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강사가 Y강사에게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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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강래경 칼럼니스트] "제19회 항저우아시안 게임이 막바지 열기로 뜨겁다. 스포츠 행사 때마다 참가에 의의가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일 수 없다. 그래서 과거 동구권 국가들은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도핑 (금지약물복용)을 해서라도 메달을 따려고 했다.

선수들의 건강보다 국가 홍보가 먼저 였다.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면 스포츠 영웅으로 떠받들었고,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선수들은 죄 지은 사람 마냥 고개를 숙였다. 심지어 은메달을 따고도 다음에 더 잘 하겠다고 반성의 다짐을 해야 했다.
지금은 그렇게 까지 경쟁에 골몰하지 않는다. '숙명의 라이벌' 같은 비장함도 찾아 보기 어렵다. 오히려 MZ세대들은 특별한 경험이니까 마음껏 즐기겠다고 한다. 그래서 승부는 치열해도, 결과가 나오면 서로를 축하하고, 위로해주는 동료애를 보여 준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듯 2021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새로운 슬로건이 채택되었다. 무려 127년만의 일이다. '더 빨리 (faster), 더 높이 (higher), 더 힘차게 (stronger)’에 ‘다 함께 (together)’를 추가한 것이다. 승부는 불가피하더라도 함께 공존해야 함을 잊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자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2019년 케냐 마라톤선수 킵초게는 1시간59분40초를 기록해 인류 최초로 2시간벽을 돌파했다. 나이키의 후원으로 최적의 조건에서 뛸 수 있도록 시간, 습도, 온도를 고려했고, 특별히 제작된 신발도 제공하였다. 페이스 메이커 41명이 교대로 킵초게 좌우, 앞뒤에서 바람을 막아줬다. 필요할 때마다 음료를 전달했고, 전방 차량에서는 형광색 빛을 쏘며 오버페이스 하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킵초게 혼자서 해 낸 일이 아니다. 그도 기록을 달성한 후 “인간에게 불가능한 게 없다는 걸 알려서 기쁘다.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역사적 순간을 만들었다”며 함께 한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스포츠만이 아니다. 노벨과학상 트렌드 중 하나도 공동 수상이다. 1950년 이전에는 매 10년간 수상자가 40명미만이었으나, 1971∼80년에는 67명으로, 2011년∼20년에는 79명까지 늘었다. 결국 탁월성은 한 사람의 천재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런데 함께하자던 상대가 자기 이익에만 충실하면 어쩔 것인가? 1968년 생물학자 개릿 하딘 (Garrett Hardin)은 이기심으로 인해 공유 자원을 남획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사회 공유재가 고갈되어 공멸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 (Tragedy of the Commons)’이다. 예를 들어 마을의 공동 목초지에 자기 양들을 더 많이 방목하는 것이 이익이라 생각해 서로가 가축을 늘리게 되면 결국 공유지가 황폐해지고, 양들은 소멸될 수 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네팔의 니르말 님스 푸르자 (Nirmal Nims Purja)는 2019년 8천미터이상 14봉우리를 7개월에만 완등했다. 이전 최단기록이 7년(故김창호)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기록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도전 이유다. “선진국 등반가들은 셰르파들이 개척한 길과 그들이 설치한 로프를 따라 정상에 오르고도 자신만 영웅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하며, “생계를 위해 산에 오르지만 세르파도 이름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진정한 산악가는 셰르파 공동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그가 2019년 에베레스트 하산길에 찍어서 뉴욕 타임즈에 기고한 사진을 보면, 무려 320명의 산악인들이 세르파가 만들어 준 등반로에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세계 최고봉에 올랐다는 훈장을 자기 삶 곳곳에 장식하겠지만 결코 혼자의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 8월에도 노르웨이의 유명 산악인 크리스틴 하릴라 (Kristin Harila)가 불과 3개월만에 14개 봉우리를 모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그녀는 등반 도중에 조난 당한 짐꾼을 외면했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짐꾼은 사망했고 그때 상황이 찍힌 동영상을 보면 그녀가 기록 달성을 위해 짐꾼을 외면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함께'는 입으로 될 수 없다. 배려와 책임 있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때문에 강사들도 다른 사람의 지적 자산을 함께하려면 그것에 대한 분명한 감사 표시가 있어야 하고, 자신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이기적인 생각으로는 ‘함께’라는 퍼즐을 맞출 수 없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강래경 (사)한국강사협회 10대 회장(23~24년)은 90년 산업교육에 입문하여 교육 영업, 기획, 운영을 거쳐 93년부터 강의를 시작한 30년차 강사다. 상담심리 석사와 평생학습(리더십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위캔탤런트매니지먼트 대표, 에듀테크기업 커넥트밸류(주) 수석교수를 맡고 있다. 강사로 오랫동안 살아온 만큼 “강사를 돕는 강사”를 책임과 보람으로 여기고 있으며, 저서로는 『대한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협상을 못하면 함께 가도 멀리 못 간다』가 있다.

[B강사가 Y강사에게] 칼럼은 “Baby boomer세대 강사가 Young 강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생각과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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