키므로 피해야 한다.

운동 또한 기본 중 하나다. 기온이 너무 높지 않은 아침이나 저녁 이후 시간을 이용하되, 열대야라면 적정 온도가 유지되는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이 좋다.

운동 때는 당뇨발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맨발 대신 통풍이 잘되는 운동화와 면양말 등을 착용해 발을 보호해야 한다. 운동 후에는 발을 깨끗이 씻고 완전히 건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산 차병원 내분비내과 임창훈 교수는 "무더위에 외출해야 한다면 탈수와 저혈당 예방을 위해 생수 1병과 사탕 2개를 챙기고, 선글라스와 모자, 양말, 운동화 등을 통해 눈과 발을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만성콩팥병, 투석 여부 따라 수분보충·혈중 칼륨농도 관리 중요

폭염은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도 괴로운 계절이다.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름철 온도 28.8도를 기준으로 기온이 1도 상승할 때 콩팥 기능 악화로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가 23.3% 증가했다.

여름철 콩팥 건강을 좌우하는 요소는 체내 수분과 전해질, 칼륨이다. 이 중 수분은 체내 적정량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가령 다량의 땀을 흘려 탈수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 콩팥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게 되는데, 이 경우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콩팥 기능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반면 투석 치료를 받는 만성콩팥병 환자들이 무더위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수분 섭취를 늘리면 전신부종이나 폐부종 등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투석 치료를 받지 않는 상태라면 소변을 본 양만큼의 수분을 섭취해 탈수를 피하는 것이 좋다. 투석 치료를 받는 중이라면 수분 배설 기능이 매우 떨어져 있는 만큼 섭취량을 300~500cc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 빨대로 물을 마시거나 얼음으로 섭취하는 편이 여름철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과일이나 채소에 포함된 칼륨도 주의해야 한다.

칼륨은 근육 작용에 관여하는 필수 전해질이다. 문제는 이러한 칼륨의 90%가 콩팥을 통해 체외로 배출되는데, 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은 배설 능력이 떨어져 체내에 칼륨이 축적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팔다리 저림, 부분 마비, 전신 무력감 등은 물론 심장 근육에 영향을 미쳐 부정맥이나 심장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다. 칼륨 함량이 높은 토마토, 키위, 참외 등은 되도록 피하고, 채소는 물에 데치는 등의 방식으로 칼륨을 줄이는 조리법이 권장된다.

일산 차병원 신장내과 이미정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식사요법만으로 질환을 고칠 수 없는 만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약제 복용이나 투석 치료 등 자신에게 필요한 조치를 병행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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