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안상현 기자] 한 분야에서 40년 이상 일을 하면 어떻게 될까? 2016년 명예로운 퇴직 이후 여전히 현역의 삶을 살아가는 최혜순 명예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현재 가천대학교 유아교육학과 명예교수이며, 경기창조학교 부모교육멘토, 세살마을 연구원 조부모교육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화여자대학교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했고, 한양대학교 교육학석사(교육심리)와 교육학박사(발달심리전공) 학위를 받았다.

또한, 최 대표는 가천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 세살마을연구소 소장, 송파어린이 문화회관 관장 그리고 윤영심리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강의분야는 영유아발달, 행복교육, 뇌교육, 부모교육, 심리치료 및 상담 그리고 영재교육이다. 저서로는 <부모교육>, <영유아 뇌발달과 인성교육>, <행복한 아이 행복한 부모>, <유아교육기관 운영관리> 등 다수가 있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1951년생 최혜순으로 현재 가천대학교 명예교수이며 사단법인 행복교육연구소의 대표입니다. 51년생으로는 드물게 직업을 가졌음에도 세 아이를 낳고 길렀으며 시아버님도 모시고 산 경험도 있으며, 손자녀 여섯을 둔 할머니입니다.

퇴직한 후에는 행복과 뇌 발달에 관심을 둔 제자들과 (사)행복교육연구소를 설립하였습니다. 법인에서는 유아, 교사, 부모, 조부모의 뇌 발달과 행복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관심 있는 주제가 많아 다양한 공부를 하고 있어서 ‘호기심 천국’이라 불립니다.

Q. 언제, 어떤 계기로 교수가 되셨는지요?

초등학교 4학년 정도일 때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아버지의 직장을 찾아갔었는데, 계신 곳을 잘 몰라 어떤 남자에게 “교학과가 어디 있어요?”라고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이 “어린애가 거기 왜, 가는데?”라고 묻기에 “아버지 만나러요”라고 대답했죠. “아버지가 교수님은 아니시네!”라는 말을 듣고 처음 교수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집에 와서 “아버지는 교수가 아니냐?”라고 물었더니 “난 교수가 아니야, 교수가 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하니 넌 공부 많이 해서 교수가 되어라”라고 말씀하셨어요. 너무 어린 시절의 일이라 그 일은 잊어버린 듯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 진학하여 보니 여자 교수가 많았고 대부분 유학 다녀오신 박사님들이셨는데 교수라는 직업이 좋아 보였습니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 “나도 유학 가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이야기했더니 아버지는 “결혼해서 아이를 둘 낳고 나서도 유학 가고 싶다면 그때 가라, 그러면 학비는 대 주시겠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대학 졸업 후 임용시험을 거쳐 여고교사가 되었지만 내가 맡은 과목을 8반 모두 해야 하고 매년 같은 과목을 반복하는 것이 지루했습니다. 마침 결혼도 하였기에 현모양처도 좋겠다 싶어 퇴직하게 되었죠. 그 후 연년생으로 두 아이를 낳고 아이들이 어릴 적에 공부를 더 해두면 좋을 것 같아 국내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1982년 유아교육진흥법이 생겨 전국 전문대학에 유아교육학과가 신설되게 되었어요. 갑자기 유아교육 관련 전공교수가 부족하여 석사인 나도 32세에 교수가 될 수 있었습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라는 말이 있듯, 모든 일은 우연이 아니라 가슴속 깊은 곳에 꿈, 교수라는 직업을 간직했기에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아이들은 부모가 바라는 만큼 큰다는데 아버지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Q. 교수님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교육철학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 자신이 교육심리학이나 발달심리학을 전공하였고, 동생 넷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첫째, 아이의 기질과 소질, 즉 아이가 가진 잠재 능력이 무엇인지 알아가며 교육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을에 피는 국화꽃이라면 이른 봄부터 피지 않는다고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야 하고, 백합꽃에게 ‘왜 향기가 그렇게 진하냐’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아이들은 모두 다르니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고 아이들 고유의 색으로, 속도로 자라나길 기다려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말하고 행동하게 하자‘입니다.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행하게 했을 때 더 즐겁게 활동하며, 자기선택에 책임지는 경험을 통해 마음이 건강한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자유로운 시간을 많이 주되 신체를 많이 움직이게 해야 합니다. 몸을 많이 움직일 수 있어야 정신도 마음도 고정됨 없이 자유로운 아이로 성장합니다. 그런데 세 아이를 키워보니 아주 중요한 사실은 아이들은 보고 배운 대로 성장하기에 부모의 삶이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Q. 정년퇴직 후 일상을 어떻게 보내시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2016년 8월에 퇴직했으니 이제 꼭 7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학교에서 배운 것을 동생이나 동네 아이들을 모아놓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나이 70이 넘은 지금도 배우기를 좋아하고 강의하는 것도 즐기기에 교사, 부모, 조부모를 위한 강의를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

하루 중 시간을 제일 많이 할애하는 것은 책을 읽고 정리하는 것입니다. 운동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시간이 되면 걷기도 하면서 사람들과 교류하는 관계 지향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요. 정말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부모교육 강의를 하는 최혜순 교수 [사진출처=개인 소장]
부모교육 강의를 하는 최혜순 교수 [사진출처=개인 소장]

Q. 책 출간을 계획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주제의 책을 준비하고 계시는지요?

요즈음 들어 저는 ‘산다는 것이 참 아름답다’, ‘태어나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요즘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낳기 싫다는 젊은이들이 많아 걱정입니다. 그들에게 “너희도 한번 이렇게 살아 봐!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줄 아니? 태어나길 참 잘했어!”라는 생각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런 주제를 담아 책을 출간하고 싶습니다.

Q. 후배 교수나 강사에게 덕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교수나 강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이미 축복받은 인생입니다. 내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이며,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게다가 정년도 없이 쭉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그런데 부디 세 치 혀로 나오는 말이 아니라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통해 나오는 여러분의 말을 전하길 바랍니다. 수강자들의 머리와 가슴에 지혜의 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능력 있는 강사로 기억되시길 바라며 가시는 길이 모두 꽃길이기를 축원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저는 축복받은 인생입니다. 양가의 부모님 모두 하늘로 보내드렸고, 세 아이는 모두 결혼하여 한 집에 아이도 둘씩 낳고 잘살고 있습니다. 40년 이상을 교수라는 이름으로 살다 보니 제자들도 많은데 그들에게 나도 저렇게 살며, 사랑하며, 늙어가고 싶다는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모든 것이 감사한 인생이지만 물질은 모두 두고 빈손으로 가는 인생에 무엇을 남겨 두고 가야 할지만 생각하며 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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