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강사가 Y강사에게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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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강래경 칼럼니스트] 자사 제품을 홍보하며 이마에 별 모양 스티커를 붙이고 “별이 다섯 개”를 외친 대표가 있었다. 촌스럽지만 강력했다. 조정래 작가는 신간에 대한 소감을 질문받자 “이번 작품은 최선을 다했다”면서 “작가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자신의 노력에 스스로 감동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멋지고 분명한 정의다.

강의를 꽤 오래 했는데도 가끔 걱정될 때가 있다. 익숙하지 않은 내용이거나 대상이 까다로운 탓도 있지만, 조정래 작가의 기준으로 보면 결국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경우 감동은 고사하고 불만없이 끝나면 다행이다.

아인쉬타인은 후배 과학자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연구하면서 이번엔 다른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모습을 보며 정신병자와 같다고 일갈했다. 그가 말한 정신병이란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Insanity is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

사실 주제가 비슷하면 이전에 사용했던 슬라이드를 활용해서 강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다른 회사 정보나 용어가 그대로 노출되어 당황할 때가 있다.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슬라이드 양식도 흡족하지 않더라도 처음 만들어진 것을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 바꾸려면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찜찜한 기분이 들더라도 ‘강의만 잘 하면 되지... 내용이 중요하지...’라며 합리화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비대면 강의를 하면서 표준(4:3)을 와이드(16:9)로 변환하는 것도 얼마나 귀찮았던가!

미국 웰터급 최강자 권투선수 잽주디에게 기자가 물었다.

“어떤 선수가 제일 두려운가요?”

“저 자신입니다. 챔피언이기 때문에 전력이 노출되었고, 스스로 세계 제일이라는 생각에 교만해져서 나태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선을 다하려면 교만으로 눈멀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교만을 알아차리려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교만할 정도로 독선적이었지만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용기 있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로 인해 시대를 바꾸는 명작을 출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첫 번째 의견충돌은 개방형 플랫폼, 앱스토어였다. 그는 아이폰에 들어가는 모든 앱을 애플이 독점 개발하고자 했다. 자신의 명작에 외부인의 손길이 닿는 것을 싫어한 것이다. 그러나 이사회의 끈질긴 설득으로 앱스토어를 탑재했고, 이로 인해 애플은 역사를 쓰게 되었고, 앱 개발자들은 돈방석에 앉았으며, 사용자들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태양광 배터리 탑재다. 스티브 잡스는 그 기능을 넣으려 했지만 그렇게 되면 “단순함의 개발원칙을 지킬 수 없다”는 연구자들 주장에 부딪혔다. 한 손으로 조작하는 것도 불가능할 정도로 기기가 두툼해지는 것이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집단 지성을 믿지 않고 자기 생각만을 최선이라고 판단해 빗장을 걸어 잠갔다면 그의 이름은 오늘과 같지 않았을 것이다.

집단 지성 (Collective Intelligence)은 다수의 개체들이 협력해서 발휘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고, 솔직하게 말하고 겸손하게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유명 강사의 말이나 책 내용을 마치 자신의 생각인양 그대로 전달하는데 그친다면 집단 사고 (Group Thinking)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집단 사고는 힘 있는 사람이나 다수의 의견을 맹목적,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것이다.

또한 이념적 편향성이 강하면 자신과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코드가 같은 사람들 하고만 교류한다. 심리학에서는 다원적 무지 (Plurastic Ignorance)라고 하는데, 확증 편향이 강해질 수 밖에 없다. 마치 생물학에서 근친교배로 인해 열성유전자가 나오는 것과 같다.

최선의 강의는 강의장이 아니라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근거없이 자기 믿음만 얘기해서도 안되지만, 자기 생각없이 사실만 나열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강의도 인간관계의 범주이므로 청중에 대한 예의와 공감은 당연하다. 강의 준비를 끝내셨다면, 자신에게 확인합시다. 나를 감동시켰는지...

칼럼니스트 프로필

강래경 (사)한국강사협회 10대 회장(23~24년)은 90년 산업교육에 입문하여 교육 영업, 기획, 운영을 거쳐 93년부터 강의를 시작한 30년차 강사다. 상담심리 석사와 평생학습(리더십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위캔탤런트매니지먼트 대표, 에듀테크기업 커넥트밸류(주) 수석교수를 맡고 있다. 강사로 오랫동안 살아온 만큼 “강사를 돕는 강사”를 책임과 보람으로 여기고 있으며, 저서로는 『대한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협상을 못하면 함께 가도 멀리 못 간다』가 있다.

[B강사가 Y강사에게] 칼럼은 “Baby boomer세대 강사가 Young 강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생각과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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